‘실손 보험금 사기’ 의사 등 174명 검거…마약류 투약한 채 수술도

2024. 5. 2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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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실손 보험금 나오는 여유증·다한증 선정
9개월간 200회 12억원 보험금 편취
허위 수술 후 남은 프로포폴·펜타닐 투약하고 진료·수술도
일당이 여유증 수술로 보험금을 받기 위해 보험사에 제출한 타인의 사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고액의 실손 의료비 보험 청구가 가능한 여유증·다한증 환자를 가짜로 모집, 수술은 하지 않고 진단서 등을 허위로 기록해 약 9개월 동안 총 200회에 걸쳐 12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편취한 병원 관계자와 조직폭력배 브로커 일당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의료진은 허위 수술로 남은 프로포폴이나 펜타닐을 투약한 상태로 진료를 보거나 수술을 진행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28일 이번 사건에 가담한 병원 관계자 및 조직폭력배 브로커, 가짜환자 등 일당 174명을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혐의로 검거, 그 중 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허위수술로 남은 마약류를 상습투약하거나 환자를 상대로 투약목적으로 미용시술 영업 행위를 한 정황이 확인된 대표원장과 의사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됐다.

일당은 조직적으로 이번 일을 가담, 공모했다. 2022년 11월 4일부터 2023년 7월 말경까지 약 9개월간 고액의 실손의료비 보험 청구가 가능한 여유증·다한증 질환을 선정해 조직적인 영업팀을 구성한 후 가짜환자를 모집해 실제 진료 및 수술을 한 것처럼 진단서와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한 후 보험금을 청구했다. 범행으로 200회, 12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편취했다.

병원 및 외부에 소속된 브로커들이 실손 보험에 가입한 가짜 환자를 데리고 오면 병원 관계자가 허위 상담과 스케쥴을 예약해주고, 의사와 간호사는 수술이 진행되지 않았는데도 수술이 진행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보험금 청구 관련 서류 심사 및 면담에 대비하기 위해 일당이 공유한 대처법.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제공]

수법도 교묘했다. 손해사정사의 보험금 청구 관련 서류 심사 및 면담에 대비하기 위해 가짜환자를 상대로 대처법을 만들어서 사전 교육을 시켰다. “다한증은 양 겨드랑이에 0.3~0.5cm 정도 꿰맨 자국이 있고, 수술 후 통증이 있었다고 말하라”, “여유증은 유륜 아래쪽 테두리 맞춰 1cm 정도 꿰맨 자국 있고 수술 후 욱씬욱씬한 통증이 있었다고 말해라”, “병원에서 퇴원 때까지 금연하라고 해서 흡연자도 6시간 동안 참았다고 해라”와 같은 내용이다.

가짜 환자 중 일부 조직폭력배는 단속을 피하려 고의로 가슴 부위에 상처를 내거나, 타인의 수술 전·후 사진을 제출하기도 했다. 또 보험금 지급이 늦어지면 브로커를 통해 피보험자 가족인 것처럼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가짜 환자를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영입하기 위해 조직폭력배와 병원 관계자, 보험설계사를 브로커로 썼다. 모집된 가짜환자도 가족, 연인, 부부, 조폭, 간호사, 유흥업소 종사자 등 신분과 직업이 다양할 뿐 아니라 서울, 부산, 대전, 광주, 울산, 인천 등 전국에서 모였다.

가짜 환자가 실손 보험금을 타면 환자는 20% 수익을 받고, 하위 브로커는 10%, 중-상위 브로커는 20%, 병원은 50% 수익을 나누는 구조도 갖추고 있었다.

병원 의료진은 여기에 더해 셀프로 프로포폴을 투약하는 등 추가 범죄도 저질렀다. 허위로 수술이 진행되고 있는 시간대에 사용되는 프로포폴과 펜타닐 투여량을 관리하면서 셀프 투약 한 것이다. 병원장 뿐 아니라 의사들은 프로포폴 및 펜타닐을 투약한 상태로 진료를 보거나 수술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남은 프로포폴은 환자를 상대로 투약 목적의 미용시술 영업 행위에 사용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성형외과에서 보험사기 뿐 아니라 의료용 마약 오남용이 많이 발생하고 이는 의료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으로 보건당국의 의사 면허 행정처분 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보험사기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병원과 전문 브로커 등이 개입해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 상황으로, 경찰은 첩보 수집 및 단속을 통해 보험사기 범죄 척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면서 “국민의 경우 보험사기 조직의 지능적 유혹에 단순 가담할지라도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으로 처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와 신고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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