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수상하다고 블랙박스 몰래 본다면? “형사처벌 대상”

최근 한 여성과의 골프모임이 잦아진 남편의 불륜이 의심된다는 아내의 사연이 전해졌다. /YTN

최근 한 여성과의 골프 모임이 잦아진 남편의 불륜이 의심된다는 아내의 사연이 전해졌다. 아내는 남편 몰래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해도 법적인 문제가 없을지 법률 조언을 구했는데, 남편이 고소할 경우 배우자라도 이런 행위는 형법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28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여성 A씨의 이같은 사연이 전해졌다. A씨는 지난해 수술을 받으며 좋아하던 축구를 그만두게 된 남편에게 골프를 시작해보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골프를 배우기 시작하며 재미는 느낀 남편은 지인들과 매주 주말마다 골프를 치러 다녔다.

어느 날 남편의 소셜미디어를 보다가 A씨는 수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골프장에서 찍은 사진에 매번 같은 여성과 함께였다. A씨는 두 사람이 다정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에 불륜을 의심하게 됐고, 날이 갈수록 의심은 더욱 커졌다. 남편은 골프 모임을 할 때마다 귀가 시간이 늦었다고 한다. A씨는 “남편이 잘 때 차의 블랙박스를 몰래 확인해봐도 되나”라며 “블랙박스에 불륜 영상이 있다면 상대 여성에게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했다.

법률 전문가에 따르면 자동차 블랙박스를 몰래 확인하는 행위는 형법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므로 블랙박스를 통한 증거 수집은 피해야 한다. 형법 제321조에 따르면 사람의 신체,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자동차,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을 수색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이준헌 변호사는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부과할 수 있게 규정이 되어 있어 처벌이 상당히 강력하다”며 “아무리 부정행위 증거를 수집하시려는 의도라도, 의도만으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특히 블랙박스의 메모리 카드를 꺼내 컴퓨터로 옮기려는 행위는 특수절도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이밖에도 부정행위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예컨대 차량에 녹음기나 위치추적기를 설치하거나 휴대전화를 몰래 열어보는 행위는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다. 남편을 몰래 따라가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으나 주거침입죄나 통신비밀보호법상 도청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는 피해야 한다. 이 변호사는 “상대방과 함께 모텔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사진을 촬영하는 것까지는 문제 되지 않을 수 있으나 쫓아 들어가는 행위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근처에서 대화를 녹음하시는 행위도 통신비밀보호법상 도청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남편이 부정행위 상대방과 모텔에 들어가는 것을 목격한 경우, 건물 안으로 쫓아 들어가지 않고 관할 법원에 CCTV 영상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을 하는 것이 좋다.

이 변호사는 “골프 모임을 하는데 매번 같은 여성이 동행한다고 해서 곧바로 부정행위로 보기는 어렵고, 또 매주 골프를 치러가는 것을 가지고 혼인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하게 취미생활을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만약 부정행위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현재 상태만으로는 이혼 사유가 인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