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이냐? 병원 가봐라” 발언…대법 “모욕죄 아니다”

모욕 혐의
1·2심 유죄…벌금 200만원
대법, 무죄 취지 판단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피해자를 가리켜 “저게 정상이냐. 병원 가서 상담 좀 받아봐야겠다”고 발언한 것은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순간적인 감정에 의해 무례한 발언을 한 것까지 처벌한다면 지나치게 처벌 범위가 넓어진다는 취지에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모욕 혐의를 받은 유튜버 A씨에 대한 사건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앞서 원심(2심)은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모욕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며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대구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22년 3월, 대구 달성군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고있었다. 당시 그는 길거리 반대편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던 피해자를 가리켜 “입 다물어라. 저게 정상이가? 병원 가서 상담 받아봐라”며 “상당히 심각하다”고 말하는 등 모욕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에서 A씨 측은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피해자를 모욕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었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에서 치료를 권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모욕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 1단독(부장 정승호)은 지난해 4월, 이같이 선고했다. 2심을 맡은 대구지법 2-3형사부(부장 이윤직)도 지난 1월,”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모욕적 언사를 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2심)을 뒤집고,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모욕죄의 모욕은 사람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어떤 표현이 모욕에 해당하는지는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상대방의 주관적 감정이나 기분이 나쁜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다”라며 “당사자들의 관계, 해당 표현에 이르게 된 경위, 표현 방법, 당시 상황 등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법원은 하급심에서 모욕죄가 인정된 사안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단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단순한 욕설과 무례한 발언 등은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예를들어 시비가 붙은 행인에게 “나이 먹은 게 자랑이냐”, “이 따위로 일할래?” 등의 발언을 한 사안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또 경찰관에게 “X발”이라고 욕설한 사안에 대해서도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