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설엔 차분하게' 황인범 "한국 축구 나아갈 방향 분명하다"
세르비아 명문 구단 즈베즈다에서 활약 중인 국가대표 붙박이 미드필더 황인범 선수가 어제(27일) 아침 인천공항을 통해 긴 시즌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올 시즌 리그에서 27경기에 출전해 5골에 도움 5개를 기록하는 든든한 활약을 펼쳤고, 리그와 컵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며 2관왕을 차지하며 성공적으로 시즌을 마쳤습니다.
최근 독일·프랑스 구단과의 이적설이 나오고 있는 황인범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 대해 "조급해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하겠다"는 다짐을 밝혔습니다. 지난해 올림피아코스를 떠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으면서 스스로도 "선수 생활에 있어서 위기가 될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돌이키며, 다가오는 이적 시장에서는 자신과 즈베즈다 구단 모두에게 최선이 될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습니다.
황인범은 최근 감독 선임에 난항을 빚고 있는 대표팀 상황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습니다. 아시안컵 이후엔 "대표팀 소집이 부담스러울 정도였다"고 밝힌 황인범은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제 역할을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 축구가 잘 되는 길만 고민한다면 답은 쉽게 나올 수 있다"며 최대한 많은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행정 절차를 통해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성인 대표팀에 최초로 발탁된 스토크시티의 배준호를 포함해 많은 어린 선수들이 황인범을 '롤모델'로 꼽고 있습니다. 황인범은 자신이 큰 역할을 해야 하는 그럴 정도의 선수가 아니라며, 늘 해왔던 것처럼 진지한 모습으로 축구를 대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황인범은 짧은 휴식을 마친 뒤 곧바로 대표팀에 소집됩니다. 다음 달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을 앞둔 대표팀은 다음 달 2일 인천공항으로 소집해 싱가포르와의 원정 5차전을 위해 출국합니다.
Q. 올 시즌을 마친 소감은? A. 이번 시즌은 유독 좀 길긴 했던 것 같아요. 아시안컵도 중간에 있었고 9월에 제가 팀에 합류를 하면서 이제 시작을 했고 좀 힘든 상황들이 많았었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두 개나 트로피를 들면서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어서 들어오는 발걸음도 한 걸음 가벼웠던 것 같아요.
Q. 한 시즌 전체를 돌아본다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A. 참 감사한 시즌이었다는 생각이 매번 드는 것 같고, 특히나 소속팀인 즈베즈다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여름 이적 시장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으면서 어떻게 보면 굉장히 힘든 시기들이 있었고 커리어에 있어서 굉장히 위기가 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마지막에 정말 최고 이적료를 써주면서까지 저를 이렇게 영입을 해 주신 구단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또 초반에는 '최고 이적료'라는 수식어 때문에 조금 힘든 상황이 있었을 때 조롱이 섞인 응원가를 팬분들이 불렀던 기억도 있어요. 시간이 거듭되고 경기를 계속해서 치르면서 저를 인정을 해주신 팬들께도 정말 감사하고 마지막에는 제가 경기를 할 때마다 매번 '떠나지 말아달라'는 노래도 불러주시고 길에서 만나면 그렇게 말씀해 주신 분들께도 정말 감사하고, 다시 한번 클럽에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은 시즌인 것 같습니다.
Q. 컵 대회 우승 직후엔 떠나지 말라고 바지를 붙잡는 팬도 있었는데요. A. 그때는 아마 가지 말라는 게 아니었고 바지를 그냥 원했었던 것 같은데, 제가 그 바지를 벗으면 '태클 팬티'라고 저희가 속옷 비슷하게 입지만 좀 민망한 상황이 될 수 있어서 주지는 못한 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Q. 꿈의 무대, 챔피언스리그를 경험했습니다. A. 좋았던 것 같아요. 마냥 행복한 기억들이고 물론 결과가 1무 5패를 하면서 저희가 조별리그 탈락을 했지만 그 속에서 제 개인적으로 팀적으로 분명히 저희가 좋은 모습들을 보였던 경기들도 많았고, 라이프치히전과 맨시티전에선 '차이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 확실히 다른 선수들이 많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한테는 선수로서 너무 큰 소중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서 그 속에서 분명히 제가 가진 장점들을 보여주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제가 어린 선수는 아니지만 굉장히 앞으로 성장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었던 것 같고 또 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Q. 프랑스·독일 구단과 이적설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이루어질지 차분하게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이전까지는 항상 더 좋은 리그를 가서 더 좋은 선수들과 경쟁을 하는 꿈을 꾸면서 이적 시장에 들어갔었던 것 같아요. 제 꿈이기도 하고 또 많은 한국 축구 팬분들이 5대 리그, 4대 리그를 가기를 굉장히 원하시잖아요.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커서 저도 모르게 조급한 결정들을 내렸던 것 같은데 이번 이적 시장에서는 오로지 저만을 생각하면서, 정말 많은 사랑을 주신 구단과 팬들이 계시고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차분하게 지켜보려고 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간에 받은 사랑에 또 더 보답을 드리는 기회가 될지 아니면 다른 분들에게 제 능력을 보여드리고 또 많은 응원을 받고 사랑을 또 돌려드리는 그런 기회가 될지 좀 차분하게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저도 기대가 되는 것 같아요.
Q. 대표팀 감독 선임이 미뤄지면서 아직까지 복잡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A. 대표팀 소집으로 인해서 한국에 들어올 때는 아시안컵 전까지만 해도 너무 홀가분하고 한국에 들어가서 좋은 선수들과 같이 많이 배우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훈련 분위기를 즐기자라는 생각으로 들어왔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3월 소집에는 한국에 들어오는 게 굉장히 부담스러울 정도로 '분위기가 괜찮을까'라는 걱정을 하면서 들어왔었고, 2연전을 잘 마치면서 선수들이 해야 할 역할은 '우리가 우리 자리에서 해야 되는 것밖에 답이 없구나'라는 결론에 다다랐던 것 같아요. (정식 감독으로) 누가 오실지 또 어떻게 변화가 있을지 이런 부분을 저희도 모르는 상황에서 사실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생각은 들지만 묵묵히 잘 한팀으로 뭉쳐서 잘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어린 유망주들이 이제 밟고 나가야 하는 그런 길들을 위해서라도 긍정적으로, 모두가 웃을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그런 행정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런 절차를 잘 밟고 대한민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그런 계기로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굉장히 큰 것 같아요.
Q. 아시안컵 이전의 분위기가 우리도 그리운데, 그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 A. 다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도 많이 어수선함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경기를 하면 정말 경기장을 꽉 채워주시고 분명히 서로가 서로를 응원해주고 힘을 실어주고 또 그거에 보답하려고 노력하고 하다 보면 저희가 카타르 월드컵 전후로 했던 그 분위기를 다시 한번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 또 그렇게 돼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뭐 다 필요 없고 한국 축구가 잘될 수 있는 길이 뭔지를 고민한다면 사실 답은 은근히 쉽게 나오지 않을까요? 잘 될 거라고 믿고 저희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은 경기장에서, 또 밖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Q. 대표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고, 어느덧 중고참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본인의 역할이 있다면? A. 대표팀에도 저보다 어린 선수들이 이제 많이 들어왔고 더 들어올 거라고 생각을 해요. 크게 '무슨 역할을 해야 된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어요. 제가 그럴 정도의 선수도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 다만 제가 늘 해왔던 것처럼 축구장에서 진지한 모습을 보이고 지금껏 해 왔던 것처럼 축구를 대하는 태도들을 유지한다면 뭔가 더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괜찮은 자리라고 생각을 해요.
김태운 기자(sportskim@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4/sports/article/6602483_364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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