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7살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희귀병 딸, 5명 살리고 떠났다

어린 시절 희귀난치병인 모야모야병에 걸려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40대 여성이 뇌사 상태에서 5명에게 생명을 나눠주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4일 뇌사 상태였던 故 한정선(45)씨가 서울대학교병원 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간장, 신장(좌우), 폐장(좌우)을 5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오늘(28일) 밝혔습니다.

지난달 30일 매일 아침 고인과 통화하던 활동 지원사는 고인이 전화를 받지 않자 급히 집으로 찾아갔고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고인을 발견했습니다.

고인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습니다.

가족은 하나뿐인 딸이 7살 때 뇌혈관이 좁아지는 모야모야병을 진단받아 지체 장애 2급으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왔던 만큼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다른 사람의 몸속에서 건강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습니다.

서울에서 1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난 한 씨는 내성적이지만 친한 사람에게는 마음을 열고 늘 무언가를 나눠주고 애정을 표현하는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또 한 씨는 매일 아침마다 서울시립 뇌성마비 복지관을 찾아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늘 밝게 웃으며 즐겁게 지냈고, 특히 복지관 선생님과 활동지원사에게 시를 써 선물하는 것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고인의 어머니 김의신 씨는 "정선아,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하게 잘 지내라"면서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갔으니,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잘 살아. 사랑한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질병의 아픔을 경험했기에 다른 아픈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생명 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면서 "기증자의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이 사회를 더 환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연합뉴스)

신송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