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 여성에 단일공 로봇 자궁절제 세계 첫 성공

박정연 기자 2024. 5. 2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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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역대 가장 비만한 사례"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이사라 교수(왼쪽)가 로봇 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

국내 의료진이 체질량지수(BMI) 52가 넘는 여성에 대한 단일공(SP) 로봇 자궁절제 수술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비만이 심한 데다가 이미 많은 수술로 유착이 생긴 고위험군 환자에게 단일공 로봇으로 자궁을 절제한 건 이번이 세계 처음이다. 기존 로봇 자궁절제 사례 중 가장 비만한 환자는 체질량지수가 41.5였다.

서울아산병원은 산부인과 이사라 교수팀이 제왕절개 및 난소 수술로 인한 심한 유착과 자궁내막증, 골반통을 동반한 아랍에미리트 초고도비만 환자 자밀라(가명) 씨에게 다빈치 SP 시스템을 이용해 배꼽 안쪽만 절개한 후 자궁을 안전하게 절제하는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자밀라 씨는 출산과 여러 번의 수술 후 심각한 골반통을 앓았지만 키 154cm, 체중 124kg으로 극심한 초고도비만인 탓에 더 이상 수술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자밀라 씨는 지난 2022년 본국 아랍에미리트에서 셋째, 넷째 아이인 쌍둥이를 출산했다. 하지만 그해 6월 시행한 초음파 검사에서 작은 자궁근종들과 심각한 골반유착, 난관수종(나팔관 끝이 손상 또는 감염으로 막혀 나팔관에 물이 차는 질환)이 발견됐다.

두 달 뒤인 8월 복강경을 이용한 유착제거술과 난관절제술을 받았으나 네 달이 지나도 골반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12월에 골반 통증과 월경 과다를 치료할 목적으로 ‘미레나 시술’을 추가로 받았다. 2023년부터는 통증클리닉을 다니며 증상 완화를 위해 애썼지만 증상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네 아이를 돌봐야 하는 엄마 자밀라 씨는 하루 빨리 통증을 줄여줄 해외 병원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보건청은 자밀라 씨를 수술할 수 있는 해외 병원을 수소문했고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에서 원격진료자문 시스템을 통해 자밀라 씨의 수술 가능 여부를 검토했다.

자밀라 씨는 과거 수술의 영향으로 매우 심한 유착이 있었고 극심한 초고도비만 상태였기 때문에 개복 수술 시 절개 부위가 잘 아물지 않아 창상(피부 또는 조직의 결손)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매우 컸다.

이 교수는 절개 부위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환자의 수술 후 회복에도 좋다는 판단에 따라 비록 고난도지만 개복 대신 로봇 수술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이 교수는 단일공 로봇을 이용한 골반장기탈출증 수술을 세계 최초로 시행해 관련 논문을 보고하고 미국산부인과내시경학회(AAGL)에서 수술 비디오를 발표한 바 있다. 골반장기탈출증 치료인 천골질고정 로봇 수술의 경우 아시아 최초로 400례를 달성하는 등 산부인과 질환 로봇 수술에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마침내 2024년 1월 자밀라 씨는 수술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고 1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서울아산병원에 도착했다. 이후 2월 13일 산부인과 이사라 교수는 로봇을 이용해 배꼽 안쪽 절개 한 군데만으로 자밀라 씨의 자궁을 성공적으로 절제해냈다.

수술 후 한 달간 순조로운 회복세를 보인 자밀라 씨는 워낙 절개 부위가 작아 수술 흉터도 거의 남지 않았고 3월 11일 네 아이들이 기다리는 아랍에미리트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사라 교수는 “이번 수술은 단일공 로봇 자궁절제술을 초고도비만 환자에게 시행한 사례 중 비만 지수가 가장 높았다. 수술을 결정하기 어려운 조건이었지만 환자의 고통 경감을 위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많은 시뮬레이션을 거쳐 수술을 진행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환자도 오랜 기간 겪어온 통증에서 벗어나 새 삶을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자밀라 씨는 최근 이사라 교수에게 보내온 감사 편지에서 “수술이 순조롭게 진행돼 통증도 별로 없고 수술 자국도 배꼽 안쪽으로 아주 작게만 있어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 모든 치료과정 동안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 준 의료진 및 국제진료센터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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