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폭 증가에 공무원 익명화… ‘소통행정’ 역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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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인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홈페이지 등에 올라 있는 공무원의 이름과 직책을 삭제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젊은 공무원의 이직과 악성 민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관공서 문턱만 높게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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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선 “관공서 문턱만 높여”
젊은 공무원 이직 막을지 의문
공무원 실명서비스 평가와 모순
인천 =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전국종합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홈페이지 등에 올라 있는 공무원의 이름과 직책을 삭제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젊은 공무원의 이직과 악성 민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관공서 문턱만 높게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8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현재 전국 17개 광역 지자체 중 10곳의 광역 지자체는 물론, 산하 각급 관공서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4급(서기관), 또는 5급(사무관) 이하 공무원의 이름과 직책 등을 비공개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파로 다수 기초 지자체와 소속 읍·면·동도 홈페이지를 익명화하는 추세가 전국적으로 번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3월 경기 김포시 공무원(9급)이 민원인의 집단 괴롭힘으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더 노골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공무원의 신상을 퍼뜨리는 이른바 ‘좌표찍기’와 ‘민폭(집단민원)’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홈페이지 익명화 이후 대체로 직원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악성 민원에 대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못한 가운데 ‘공무원 익명화’ 조치부터 시행함으로써 민원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일 행정안전부가 17개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악성 민원 방지 및 공무원 보호강화 대책’과 지난달 서울시가 내놓은 ‘민원담당 공무원 보호대책’에서도 지자체 공무원의 익명화 필요성은 언급되지 않았다. 아직 서울시와 경기도가 익명화에 신중한 가운데 비수도권 광역 지자체를 중심으로 공공 서비스의 투명화보다는 직원 애로 해소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부터 지자체가 공공정책에 시민사회를 참여시키겠다며 도입한 ‘거버넌스’ 개념의 행정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통’과 ‘협치’를 키워드로 한 조례까지 제정해 예산이 수반되는 각종 사업과 정책에 참여한 일반 시민의 이름은 공개하면서 해당 부서 공무원을 익명화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현재 각 지자체는 자체 매뉴얼을 통해 전화 응대 시 반드시 소속과 이름을 밝히도록 하고 있다. 행정서비스 향상 목적으로 매년 전화 친절도를 암행 감찰하면서 공무원의 실명 서비스를 평가하기도 하는데 이와도 모순되는 셈이다.
익명화 조치에 따른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동사무소 공무원은 “광역 지자체 공무원에 대한 익명화가 얼마나 악성 민원을 줄이고 젊은 공무원들의 이직을 막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직원 수가 많지 않은 부서나 읍·면·동사무소의 경우 담당 업무를 세분화할 수 없어 특정 직원에게만 업무가 몰린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동섭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장은 “공무원이 익명 뒤에 숨는 것은 자칫 복지부동하며 책임행정을 거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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