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동네병원 그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데…전공의가 ‘총알받이’인가 [기자24시]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5. 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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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이 지속되길 바라는 개원의들도 많은데 왜 애꿎은 전공의들한테 불필요한 말을 했는지 모르겠네요."

그는 현재 의료대란을 6·25전쟁에 빗대며 전공의들을 향해 "낙동강 전선에 밀려서도 싸우지 않고 입만 살아서 압록강 물을 마시고 싶다면 그건 낙동강 전투와 인천상륙작전 등 무수히 죽은 전사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 내 여러 투쟁집단 중 생계까지 걸고 집단행동에 돌입한 건 전공의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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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이 지속되길 바라는 개원의들도 많은데 왜 애꿎은 전공의들한테 불필요한 말을 했는지 모르겠네요.”

수도권 소재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최근 의료계 측 소송 대리인이 공개적으로 던진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이 정부 입장을 받아들여 의료계가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서울 시내 한 의대 앞에서 의료진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앞서 소송 대리인이 전공의들을 유령에 비유하며 날 선 비판을 쏟아낸 부분이다.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이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자 의료계는 곧바로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그 과정에서 소송 대리인은 “전공의, 도대체 너희들은 뭐냐. 아직도 전쟁 중이니 정신 차리고 투쟁하라. 그래야 너희들 그 잘난 요구사항도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현재 의료대란을 6·25전쟁에 빗대며 전공의들을 향해 “낙동강 전선에 밀려서도 싸우지 않고 입만 살아서 압록강 물을 마시고 싶다면 그건 낙동강 전투와 인천상륙작전 등 무수히 죽은 전사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덧붙였다.

의사들의 단합을 독려하는 차원의 메시지라지만 전공의를 ‘총알받이’로 삼겠다는 말인지 헷갈린다. 의료계 내 여러 투쟁집단 중 생계까지 걸고 집단행동에 돌입한 건 전공의가 유일하다.

의정 갈등에서 대형병원 소속 전공의 집단사직이 정부를 압박하는 카드인 건 분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공의 단체장과 2시간 넘게 대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의료계 내에선 그들이 감당하고 있는 대가에 대해 아무도 말 안 한다. 대표적인 게 생활고다. 전공의 중에는 이제 막 가정을 꾸린 사람들이 많은데 유모차, 카시트 등 기본적인 육아용품조차 구입하지 못해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명한 사실은 생활고와 수련 기간 공백은 물론 앞으로의 전문의 시험 차질까지 그 어느 것도 교수, 동네병원 등 다른 집단이 책임져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년도 입학 정원까지 확정되고 사실상 법리 다툼도 기울어진 상황에서 언제까지 이런 짐을 혼자 감당해야 하나. 전공의들이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사람들에게 지렛대로 소모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젠 병원으로 돌아가 협상을 이어가길 바라는 이유다.

심희진 과학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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