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없는 것들' 맨스티어와 QWER의 반란...힙합과 록을 놀래키다
침체된 힙합계 뒤흔들며 '반란'
걸밴드 QWER, 음원차트서 돌풍...
'펜타포트락페스티벌'까지 진출
①개그맨들이 결성한 힙합 듀오가 침체된 힙합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②유튜버와 소셜미디어 스타가 주축이 된 록 밴드가 국내 최대 규모의 록페스티벌 무대까지 진출했다.
K팝과 트로트가 가요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주변부로 밀려난 힙합과 록 장르에서 ‘근본 없는 이단아’로 불리는 비주류가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매너리즘에 빠진 시장에 적잖은 자극을 주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맨스티어의 한국 힙합 풍자에 래퍼들 '발끈'
'맨스티어(Men’s Tear)'는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개그팀 '뷰티풀 너드'의 최제우, 전경민이 부캐(부가 캐릭터)로 기획한 힙합 듀오다. 2021년 데뷔곡 ‘은행을 털어’ 이후 국내 힙합 음악가들의 허세를 풍자하고 조롱하며 직업 래퍼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2월 공개한 ‘AK47’ 뮤직비디오는 하루 만에 10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현재 1,000만 회를 넘겼다. 실제 경험도 없이 빈민가 출신 갱스터인 척하는 일부 래퍼들을 풍자하는 이 곡은 장난스러우면서도 준수한 완성도로 힙합 팬들과 래퍼들 사이에서 뜨거운 화제가 됐다.
그러나 한국 힙합에 대한 조롱으로 받아들인 래퍼들은 발끈했다. 유명 래퍼 pH-1은 상대를 랩으로 비판하고 공격하는 ‘디스전(戰)’에 불을 붙였다. 이달 초 ‘뷰티풀’이란 디스곡을 내고 "지켜줘, 문화에 대한 존중 / 그 선을 넘으면 / 그땐 머리에 조준"이라고 맨스티어를 정면 공격했다. 맨스티어의 케이셉 라마(최제우)는 곧장 ‘hp-1’이란 곡으로 반격에 나섰다. pH-1 국적이 미국인 것을 언급하며 "군대도 안 간 네가 어떻게 해 조준"이라고 쏘아붙였다. 이후 오왼, 이센스, 자메즈 등이 디스전에 뛰어들었다.
TV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의 긴 공백과 함께 국내 힙합계가 침체에 빠져 있기에 두 개그맨이 촉발한 디스전은 모처럼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pH-1이나 이센스처럼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래퍼도 있지만, 자조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었다. 래퍼 스카이민혁은 "다시 만날 땐 모든 사람들이 우릴 존중하게 만들자"라며 위축된 힙합계를 다시 일으키자고 외쳤다. 래퍼 원슈타인도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우리들의 숙제를 생각해야 된다”고 적었다.
강일권 대중음악평론가는 “맨스티어가 제대로 한국 힙합의 문제점을 비판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쇼미더머니'가 10년간 방송되며 생겨난 힙합계의 치부를 인터넷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처럼 자극적이고 재밌게 풀어냈기에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아이돌 걸밴드 QWER, 새로운 시장 개척하나
록계에선 걸그룹 QWER(큐더블유이알)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스타 유튜버 김계란이 기획해 지난해 말 데뷔한 4인조 밴드 QWER은 멤버들이 기타, 베이스, 드럼을 연주한다. 아이돌 걸그룹과 록 밴드를 결합한 형태인데, 일본 아이돌 그룹 멤버 출신을 제외하면 유튜버, 스트리머, 틱토커 등 음악과 별다른 관련이 없는 분야 출신으로 구성됐다. 김계란은 일본 애니메이션 ‘봇치 더 록’과 ‘최애의 아이’에서 힌트를 얻어 ‘성장형 아이돌 밴드’를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요계에 흔치 않은 걸밴드를 표방하는 QWER은 데뷔 곡 ‘디스코드’부터 주목을 받더니 두 번째 곡 ’고민중독’은 음원 차트 1위를 넘보는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지코, 아이브, 아일릿, (여자)아이들 등 K팝 스타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와중에 지난주까지 4주째 멜론 주간차트 톱5에 오르는 이변을 낳았다. 밴드 형태의 그룹이 멜론 주간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QWER의 성공은 최근 국내 대중음악계에 부는 일본 문화의 유행과 무관하지 않다. 기획 단계에 영감을 준 애니메이션은 물론 밴드의 콘셉트 역시 일본 서브컬처(주류에서 벗어난 하위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이들은 데뷔한 지 1년도 안 돼 국내 대표 록페스티벌인 '펜타포트락페스티벌' 무대에도 선다. 일부 록마니아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실력 검증도 안 됐는데 록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건 옳지 않다"는 비판과 "비주류인 밴드 음악 시장에 신선한 자극을 준다"는 옹호가 맞섰다.
맨스티어의 인기가 힙합 장르의 침체와 맞물려 있다면 QWER의 성공은 밴드 음악의 인기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소란, 쏜애플, 솔루션스 등 인디 밴드들이 소속된 엠피엠지뮤직의 서현규 이사는 “QWER의 음악은 요즘 세계 음악 시장의 흐름과 결이 다르지만 일본 음악과 서브컬처 마니아 위주의 소비라는 한계를 넘어선다면 새로운 장르와 시장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호중, 공연 강행 이유 있었나… 미리 받은 돈만 125억 원 | 한국일보
- 한예슬 기사에 '날라리 양아치' 댓글... 법원, 모욕죄 인정 | 한국일보
- 한 끼 식대 2700원, 숨어서 밥 먹기... '끼니의 존엄' 무시당하는 대학 노동자들 | 한국일보
- 이효리 "딸 갖고 싶지만 못 낳는다... 시험관 시술은 NO" | 한국일보
- '코리안 드림' 꿈꾸는 베트남 청년 4만 명이 몰렸다… 한국행 선호, 왜? | 한국일보
- 한예슬, 신혼여행 도중 인종차별 당했다 "불쾌해" | 한국일보
- 이경실 "혼전임신 아들에 분노...3개월 간 손주 사진도 안 봤다" | 한국일보
- 노재팬 다시 부나... 일본 차만 골라 '친일파 처단' 쪽지 | 한국일보
- "임영웅 보려고 미국서 왔지"...하늘로 떠오른 '트로트 왕자', 신기록 쓰다 | 한국일보
- "'미친 연기' 하려고 뇌와 심장 놓고 다녀요"...천우희와 경쟁하는 천우희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