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총장 “우크라에 서방 무기로 러 본토 공격 허용해야” 또 요청

영국 등 일부 빼고는 미온적 반응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27일(현지시각) 나토 의원총회(NPA) 봄 회기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소피아/EPA 연합뉴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또다시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걸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27일(현지시각)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나토 의원총회(NPA) 봄 회기에 참석해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로 러시아 영토 내부를 공격하지 못하게 한 제한을 재고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에 있는 군사 목표물을 공격할 수 없다면 그건 우크라이나의 손발을 묶는 것이어서 우크라이나가 방어전을 수행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하르키우는 전선과 국경선이 거의 동일하기에 우크라이나에 부과된 제한 규정 일부를 해제하는 게 옳은지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앞서 지난 24일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부과한 서방 무기의 사용 규제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 등 나토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지원받은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고 군사 지원을 해왔다. 나토 동맹국이 러시아와 직접 대결하는 모양새를 보이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공세에 밀리는 우크라이나는 이 조건을 풀어달라고 거듭 요청하고 있다.

나토 동맹국들은 이에 대해 영국 등 일부를 빼고는 대부분 미온적인 반응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은 이달 초 키이우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 안을 타격할 권리가 있다”며 영국이 제공한 무기에 부과한 사용 규제 조건을 철회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도 이 문제가 깊이 있게 검토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는 등 일부 기류 변화 가능성도 감지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러시아는 발끈하고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 대변인은 “나토가 긴장을 높이고 있다. 섣부르게 군사적 레토릭을 떠벌리며 군사적 도취상태(엑스터시)에 빠져들고 있다”고 반발했다. 나토가 러시아와의 정면대결로 다가오느냐는 질문에는 “그들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안에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여러 차례 “러시아와 나토의 정면충돌은 지구를 3차 세계대전의 문턱으로 끌고 갈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