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사인 ‘패혈성 쇼크’…40.5도 고열에 근육 녹아내렸다”
건강이상 증상 묵살하고 완전군장 상태로 가혹행위 수준 얼차려 강행 정황
육군, 민간 경찰로 사건 이첩…“투명하게 규명되도록 적극 협조 예정”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군기훈련(일명 얼차려) 도중 쓰러져 사망한 병사가 이상증세를 보였음에도 가혹행위 수준의 훈련을 받다가 패혈성 쇼크로 숨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망 장병의 사인은) 패혈성 쇼크"라며 "병원 도착 무렵 열이 40.5도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임 소장은 "(사망 장병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병원으로 후송됐고, 열사병으로 추정된다"며 "속초의료원에서 2~3시간 치료하다가 열이 안 내려가서 강릉 아산병원으로 이송했는데 이때도 열이 거의 40도였다. 근육이 녹아내리기 시작하기 때문에 신장 투석을 하는 거고, 결국은 신장 투석도 안 되니까 패혈성 쇼크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임 소장은 훈련 도중 고열이 확인될 경우 통상 수분 섭취 및 휴식을 하면 회복되지만, 사망 장병의 경우 심각한 이상증상을 보였음에도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패혈증으로 넘어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40.5도 상태에서 호흡수가 분당 50회였다"며 "정상 수치가 분당 16회에서 20회다. 굉장히 호흡이 가팔랐다는거고, 이미 민간병원에 들어왔을 때는 의식은 있었지만 대답을 잘하지 못하고 헛소리를 하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어 "신병교육대 의무실로 이동한 시간이 (5월23일) 오후 5시20분으로 추정된다"며 "이 시간대는 군의관이 없을 확률이 높다. 외진을 가더라도 119 앰뷸런스가 온 상태에서 가지 않았기 때문에 의식 있는 상태로 가서 긴급후송 체계로 가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군기훈련 시작 전 장병들에 대한 문진 등이 지켜지지 않았고 20kg 안팎의 완전군장 상태에서 금지된 달리기나 팔굽혀펴기, 선착순 뺑뺑이까지 있었다고 임 소장은 지적했다.
임 소장은 당시 얼차려를 받던 6명을 상대로 '선착순 뺑뺑이'를 돌린 부분도 확인됐다며 "여기서부터 어디까지 지정하고 갔다 오게 해서 1등(으로) 오는 사람을 열외로 하고 (나머지는) 계속 돌리는 것"이라며 "신교대(신병교육대)가 얼차려를 무분별하게 남용하는지도 감시를 해야 되는 건데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입소 9일차에 불과한 훈련병들에게 과도한 군기훈련이 적용됐다"며 동료들이 이상증상을 보고했음에도 중단되지 않은 데 대해 "'꾀병, 거짓말'이라는 인식을 갖고 보기 때문에 얼차려를 가혹행위 수준으로 하는 것이 통제되지 않는 지휘체계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군 입대 전에 체력이 다들 천차만별이라 적응기간 동안 체력 상태를 봐야하고, 그게 지나더라도 주위 관찰하는게 교관과 신교대 간부들의 업무"라며 "(훈련병 사망과 관련해) 상해치사까지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군기교육은 규정에 따라 규율을 지키라는 일종의 각성효과를 주는 것"이라며 "(이번 훈련병 사망은) 각성 효과를 넘어선 사실상 고문에 이르는 범죄"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훈련병) 사인은 이미 속초의료원이나 강릉아산병원에 있기 때문에 군은 다 확보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가족 뒤에 숨어 계속 은폐하고 있다. 군이 '수사'가 아니라 '조사'라고 얘기하는데 말장난"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육군은 훈련병 사망 사건에 대한 민·군 합동조사를 마치고 민간 경찰에 해당 사건을 이첩할 예정이다. 민간 경찰과 합동 조사를 통해 확보한 각종 진술과 증거, 문제점 등을 기록한 인지통보서와 폐쇄회로TV(CCTV) 녹화영상 등을 경찰에 제출한다.
서우석 육군 공보과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강원경찰청으로 이첩한다"며 "조사 과정에서 군기훈련 간에 규정와 절차에서 문제점이 식별됐다. 육군은 사건을 이첩한 이후에도 한 점의 의혹 없이 투명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진상이) 규명되도록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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