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달라”“못 주겠다”...공사비 갈등에 조합·시공사 결국 “법대로 해”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4. 5. 2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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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 대비 원가 부담 커
착공 돌입 사업장서도 잡음
조합·발주사 vs 시공사 소송전 난무
서울의 한 도심정비사업 공사현장 인근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승환 기자]
건설자재가격 급등으로 인한 발주사와 시공사간 공사비 갈등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사비 갈등 해소를 위해 중재에 나서곤 있지만, 일부 사업장에선 소송전까지 빚어지고 있어 해결책을 도출하기까진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판교 신사옥 건설공사 도급계약사인 쌍용건설을 상대로 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두 회사는 2020년 967억원의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작년 4월 준공했다.

하지만 공사 기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해 공사비가 폭등했고 쌍용건설은 KT에 공사대금 상승분 171억원을 분담해줄 것을 요청했다.

KT의 이번 소송은 쌍용건설은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KT 측도 협상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던 중 이뤄졌다.

KT는 판교사옥 건설과정에서 쌍용건설의 요청에 따라 공사비를 조기에 지급했고,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45억5000만원)과 공기연장(100일) 요청도 모두 수용했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매경닷컴에 “쌍용건설과 체결한 계약 내용에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들어가 있다”면서 “이번 사태는 회사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가장 빠르고 확실한 종결책인 법적 판단을 받아 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판단이 그 동안의 논란을 해소하는 동시에 사태의 가장 빠르고 확실한 종결책이라는 내부 결정에 따른 것이다”라고 말했다.

쌍용건설은 즉각 발반했다. 현재 KT 본사에서 171억원 추가 공사비 요구 집회를 열기 위한 시위대를 편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한신공영과도 공사비를 놓고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한신공영은 KT 자회사 KT에스테이트와 부산시 동구 초량 오피스텔의 공사계약을 체결해 약 140억원의 추가 공사비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신공영은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한 상태다.

‘더 달라’는 건설사와 ‘더 못준다’는 발주처간의 진흙탕 싸움은 대형건설사의 현장에서도 나타났다.

앞서 GS건설은 지난 3월 서울 강북구 미아3구역(북서울 자이폴라리스)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물가상승 공사대금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액은 약 323억원이다. 미아3구역은 2014년 총공사비 1980억원에 도급계약을 체결해 2017년, 2021년, 2023년 세 차례에 걸쳐 690억원을 인상했다.

같은달 포스코이앤씨도 송도신도시 국제업무단지 B5블록 신축공사 엘제이프로젝트PFV를 상대로 설계변경 등 100억원 규모의 추가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보다 앞선 2월에는 용인테크노밸리를 대상으로 118억원의 구성지식산업센터 공사대금 청구소송도 냈다.

롯데건설도 서울 송파구 거여2-1구역 재개발조합(107억원) 강남구 대치2지구 재건축조합(85억원) 인천 미추홀구 주안4구역 재개발조합(83억원) 등과 공사대금 소송을 진행 중이다.

대우건설은 작년 12월 환경부 산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대상으로 24억원 규모의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DL이앤씨도 인천 부평구 청천2구역(e편한세상 부평그랑힐스) 재개발조합과 1645억원의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이어오다가 최근 조합이 공사비 증액을 결정해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는 공사비 갈등이 합의로 해결되지 않고 소송으로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이다. 한 대형건설사 임원은 “팬데믹 이후로 공사비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건설사들의 수익성 저하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전기료와 시멘트·콘크리트 등 자잿값이 치솟고 있어 업계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민간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계약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 불공정한 경우 특약을 무효로 할 수 있다. 무효 조건은 계약 당시 예상하기 어려운 내용에 대해 상대방에 책임을 떠넘긴 경우 등이다.

앞서 국토부는 2022년 4월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물가변동 조정방식 등을 규정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도 고시했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유권해석에는 법적 강제성이 없는 만큼, 공사비 소송은 잇따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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