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가 게이들로 가득 찼네”...교황 ‘이 단어’로 농담했다가 구설 올랐다

남성 성소수자 비하 용어 사용
성소수자 포용 행보 퇴색 논란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로이터연합]

가톨릭교회가 성소수자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하도록 하는 데 앞장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교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성소수자를 모욕적으로 지칭하는 이탈리아의 혐오 표현을 사용했다는 전언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탈리아어가 모국어가 아닌 교황의 실수라는 옹호론이 나오지만 이미 논란은 확산하는 모양새다.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 코리에레 달레 세라 등 현지 매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일 이탈리아 주교 200여명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신학교가 이미 ‘프로차지네(frociaggine)로 가득 차 있다”고 농담처럼 말했다고 보도했다.

프로차지네는 이탈리아에서 남성 동성애를 매우 경멸적으로 일컫는 혐오 표현이다.

현지 매체들은 참석자들의 말을 토대로 해당 발언이 ‘동성애자에게 사제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소 입장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랑과 존중’이라는 가톨릭교회의 핵심 가치에 따라 성소수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도, 사제직의 경우 가톨릭교회의 엄격한 교리에 입각해 성소수자들에게 허용할 수는 없다고 밝혀 왔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자사가 인용한 주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이 사용한 이탈리아어 단어가 모욕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언급과 관련해 논평해달라는 외신들의 요청에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다.

사회적 파장이 우려된다. 교황이 대중 뒤에서는 ‘다른 생각’을 하는 이중적인 사람으로 비춰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하면서 “만약 동성애자인 사람이 하나님을 찾고 선의를 가졌다면 내가 누구를 심판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사제들이 동성 커플의 축복을 집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파격 행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