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빌라에 '혹' 했다가 '헉'…"느슨한 전세대출, 전세사기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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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이 뛰고 있다.
가격 자극 요인 중 하나는 정부가 보증하는 전세대출이다.
전세대출 보증 조건이 워낙 낮다보니 이를 활용한 전세사기가 가능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세대출 보증 기준이 느슨하다보니 전세사기가 용이하다는 것이 전문가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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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전셋값이 뛰고 있다. 가격 자극 요인 중 하나는 정부가 보증하는 전세대출이다. 전세대출은 지난 5년간 5배 늘었다. 기준이 느슨해 고가전세에도 2조원이나 나갔다. 전세보증은 전세사기 원인 중 하나로도 지목된다. 가계부채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세대출 문제점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28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도권 소형 빌라 월세 비중은 54.1%로 집계됐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월세가 전세 비중을 추월한 것도 처음이다. 소형 빌라의 월세 거래가 늘어난 건 전세 사기 영향으로 분석된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월세 선호 현상을 부추긴 것이다.
전세사기 주요 피해자는 청년들이었다. 지난 23일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전세 사기 특별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피해자 1만7060명 중 73.71%가 20~30대였다.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전세대출이 전세사기의 자금줄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예컨대 건축업자인 임대인이 감정평가사와 분양업자, 공인중개사 등과 공모해 시세 1억원 주택을 이보다 비싼 1억5000만원에 전세 매물로 내놓는다. 신축건물은 거래정보가 없어 임차인은 임대인의 말만 믿고 보증금의 80%까지 전세대출을 받아 임대차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계약이 끝난 직후 임대인은 취득세 등 리베이트를 제공하며 바지 임대인에게 주택의 명의를 넘긴다. 바지 임대인은 자금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집값 하락 시 보증금을 반환 능력이 없다. 결국 임차인은 보증보험금이 나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가입되지 않은 임차인은 원래 집값보다도 비싼 1억5000만원이 보증금을 떼이고 거리로 내몰린다.
전세대출 보증 기준이 느슨하다보니 전세사기가 용이하다는 것이 전문가 시각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이 연령대별 전세자금 대출 공급액을 분석한 결과 20·30대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9월 기준 20·30대의 전세자금 대출액은 26조5000억원으로 전체 공급의 65%를 차지했다.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정부가 보증을 해주지 않으면 개인 신용으로 어떻게 돈을 빌릴 수가 있었겠냐"며 "특히 20대와 30대의 대출을 가능케 한 게 무분별한 전세대출 보증"이라고 지적했다.
전세대출 제도를 손보는 동시에 월세를 택하는 청년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정부는 여전히 전세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에만 집중한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를 선택함으로써 얻는 인센티브를 줄여나감으로써 전세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며 "월세 비용 소득공제 확대, 공공 및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 등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지원책도 종합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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