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시간의 집"…화가 황주리 '마이 러브 프루스트'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2024. 5. 2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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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황주리가 사랑에 관해 쓴 소설 '마이 러브 프루스트'를 출간했다.

"내게 그림이 밥 먹는 일이라면, 글쓰기는 그리움과 함께 사는 법"이라는 황주리는 신구상주의 화가인 동시에 산문가이며 소설가다.

황주리가 주위에서 보고 듣고 혹은 경험한 사랑의 일곱 스펙트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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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소설을 쓰는 일은 수를 놓는 일과 닮았다. 내게 좋은 소설은 촘촘히 놓아진 수를 천천히 감정이입을 하며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의 집이다.”(186쪽)

화가 황주리가 사랑에 관해 쓴 소설 '마이 러브 프루스트'를 출간했다.

"내게 그림이 밥 먹는 일이라면, 글쓰기는 그리움과 함께 사는 법"이라는 황주리는 신구상주의 화가인 동시에 산문가이며 소설가다.

"화가인데 소설을 쓰는 이유요?"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들, 도시에서 태어난 내가 섬 소년이 되어 눈물 날 것 같은 석양의 바다를 상상하는 게 행복해서다. 여기서 행복하다는 건 그러니까 고독과 그 슬픔까지 껴안고 가는 감정이다."

소설가로서 네 번째로 펴낸 이 책에는 무지개 일곱 빛과 같은 일곱 사랑의 에피소드가 담겼다.

황주리가 주위에서 보고 듣고 혹은 경험한 사랑의 일곱 스펙트럼이다. 때로는 통속적이고 때로는 진지한 이 사랑의 에피소드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황주리는 이 사랑에 자신의 독특한 색을 입혔다. 아득한 과거의 기억을 붙잡아 활자로 정착시킨다.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홍차에 적신 과자 마들렌의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은 내게 마치 나 자신의 일처럼 각인되었다. 과거에 맡았던 특정한 냄새에 자극받아 무언가를 기억하는 일을 ‘프루스트 현상’이라 부른다. 내게 프루스트 현상은 일종의 기억술, 혹은 살아있다는 걸 문득 깨닫게 하는 삶의 연금술이었다.”(49쪽)

출판사 휴먼앤북스는 "황주리 연작은 사랑의 에피소드를 섬세하게 붓질하되, 그 기저에 깊숙하게 도사리고 있는 상실과 죽음이, 상속이라는 사회적·경제적 기제와 결합하는 현상은 앞으로의 연구 대상이다. 유러피안 판타지라고 말할 정도의 이 독특함이 소설을 가득 채우고 있다"며 "문장 하나, 문단 하나를 두고 홍차를 마시며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음미하듯이 천천히 즐겨야 하는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화가 황주리는 삶의 풍경을 담아내는 '식물학' 시리즈로 유명하다. 화려한 꽃송이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의 모습을 화석처럼 새겨 보여준다. 그래서 그의 글과 그림은 삶의 순간들에 관한 고독한 일기인 동시에 다정한 편지이며, 촘촘하게 짜인 우리들 '마음의 풍경화'라고 평을 받고 있다. 석남미술상, 선미술상을 수상했다. 유려한 문체로 쓴 '산책주의자의 사생활'등의 산문집과 장편소설 '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 등을 펴냈다. 개인전 35회, 단체 기획전에 500여회 참여했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황주리는 섬세한 감각의 소녀 감성을 지닌 낭만파다. 이번 책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은 늘 우리 안에 있다. 그러니까 잃어버린 시간은 내 안의 보물섬"이라고 알린다.

"이 책은 시작도 끝도 없는 시간에 대한 뜬금없는 명상, 어느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좋은, 우리들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떠난 여행기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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