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훈련병 ‘패혈성 쇼크’ 의심...병원 이송 당시 열 40.5도”

군인권센터 “기저질환 있는데도 군기훈련 강행”

지난 27일 강원 인제군의 한 육군 부대 위병소에 군사경찰 차량이 출입하고 있다. 이 부대에서는 최근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강원도 인제의 한 육군 부대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다가 숨진 훈련병이 ‘패혈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부 제보를 받았다고 군인권센터가 밝혔다. 훈련병은 폐렴 등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었는데, 무리한 군기훈련으로 상태가 심각해져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28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육군 내부 제보 등을 받아 확인한 결과, 숨진 훈련병은 폐렴 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훈련 당일 낮 최고기온이 28도로 한여름 날씨는 아니었고, 쓰러질 때만 해도 의식이 있는 상태였지만 민간병원으로 이송하며 열이 40.5도까지 올랐으며, 분당 호흡수가 50회(정상수치 분당 12∼20회)에 달했던 점 등을 종합하면 단순 ‘열사병’만으로는 사망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센터는 숨진 훈련병이 쓰러진 직후엔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병원으로 긴급후송되지 않고 오후 5시20분께 신병교육대 의무실로 이동했다고도 추정했다. 열이 급격히 오른 것은 민간 병원으로 이송되는 중이었고 병원에 도착해서는 헛소리를 하는 등 의식이 점차 흐려지는 상태였다고 한다. 2∼3시간 치료를 받고도 열이 내려가지 않아 신장 투석까지 하게 됐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 센터가 파악한 사망 당일의 과정이다. 군인권센터는 “이미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인데도 확인하지 않고 ‘뺑뺑이’를 돌렸다는 말이 된다”고 말했다.

센터는 전날 해당 부대 훈련병 6명이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이튿날인 지난 23일 오후 완전군장을 차고 연병장을 도는 군기훈련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군기훈련을 받던 중 숨진 훈련병의 안색과 건강 상태가 안 좋아 보이자 동료 훈련병들은 이를 현장에 있던 간부에게 보고했지만 별다른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해당 훈련병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민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지난 25일 오후 숨졌다.

사망 원인과 관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전날 숨진 훈련병의 부검을 한 결과 외관상 특별한 지병이나 명확한 사인을 판별할 수 없다는 구두 소견을 내놨다. 몸이 좋지 않은 상태인데도 훈련을 강행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육군 관계자는 전날 “민간경찰과 함께 조사를 통해 확인할 부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