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고열에도 ‘무한굴레’ 얼차려…입대 9일차 신병의 그 날
“부모가 軍진행 부검 믿지 못해 국과수에 부검 의뢰”
육군 12사단 을지부대에서 입대한지 고작 9일 된 훈련병이 얼차려를 받던 도중 쓰러져 군병원을 거쳐 민간병원까지 갔지만 끝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번 훈련병 사망 사건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며, 이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군기훈련 규정 위반, 건강상태 사전 체크 무시, 얼차려 중 이상 징후 묵살, 최단시간 응급 후송 미이행 가능성 등을 지적했다.
이는 군기훈련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군기훈련 규정에 따르면 군기훈련은 하루 2시간 이내로 하고, 완전군장을 한 채 걷기는 1km까지, 맨몸으로 앉았다 일어나기는 가능, 맨몸 팔굽혀펴기는 20회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이러한 규정이 철저히 무시됐다. 임 소장은 “군이 철저하게 정보 단속을 했지만 휴일을 맞아 훈련병이 부모들과 통화하면서 정보가 새어나갔다”고 사망이 알려진 경위를 밝혔다.
훈련병이 얼차려를 받은 이유에 대해 임 소장은 “좀 떠들었다는 이유로 군기 훈련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한 훈련병의 사인에 대해서도 “저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패혈성 쇼크로 병원에 도착했을 무렵 열이 40.5도까지 올라갔다”고 전했다. 임 소장은 “열사병으로 추정되는데, 고열에 시달리면 통상적으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휴식을 취하면 회복될 수 있지만, 이번 경우는 회복이 되지 않아 패혈증으로 넘어갔고, 결국 신장 투석을 하던 중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훈련병이 신병교육대 의무실로 이동한 시간이 23일 오후 5시 20분이었다며, 이 시간대는 군의관이 없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119 앰뷸런스로 외진을 가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의식이 있는 상태로 긴급 후송 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상 호흡수는 분당 16회에서 20회인 반면, 훈련병의 호흡수는 분당 50회로 이미 민간병원에 도착했을 때 의식이 있었지만 헛소리를 하는 상태였다”며 “나이가 몇 살이에요? 이름이 뭐예요? 이렇게 물어보는데 대답을 잘하지 못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임 소장은 “속초 의료원에서 2~3시간 치료했지만 열이 내려가지 않아 강릉 아산병원으로 이송했을 때도 거의 열이 40도였고, 이때 근육이 녹아내리기 시작해 신장 투석을 했지만 결국 패혈성 쇼크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얼차려 전에 반드시 건강 체크와 문진을 하도록 되어 있다”며 군이 이를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군기 교육은 고문도 가혹행위도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군의 처사를 비판했다.
끝으로 임 소장은 “부모가 군에서 진행하는 부검을 믿지 못해 국가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며 “부검 결과는 빨라야 한 달 뒤에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육군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5시 20분쯤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모 부대에서 군사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한 명이 갑작스럽게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쓰러진 훈련병은 즉시 민간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어 결국 이틀 뒤인 25일 오후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은 훈련병의 안전과 인권 보호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군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적절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대 내 훈련 및 처벌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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