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위기를 맞이한 나라의 생존 전략

한국의 인구감소 위기를 돌파할 방안
노동력 부족 문제로 인한 기술 개발·도입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 (이철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312쪽 / 2만 원)

2023년 인터넷에서 밈이 될 정도로 화제가 된 영상이 있다. 2022년 기준 한국 합계출산율이 0.78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미국 캘리포니아대 조앤 윌리엄스 명예교수가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이는 '국가적 재앙' 수준의 저출생과 고령화로 대한민국 인구가 줄어들다 못해 소멸하리라는 우울하고 비극적인 전망에 한층 불을 지폈다.

모두가 대한민국 인구의 미래가 정해졌다고 말한다. 이미 저출생 국면에 접어든 지 오래됐고 인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어쩌면 대한민국은 소멸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한다. 인구변화가 가져올 암울한 미래의 모습은 이미 결정돼 있어 바꾸기 어려울까?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넘어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일들을 차근차근 바꿔 갈 방법은 없을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처하거나 극복할 방법이 있기에 포기하지 말라는 교훈을 담은 말이다. 젊은 노동자의 빈자리를 나이 든 노동자가 메운다면 어떨까? 여성과 중·장년층의 노동 참여를 좀 더 활성화한다면? 외국인력을 최대한 잘 활용한다면? 효과적인 대응책을 찾아 현실에 적용할 수만 있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지 않게 새로 쓸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인구와 노동 시장의 미래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인구변화가 불러일으킬 사회경제적 영향은 인구변화 자체보다 더 가변적이고, 정확하게 전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태어나는 아이 수의 장래 추이가 정해져 있다고 해도 이들이 얼마나 생산적인 인력으로 성장할지, 얼마나 높은 비율로 노동시장에 참여할지, 얼마나 오래 일을 계속하는지에 따라 노동 투입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인구변화로 인한 장래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 정도는 기술 및 산업 변화가 가져올 노동 수요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결국 인구변화 미래는 장래인구추계 보고서에 제시된 선명한 표나 그림과 달리 더러 흐릿하고 윤곽조차 잘 잡히지 않는 불확실성의 영역인 셈이다.

이 책은 노동시장에 초점을 맞춰 장차 인구변화가 어떤 사회경제적 충격을 가져올지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를 모색한다.

1장은 한국이 직면한 인구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21세기 한국의 인구 위기가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감소 규모가 너무 크고 그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며, 이에 따라 인구구조 변화 불균형이 한국 사회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임을 지적한다. 이런 면에서 한국 인구문제는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매우 복잡하고 대응하기 어려운 도전이기도 하다.

2장부터 5장까지는 장래 인구변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전망한 결과를 제시한다. 전체 노동시장에 대한 단순한 분석에서 출발, 각 세부 부문 및 유형에 대한 복잡하고 세밀한 분석까지 이어지도록 구성돼 있다. 6장부터 8장까지는 인구변화의 미래를 좌우할 인구집단이라 할 수 있는 청년, 고령자, 외국인과 관련된 문제를 들여다본다.

인구감소에 따라 일할 사람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대한민국, 그 생존 전략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함께 고민해 보고 싶은 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