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이끈 팀, 적장으로 첫 상대··· “영원한 배신자” 야유가 쏟아졌다
과거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에서 김병현과 함께 뛰었던 크레이그 카운셀(54)은 2000년대 밀워키를 상징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이었다. 2007년 밀워키로 이적해 40세 나이로 은퇴를 한 2011년까지 뛰었다. 은퇴 후에는 밀워키 단장 특별보좌로 프런트에서 일했고, 2015년 시즌 초반 감독으로 취임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9시즌 동안 사령탑으로 밀워키를 이끌며 꾸준히 성적을 냈다.
MLB 대표적인 스몰마켓 구단인 밀워키는 그가 감독으로 있는 동안 정규시즌에서 707승 625패를 기록했고, 3차례 지구 1위, 5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018시즌에는 내서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올라가 LA다저스와 7차전 혈투를 벌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그의 아버지가 밀워키 구단 직원으로 일했고, 연고지역인 위스콘신에서 자라며 그 역시 밀워키 팬이었으니 그만큼 인연은 각별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카운셀은 밀워키를 떠났다. 밀워키의 중부지구 최대 라이벌 시카고컵스와 5년 4000만달러(약 540억원) 계약을 맺었다. 카운셀의 컵스행은 적잖은 충격을 남겼다.
4000만달러라는 금액부터 MLB 감독 역대 최고액이었다. 카운셀은 밀워키 마지막 시즌 350만달러를 받았다. 평균 연봉 100만달러가 되지 않는 MLB 감독 중에서는 손에 꼽히는 고액 연봉이었지만, 컵스로 옮기며 2배 이상 많은 돈을 받게 된 셈이다.
새로 부임한 팀이 컵스라는 것도 팬들 사이에서는 큰 논란이 됐다. 컵스는 밀워키의 중부지구 최대 라이벌 팀이기 때문이다. 카운셀의 선택을 비난하는 팬들이 많았다.
28일(한국시간) 컵스 감독 카운셀이 밀워키 홈구장 아메리칸패밀리필드를 방문했다. 컵스 감독 부임 후 첫 밀워키 경기였다. 팬들은 따뜻한 환대 대신 3차례 야유로 그를 맞았다. 경기 시작 전 돌아온 그를 소개하는 영상이 전광판에 비치자 야유가 쏟아졌고, 장내 아나운서가 컵스 선발 라인업 발표 후 마지막으로 그를 호명하자 다시 야유가 터졌다. 8회 투수 교체를 위해 그가 마운드 위로 올랐을 때 이날 경기 마지막 야유가 나왔다.
관중석에는 비난 문구를 손에 든 팬들도 여럿 보였다. 한 팬은 “BORN A BREWER, FOREVER A TRAITOR(밀워키 사람으로 태어난, 영원한 배신자)”라고 적었고, 옆에선 또 다른 팬은 버드 셀릭, 밥 유커, 폴 몰리터 등 밀워키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이름 아래 카운셀의 이름을 적은 뒤 굵은 선으로 그 이름을 지운 종이를 들어 보였다. 밀워키 ‘호적’에서 이름을 파냈다는 얘기다.
경기 전 카운셀은 “더그아웃에서 보는 풍경이 확실히 다르다”며 “오늘은 흥미로운 하루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겨울 자신을 향해 쏟아진 비난들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신경이 쓰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팬들이 원하는 걸 느낄 수 있다”면서 “그런 게 스포츠의 일부이고, 스포츠의 재미”라고 말했다. 카운셀은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는 내 소관이 아니다. 사람들은 느끼고 싶은 대로 느끼는 것”이라며 “항상 긍정적일 필요는 없다. 팬들은 자기가 느끼고 싶은 대로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카운셀은 과거 9년 동안 자신이 이끌었던 상대 팀 밀워키에 대해 “정말 좋은 경기를 하는 팀”이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별로 좋은 경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제대로 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컵스의 1-5 패배로 끝났다. 지구 1위 밀워키는 이날 승리로 2위 컵스와 격차를 4.5경기로 벌렸다. 컵스는 5연패에 빠졌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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