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이락? 구리 용마산 반려견 실종사건 '점입가경'

이호진 기자 2024. 5. 2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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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시 '단순 실종 후 들개에게 물린 것으로 추정'
입장 발표에도 여론 악화되자 추가 판단 근거 공개
구리시가 실종된 강아지 사진이 포함된 실종 전단지와 함께 공개한 견주의 글. (사진=구리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구리=뉴시스]이호진 기자 = 이달 초 서울 중랑구와 경기 구리시 사이에 위치한 용마산에서 보호자와 산택 중이던 반려견이 실종됐다가 사체로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동물보호단체까지 들고 일어나 구리시에 항의 민원을 넣으면서 사태가 과열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구리시가 몇 주 사이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사냥개의 반려견 습격 사건으로 기정사실화된 이번 사건에 대해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내용을 추가 공개하면서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28일 구리시와 견주 측에 따르면 견주 A씨가 키우던 반려견 B는 지난 4일 정오께 A씨의 부친인 70대 C씨와 함께 산책을 하던 중 용마산 시루봉 인근에서 실종됐다가 3일 뒤인 7일 산속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견주 측은 "C씨가 시루봉 인근 등산로에서 잠시 쉬고 있던 중에 갑자기 사냥개가 나타나 B를 물고갔다"며 구리시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B가 실종된 지난 4일 용마산 일대에서는 멧돼지를 봤다는 산불감시원의 받고 출동한 유해조수 포획단이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사냥개 4마리를 풀어 멧돼지를 추적하다가 오후 1시께 돌아갔지만, 이들 포획단은 구리시에 활동 통보만 했을 뿐 구리시가 직접 관리하는 단체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C씨 외에 목격자가 없다 보니 견주 측도 이를 입증할 물리적 증거는 없었지만, 정황상 사냥개가 B를 물어 죽였다는 견주 측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며칠 사이 여론은 사냥개의 습격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그러나 전날 'B가 단순 실종된 뒤 들개의 습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자체 조사 결과 발표 후 침묵을 지켰던 구리시가 견주 측 민원 제기 내용과 시기, 실종 강아지 수배전단 등이 담긴 추가 자료를 공개하면서 한쪽으로만 흐르던 여론에도 변화가 생겼다.

구리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견주 A씨가 구리시에 B의 실종과 관련해 개의 공격을 받았다는 내용의 민원을 처음 제기한 시기는 B 실종 이틀 뒤인 지난 6일로, ‘반려견이 큰 들개의 공격을 받아 아치울마을 쪽으로 도망을 갔고 들개가 쫓아갔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B가 사체로 발견된 다음날인 8일에는 ‘시루봉 인근에서 사냥개가 반려견을 공격했고 놀란 반려견이 죽었는데 사체를 찾지는 못했다. 아래쪽에서 개 몇 마리를 봤다“로 내용으로 바뀌었다.

이어 나흘 뒤인 12일에는 ’시루봉 인근에서 반려견이 멧돼지를 포획하던 사냥개의 공격으로 물려서 죽고, 반려견이 물려가는 장면을 목격했다‘로, 13일에는 ’시로봉 인근 등산로 바위에서 쉬다가 사냥개가 나타나 반려견은 도망치다가 사냥개에 물려 그 자리에서 죽고, 반려견 사체가 사라진 뒤 아래쪽에서 서너 마리의 개를 봤다‘로 내용이 점점 구체화됐다.

언뜻 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전날 반박 자료를 배포한 구리시로부터 사건 당일부터 견주의 민원이 처음 제기된 6일까지 견주 측으로부터 B가 다른 개에 물려갔다는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판단이 복잡해졌다.

구리시 측은 ”B가 실종된 뒤 시청 상황실에 주변 CCTV를 확인할 수 있느냐는 A씨 측 연락이 왔었지만, 관련법상 경찰을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해 이 같은 사항을 안내했을 뿐 다른 개의 습격에 대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5일에 경찰에서 분실물 확인 협조 공문이 와 CCTV 통합관제센터를 방문한 경찰이 현장 주변 CCTV를 열람했으나 B의 흔적을 발견하지는 못했다“며 ”이 과정에서도 경찰이나 견주 측으로부터 B가 사냥개 또는 들개에게 물려갔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구리시는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B 실종 당일 견주 A씨가 인터넷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린 ’강아지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함께 공개했다.

해당 글에는 ’용마산길 시루봉 인근에서 줄을 놓쳐 산 아래쪽 아치울길 방면으로 도망. 아직도 못 찾고 있습니다. 겁이 많아 낮선 사람한테 잘 안 갈수도 있습니다‘라고만 적혀 있을 뿐 B가 들개나 사냥개에게 공격을 당한 뒤 없어졌다는 언급은 전혀 없었다.

여기에 대해 구리시 측은 ”현장 확인 과정에서 주민들로부터 지난 5일께 용마산 인근에서 목줄을 놓쳐 반려견을 잃어버렸다는 사람이 시루봉 쪽으로 도망간 것을 봤다는 사람의 얘기를 듣고 개를 찾으러 다녔다는 진술도 들었다“며 ”이 같은 조사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B가 단순 실종된 뒤 들개에게 습격을 당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박 자료에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사실상 B가 사냥개에게 물려갔고 이를 목격했다는 견주 측 주장을 우회적으로 반박한 셈으로, B의 실종 과정에 불분명하다면 B를 죽인 개체가 무엇인지 확정적으로 말하기도 어려워진다.

경찰 수사가 이뤄진다고 해도 공격한 동물을 확인할 수 있는 B의 사체가 발견된 지 한참이 지난데다 이미 장례를 마쳐 유전자 분석 등에 필요한 시료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견주 A씨는 뉴시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고 후 B가 다른 개의 습격을 받아 물려갔다고 얘기하거나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4일 오후 2시께 지방에서 가족에게 연락을 받고 B가 다른 개에게 물려갔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워낙 정신이 없었고 물려간 B가 살아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또 B의 실종 전단과 게시글에 다른 개로부터 습격을 당한 부분이 빠져있는 것에 대해서는 ”사건 당일 지방에 있다가 B가 없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급히 올라오면서 만들어서 그런 것“이라며 ”B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실종 당일 용마산에 사냥개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고, 실제로 개들이 아버지와 같이 있던 B를 습격해 아버지도 여기저기 다쳤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반박자료 공개와 관련해 구리시 측은 ”반려견을 잃고 슬픔에 잠겨있는 보호자와 가족이 심정을 살펴 이번 사건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해 왔으나 시의 명예가 계속 실추되고 자원봉사자나 다름없는 유해조수 포획단도 큰 상처를 받고 있어 부득이하게 추가적인 판단 근거를 공개하게 됐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된 멧돼지 포획 활동에 대해서는 개선을 추진하고 인근 주민들에 대한 유해조수 포획단 활동 홍보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asak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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