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마약과의 전쟁' 선언했는데 민간 마약재활센터 잇따라 폐쇄

김현지 기자 2024. 5. 2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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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다르크(DARC), 권익위-지자체 나서자 자진폐쇄...민간 마약중독재활센터, 전국 5곳 중 1곳만 남아
정부의 치료-재활기관도 ‘부족’...“일본 다르크 참고해야”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2018년 10월15일 서울지방경찰청 주차장에 대량의 필로폰 등 압수품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마약과의 전쟁'을 선언한 윤석열 정부에서 마약중독 환자들을 위한 재활 시설이 잇따라 폐쇄됐다. 민간 마약중독재활센터 다르크(DARC·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가 서울·경기에 이어 인천에서도 문을 닫은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인천 다르크에 대한 조사를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했고, 조사 결과 인천 다르크가 '미신고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로써 민간 주도로 2012년 처음 설립된 다르크는 기존 5곳에서 현재 김해 1곳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다르크는 공공의 영역이었어야 할 중독자들의 재활에 일정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다르크가 맥을 못 추면서, 정부의 마약중독 치료·재활분야와 관련한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지자체, '미신고 운영' 인천 다르크에 행정처분

시사저널 취재 결과, 국민권익위원회는 2월5일 지방자치단체에 인천 다르크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인천 다르크가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고 운영됐다는 것이 이유다. 인천 다르크는 마약중독 상담가로 이름을 알린 최진묵씨가 2022년 설립·운영한 곳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인천 미추홀구 감사실은 미추홀구 보건소로 이를 내려보냈다. 보건소는 4월1일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인천 다르크가 지자체 신고 없이 설치·운영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중독환자를 보호시설이 아닌 곳에서 수용한 사실도 문제 삼았다(사회복지사업법 제34조제2항, 정신건강복지법 제26조제2항과 제72조제1항 위반).

굳게 닫힌 인천 미추홀구 소재 인천 다르크(왼쪽)와 인천 다르크 운영자 최진묵(오른쪽)씨 ⓒ시사저널 김현지, 유튜브 '마쓰왕' 캡처

인천 미추홀구는 이와 관련해 행정처분을 진행했다. 미추홀경찰서에도 운영자 최진묵씨를 관련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르면, 지자체는 불법 설치물 운영자에게 운영 정지나 시설 폐쇄 등을 명할 수 있다(제40조). 불법 설치물 운영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제54조). 정신건강복지법 역시 불법 수용 행위에 대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제84조).

인천 다르크는 이 과정에서 4월 중순 폐쇄됐다. 최씨가 행정처분 직전 스스로 문을 닫으면서다. 다만 다르크로 활용된 곳은 문을 열어둔 상태다. 인천 다르크 소재지에서 5월27일 오전 만난 한 남성은 "다르크와는 상관없이 잠시 머무르고 있을 뿐"이라며 "시설은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이와 관련해 "센터를 현재 운영하고 있진 않다"며 "그러나 인천 다르크협회는 여전히 존재하며, 현재 정부 정책에 맞는 센터를 꾸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최씨 사건은 4월17일 경찰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종결됐다. 

이에 따라 전국에 남은 다르크는 김해 1곳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마저도 김해는 '다르크'라는 이름 대신 '리본하우스'로 이름을 바꾼 상황이다. 민간 마약중독재활센터 다르크는 마약중독을 회복하기 위한 공동생활 프로젝트가 핵심이다. 회복자가 시설 운영을 맡는다. 이외 중독자들이 공동생활을 하며 재활을 한다. 이들은 여러 프로그램뿐 아니라 봉사활동과 강연 등 지역사회와 연계된 활동에도 참여한다. 이는 1980년대 일본에서 생긴 모델을 국내에 적용한 것이다. 2012년 서울에서 처음 설립됐다. 이후 2022년까지 경기·인천·대구·김해 다르크가 운영됐다. 그러나 김해를 제외한 나머지는 경영난이나 불법 설치물 등의 이유로 폐쇄됐다.

"단약(斷藥) 확실한 방법은 치료-재활기관 생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역할 확대 필요성도 제기됐다. 단약(斷藥) 희망자들은 병원 입원이나 센터 입소 등을 통해 마약중독에서 회복돼왔다. 문제는 이러한 병원 등의 기관이 마약사범 대비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치료보호기관은 5월7일 기준 31곳이다. 병상수는 모두 335개인데, 국립부곡병원(90개)과 인천참사랑병원(50개) 순으로 많다. 물론 이는 과거보다 순차적으로 늘어난 결과다. 그러나 2023년 말 기준 치료보호실적(641명)을 감안하면, 1.9명이 한 병상을 이용한 셈이다. 지난해 마약사범은 2만명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정부 주도형 마약중독재활센터는 이러한 빈자리를 못 채우고 있는 듯하다. 센터의 역할이 '상담과 교육'에만 그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입원·입소를 통해 중독자들의 '실질적 단약'을 이끌어내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정부는 보건복지부 지정 치료보호기관 외에 마약중독재활센터 설립도 진행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마퇴본부)에 따르면, 서울 중앙·부산(2022년)을 시작으로 대전(2023년 7월)에서 센터가 문을 열었다. 올해에는 인천·강릉·수원·경북에서 개소했다. 연내 10곳이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한 올해 예산만 약 60억원이다.

이와 관련해 마약중독 분야의 한 상담가는 "정부의 노력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센터가 환자 교육과 상담하는 역할에만 그친다는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센터마다 센터장 등 근무자들의 역량에 따라 교육과 상담이 천양지차인 것도 부작용의 요인"이라며 "더구나 마약중독 회복을 위해선 치료-재활기관에서 생활하며 단약하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약중독재활 분야에서 성공 사례로 꼽히는 일본 다르크는 정부 지원으로 운영된다"며 "우리나라도 이젠 민간에 맡겨진 재활문제를 공공에서 일정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편 정부는 4월15일 '사법-치료-재활 연계모델'을 전국으로 확대 실시한다고 밝혔다. 마약류 단순 투약 사범의 경우 재판에 넘기지 않는 대신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받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마약류 투약 사범 중 치료·재활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조건부 기소유예자'가 대상이다. 검찰은 과거 마약 투약 사범을 기소유예 처분할 때 선도·치료·교육을 조건으로 달았는데, 앞으론 '재활'을 명시적으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기소유예는 범죄혐의가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전과 이력 등을 감안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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