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응원, 국가별로 어떻게 다를까
국민이 축구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이유, 동시에 어떤 이들은 그렇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미국 스포츠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26일 주요 국가별로 축구국가대표팀을 지지하거나 거부하는 상황을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에서 분석했다. 객관적으로 수치화할 수 없는 주제라 기자, 학자 등이 내놓은 경험과 사견에 기반했다.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정체성 △문화적 전통 △단결과 공동체 의식 △국민주의 상징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로서 집중력 등이다. 동시에 △클럽 충성 △정치적 이유 △개인적인 취향 △축구에 대한 무관심 등 이유로 대표팀을 외면하는 경우도 있다.
영국 사회학자 데이비드 골드블랫은 “세계 무대에서 축구대표팀은 국가와 국가 정체성에 대한 개념과 상상이 형성되는 공간이며 우리가 집단의 일부라고 느끼는 드문 장소 중 하나”라면서 “월드컵만 열리면 클럽 축구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우리’의 일원이 된다”고 말했다. 골드블랫은 “월드컵 때 갑자기 모두 ‘우리’가 되는 것은 개인화 세상에서는 집단적 경험에 대한 갈망이 있음을 설명한다”고 덧붙였다. 디애슬레틱은 “나라마다 축구대표팀에 대한 응원은 지역적, 문화적, 역사적 및 정치적 영향을 받으며, 독특한 도전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축구는 어쨌든 각국 자아 정체성과 국가적 자부심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영국 : ‘잉글랜드 축구 전기, 1872~2022’를 쓴 폴 헤이워드는 “1960년대까지 잉글랜드 팬들은 가끔 노래하고 소리치며 위협하는 정도로 침착한 존재였다”고 회고했다. 당시 대표팀 주장 지미 암필드는 “홈에서 국제경기를 할 때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웨일스는 열광적인 지지를 받지만 잉글랜드는 공손한 박수만 받았다”고 말했다. 헤이워드는 “1966년 잉글랜드가 월드컵에서 우승한 때에는 잉글랜드와 서독 팬들이 완전히 섞여 있었는데 싸움도, 무질서도, 적대감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게 1970년대 변했다. 헤이워드는 “대표팀 지지 팬들이 영국식 나치주의에 감염됐다”며 “대표팀을 지지하는 게 제국주의적이고 국가주의적인 사고방식 수단으로 여겨졌다”고 분석했다. 현재에도 대표팀을 따라다니며 장소를 점거하는 행동이 여전하다. 헤이워드는 “사실상 현지인들에게 ‘여기는 우리의 공간이다. 우리가 여기 있을 동안 이것은 우리 것이다. 더 이상 당신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며 “그들은 다음 나라로 이동하고 그곳에서도 똑같이 행동한다. 이상한 종류의 점령 의식”이라고 비판했다.
■스페인: 대표팀 지지는 지역적, 문화적, 정치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2022년 3월 스페인 대표팀은 바르셀로나 교외에서 알바니아와 평가전을 치렀다. 18년 만에 카탈루냐에서 열린 A매치였다. 바스크 지역에서도 A매치가 거의 열리지 않는다. 카탈루냐와 바스크 지역에서는 스페인 대표팀에 대한 열정이 상대적으로 낮다. 국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수적인 사람들이다. 최근 대표팀이 좋은 성과를 거둔 덕분에 인기가 다소 높아졌다.
■웨일스: 지지자들은 대표팀을 통해 국가적 자부심을 표현한다. 통일된 국민주의적인 느낌이다. 웨일스축구협회는 2022년 국가대표팀 이름을 Cymru(웨일스어로 웨일스를 의미)로 변경했다. 작가이자 해설가인 브린 로는 “과거에는 대표팀을 지원하는 게 소수 열렬한 팬들의 전유물이었다”며 “왜냐하면 대표팀 성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그들은 축구를 넘어 국가를 지원하는 심정이었다. 웨일스는 ‘독립 축구 국가’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는데 큰 인기를 끌었다. 웨일스에서는 아직도 상당 부분 실제로 독립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레스 베일, 아론 램지 등이 대표팀과 프로팀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것도 국가적 자부심을 높이는 동력이 됐다.
■모로코 : 모로코 축구 저널리스트 아미네 엘 아미는 “대표팀을 지지하는 방식이 우리가 프랑스에 의해 점령당한 때와 관련이 있다”며 “당시에 축구는 ‘우리는 이런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독립을 원한다’고 말하는 특별한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1928년 프랑스 식민 지배 속에서 창단됐다. 1954년에는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출신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이 파리에서 프랑스와 맞붙었고 알제리 지진 피해자를 위한 기금도 모았다. 엘 아미는 “그 강렬한 감정이 지금도 남아있다. 때로는 대표팀에 대한 ‘미친 사랑’으로 표현된다”고 말했다. 그는 “모로코 사람들은 심미적이고 귀여우며 아름다운 모든 것을 사랑한다”며 “때로는 효율적인 것보다 아름다운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대표팀도 최고 플레이를 보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엘 아미는 “모로코 국민은 대표팀과 ‘로맨틱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최근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젊은팬들의 응원도 뜨거워졌다”고 덧붙였다.
■독일: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 대표팀에는 국가주의에 경도된 사람들이 주로 몰렸다. 그게 달라진 게 2006년 독일월드컵이었다. 감독과 선수들이 보인 플레이는 과거와는 달리 현대적인 느낌을 줬다. 독일 출신인 디애슬레틱 라파엘 호니그슈타인 기자는 “축구가 갑자기 새롭고 느긋하며 궁극적으로 평화로운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새로운 대표팀은 너무 큰 인기를 끌었고 심지어 터키 사람들도 갑자기 독일 국기를 흔들었다”고 회고했다.
■멕시코: 매년 멕시코는 미국 내 주요 히스패닉 도시에서 5경기를 치르는 미국 투어를 진행한다. 평균 관중은 6만4000명이다. 멕시코는 2026년 월드컵을 미국과 캐나다와 공동으로 개최한다. 이번 여름 미국에서 개최되는 코파 아메리카에도 초청국으로 출전한다. 미국에서 멕시코 축구대표팀 인기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애슬레틱에서 미국축구를 담당하는 폴 테너리오 기자는 “미국 내 멕시코인들은 멕시코 대표팀이 어디에서 경기하든 표를 모두 산다”며 “미국대표팀은 3만 명 규모 경기장에서 A매치를 하지만 멕시코대표팀은 6만에서 8만명이 들어가는 미국프로풋볼(NFL) 경기장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테너리오 기자는 “미국이 멕시코와 결승전을 치르면 관중은 65% 대 35% 비율로 멕시코가 많다”며 “미국에 사는 수많은 멕시코인들이 그들의 뿌리가 멕시코에 있음을 느끼는 기회”라고 분석했다.
■브라질: 9번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한 브라질에서 대표팀을 지원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치, 클럽 충성도, 역사적 맥락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 축구 저널리스트 마틴 페르난데스에 따르면, 대표팀과 팬들 간 관계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그는 “다수 브라질 사람들은 월드컵, 코파아메리카 우승보다는 지역팀이 국내에서 우승컵을 드는 걸 선호한다”며 “사람들은 자기 클럽에 대해 열정적인 반면, 국가대표팀에는 열정이나 참여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거의 모든 스타 선수들이 어릴 때 유럽으로 떠나면서 국민과의 연결성이 약해진 것도 이유다. A매치 티켓 가격이 비싼 것도 걸림돌이다. 페르난데스는 “브라질 팬들은 자기 팀에서 국가대표가 나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며 “국가대표팀보다는 지역팀이 잘하기를 원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물론 월드컵은 조금 다르다. 브라질 리그가 멈추는 유일한 시간이며 팬들은 국가대표팀에 집중한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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