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리는 곧은 목소리… 조선시대 상소는 어떻게?

배소영 2024. 5. 2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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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국민이 언론이나 국민동의청원 등의 수단을 통해 국가에 목소리를 낼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조선시대에도 국가의 정책과 운영에 대한 의견을 왕에게 개진할 방법이 있었다.

조선 초기 상소는 국왕에게 국정에 대한 의견을 전하는 수단으로 관료들이 작성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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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운영의 기초로 쓰여
“조선 지식인의 비판의식 살펴볼 수 있어”

오늘날 국민이 언론이나 국민동의청원 등의 수단을 통해 국가에 목소리를 낼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조선시대에도 국가의 정책과 운영에 대한 의견을 왕에게 개진할 방법이 있었다. 물론 글을 쓸 수 있는 지식인층에 국한됐지만 조선은 백성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었다. 바로 ‘상소’ 제도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은 28일부터 8월25일까지 경북 안동시 유교문화박물관 4층 기획전시실에서 조선의 상소 제도를 살펴볼 수 있는 ‘세상을 살리는 곧은 목소리, 상소’ 정기기획전을 개최한다.

성학십도병풍.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재야 지식인들, 공론을 형성하다

조선시대 왕은 궁궐을 나와 백성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었다. 따라서 상소는 공론을 들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었다. 국왕은 상소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국정에 참고하려 노력했다.

상소는 국왕에 대한 충고와 정책에 대한 비판이 담기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내용을 문제 삼아 상소자를 처벌하는 행위는 자제했다. 상소를 통한 사회문제의 제기가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조선시대 지식인들은 관직에 진출하면 국왕과 함께 나라의 운영을 책임지는 존재가 돼야 했으며, 관직에서 물러나 재야에 있더라도 항상 국정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적하는 비판적 지식인이 돼야 했다.

조선 초기 상소는 국왕에게 국정에 대한 의견을 전하는 수단으로 관료들이 작성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점차 시간이 흐름에 따라 15세기에는 성균관의 유생들이 예비관료의 자격으로 국가정책에 대해 상소를 올리기 시작했고, 16세기가 되자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재야의 지식인들에게도 상소 제도가 개방됐다.

하지만 관료가 아닌 사람의 단독 상소는 국정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이 담긴 사사로운 요구로 간주될 수 있었기 때문에 공론을 모아 상소를 올리는 ‘유소’가 일반적이었다. 특히 재야 지식인들이 공론을 형성하고 그 의견을 담아낸 유소는 동아시아권에서도 거의 조선에서만 볼 수 있는 여론 전달의 형태이다.

사도세자 추존 만인소.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조선시대 1만 명 서명운동 ‘만인소’

이번 전시는 3부의 주제로 구성했다. 제1부 ‘상소’에서는 상소의 형식을 볼 수 있는 자료와 사직상소, 유소, 시무상소, 응지상소 등 다양한 상소의 종류를 소개하고 있다. 제2부 ‘조선을 움직인 상소들’는 조선시대 국정의 방향을 틀었던 각종 상소문을 전시한다. 제3부 ‘만인소’에서는 길이 9650㎝에 달하는 ‘사도세자 추존 만인소’를 만나볼 수 있다. 1만94명이 서명한 이 만인소는 중요성을 인정받아 2018년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지역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기록유산이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사회 참여적인 비판의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정기기획전을 구성했다”면서 “상소문을 통해 선조들이 발견했던 문제의식과 국가를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노력한 책임 의식을 살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동=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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