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야모야병 앓던 40대, 장기기증 통해 5명에 '새 삶'

박채령 기자 2024. 5. 2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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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에 모야모야병을 진단 받았던 지체장애인 한정선씨(45)의 생전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모야모야병을 앓던 지체장애인 한정선씨(45)가 장기 기증을 통해 5명에게 새 삶을 주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4일 서울보라매병원에서 한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천사가 돼 떠났다고 28일 밝혔다.

매일 한씨와 통화를 하던 활동지원사는 지난달 30일 한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급히 집으로 찾아갔다. 화장실에서 쓰러진 한씨를 발견하고 즉시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시작했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한씨가 7살에 모야모야병에 걸려 지체 장애 2급으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왔기에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기증 후 다른 사람의 몸 속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라며 기증을 결심했다.

한씨는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 간장, 신장(좌, 우), 폐장(좌, 우)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렸다.

서울에서 1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난 한씨는 7살때 뇌혈관이 좁아지는 희귀난치병인 모야모야병을 진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사람들은 한씨를 “내성적이지만 친한 사람에게는 마음을 열고 늘 뭔가를 나눠주고 애정을 표현했다”며 “마음씨 따뜻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한씨는 서울시립 뇌성마비 복지관에 아침마다 방문해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하며 늘 밝게 웃으며 즐겁게 지냈고, 매일 복지관 선생님과 활동지원사에게 시를 써서 주는 것을 제일 좋아했다고 한다.

한씨의 어머니 김의신씨는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하게 잘 지내라. 누구도 할 수 없는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갔으니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잘 살아. 사랑한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질병의 아픔을 경험했기에 다른 아픈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생명 나눔을 실천해주신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며 “기증자의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이 사회를 더 환하게 밝힐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씨가 복지관 활동지원사 등에게 전달했던 시

강아지

한정선

우리 강아지는 내가 예뻐하지요

너무 귀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른답니다

강아지는 나를 보면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흔들

강아지는 우리 가족이다

반갑다고 멍멍 짖고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너무 귀엽고 너무 예쁘다

한정선

나는 새가 되어 어디든 날아

자유롭게 어디든 날아

님 계신 곳으로 날아

날개 펴고 님 계신 곳으로

날아서 간다

님 계신 곳으로 날아가고 싶다

찾아가고 싶다

박채령 기자 cha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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