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만 14년' 명장-외국인-내부 승격 다 옷 벗었다…한화 감독, 도대체 누가 해야 할까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한화 이글스 사령탑이 또 경질됐다. 리그 최고 명장으로 불렸던 이들도, 외국인 감독 새바람도, 퓨처스팀부터 이끌며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온 감독도 통하지 않았다. 한화 차기 사령탑은 어떤 인물이어야 할까.
한화는 27일 '박찬혁 대표이사와 최원호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최원호 감독은 지난 23일(대전 LG 트윈스전) 경기 후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혀와 26일 구단이 이를 수락하며 자진 사퇴가 결정됐고, 박찬혁 대표이사도 현장과 프런트 모두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동반 사퇴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한화는 지난 23일 대전 LG전에 4-8로 지면서 올 시즌 처음 최하위로 떨어졌다. 한화는 3월 성적 7승1패로 선두를 질주하며 돌풍을 일으켰는데, 너무도 잠시였다. 4월부터 끝 모를 추락이 시작됐다. 한화는 4월 성적 6승17패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며 하위권으로 추락했고, 반복되는 연패에 부담을 느낀 최 감독은 자진 사퇴를 고민하고 있었다. 5월 들어 8승11패1무로 4월보다는 나은 성적을 내고 있었으나 여전히 하위권을 맴돌았다. 시즌 첫 최하위를 찍었을 때 최 감독이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힌 이유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는 '윈나우'를 외쳤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에이스 류현진을 8년 총액 17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모셔왔고, 타선과 내야 강화를 위해 외부 FA 안치홍을 4+2년 72억원에 데려왔다. 지난해 외부 FA로 영입한 주장 채은성에게도 6년 총액 90억원을 썼다. 장민재, 이태양 등 스윙맨이 가능한 베테랑 투수들도 FA 시장에서 붙잡고, 이재원, 김강민 등 은퇴 또는 방출 위기에 놓였던 베테랑들을 데려오면서 즉시전력감 확보 및 뎁스 강화에 나섰다. 구단은 '올해는 성적을 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는데 최하위권을 전전하니 사령탑은 퇴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누가 한화를 맡을까다. 한화는 2009년 '국민 감독'이라 불리던 김인식 감독이 물러난 뒤로는 사령탑들의 무덤이 됐다. 2010년 부임한 한대화 전 감독은 2012년 8월 성적 부진을 책임지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후로는 명장들을 줄줄이 선임했다. 김응용(2013~2014년), 김성근(2015~2017년) 전 감독까지 왕조를 구축했던 사령탑들을 모셔 왔으나 한화는 여전히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김응용 전 감독은 임기 2년을 채우고 물러났고, 김성근 전 감독은 2017년 5월 유니폼을 벗었다.
2018년 제11대 감독으로 부임한 한용덕 전 감독은 2010년 이후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유일한 감독이다. 부임 첫해였던 2018년 시즌 성적 77승67패로 3위를 차지하면서 한화에 특별한 가을을 선물했다. 그러나 2019년 9위로 추락하고, 2020년 시즌 초반에도 부진이 이어지자 결국 자진 사퇴했다.
한화는 여기서 또 변화를 선택한다. 외국인 감독이다. 2020년 11월 한화는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을 선임했다. 한화 구단 역사상 첫 외국인 감독이었다. 한화는 수베로 감독과 리빌딩을 선언했고,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어도 수베로 감독과 동행을 이어 갔다. 그러나 2023년까지 최하위권에서 팀이 벗어나지 못하자 결국 수베로 감독을 경질하게 됐다.
반복되는 실패에 한화는 내부 승격으로 눈을 돌린다. 그게 바로 최원호 전 감독이었다. 최 전 감독은 2019년 11월 한화 퓨처스팀 감독을 맡았고, 한용덕 감독이 물러난 2020년 시즌 후반 감독대행을 맡기도 했다. 수베로 감독이 부임하면서 최 감독은 다시 퓨처스팀 감독을 맡아 다시 유망주 육성을 이끌었다. 퓨처스팀부터 시작해 1군까지 한화 내부 사정을 너무도 잘 아는 지도자였기에 한화는 윈나우를 맡길 적임자로 판단해 지난해 5월 1군 감독으로 3년 계약을 안겼다.
한화는 지난 14년 동안 팀을 상위권으로 올려놓을 지도자를 물색하고 선임했지만, 결과는 늘 실패였다. 명장도, 외국인 감독도, 내부 승격 지도자도 끝내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지 못했다. 반복되는 사퇴 행진에 한화는 새 얼굴 모시기가 더더욱 힘들어졌다. 구단은 신속히 차기 감독 선임에 나서겠다고 했으나 분명 쉽지 않은 작업이 될 전망이다.
나머지 9개팀 코치진이 모두 조각된 상태에서 사령탑을 구하기란 더더욱 쉽지 않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 2월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김종국 전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로 계약 해지되자 이범호 타격코치를 감독을 선임했다. 퓨처스팀부터 시작해 구단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지도자이기에 빠르게 분위기를 수습할 적임자로 바라봤다. 덕분에 KIA는 갑작스런 감독 교체에도 흔들리지 않고 시즌 초반 31승20패1무 승률 0.608를 기록하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한화는 여러 실패의 경험 속에서 성공의 실마리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대표이사와 감독이 모두 물러난 가운데 일단 손혁 단장 홀로 남아 팀 수습에 나선다. 한화 감독이라는 독이 든 성배를 누가 기꺼이 들지 야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 감독 선임 전까지는 정경배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는다.
한화는 27일 올해 부진했던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까지 웨이버 공시하면서 선수단에 분위기 전환을 꾀하겠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던졌다. 한화는 28일 현재 시즌 성적 21승29패1무로 8위에 올라 있다. 5위 NC 다이노스(27승24패1무)와는 5.5경기차다. 남은 시즌 93경기가 남은 것을 고려하면 가을야구를 포기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한화는 새 사령탑과 새 외국인 선수를 구원 투수로 맞이해 후반기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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