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난민촌 공습에 45명 사망…이집트 군인도 숨져 긴장 고조(종합)

박재하 기자 강민경 기자 정윤영 기자 2024. 5. 2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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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하마스 노렸지만 대규모 민간인 피해 초래
국제사회 비판 한목소리…국경서 이집트군과 교전도
2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의 텔 알술탄 난민촌에서 피란민들이 이스라엘군 공습에 불타버린 구호품을 쳐다보고 있다. 이 공습으로 최소 45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2024.05.27/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강민경 정윤영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의 한 난민촌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45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를 '비극적 실수'라 인정하며 조사를 예고했지만 전 세계에서 비판이 쇄도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런 가운데 라파 검문소에서 인근에서 이스라엘군과 이집트군 간에 교전이 벌어져 이집트 군인 1명이 사망하면서 라파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라파 공습에 피란민 45명 사망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전날 밤 라파 북서부 텔 알술탄 난민촌 내 하마스 거점을 공습해 지휘관 2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번 공습으로 여성과 노약자 23명을 포함해 45명이 숨지고 249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해당 지역은 이스라엘군이 피란을 위해 지정한 '인도주의 구역'으로, 공습 당시 수천 명이 천막 등에 머물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2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의 포격을 받은 가자 지구 라파에서 불길에 휩싸인 주택이 보인다. 2024..5.27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에서는 이미 100만 명의 비전투원들을 대피시켰고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비극적인 실수가 있었다"라고 난민 사망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아비 하이만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초기 조사 결과 하마스 지휘관을 겨냥한 공습 때문에 발생한 화재가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ABC방송은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이스라엘 측이 라파 공습 당시 연료 탱크가 폭탄 파편에 맞아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현장 동영상에도 어둠 속에서 불길이 치솟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모습과 소방차 한 대가 불길을 끄는 장면 등이 담겼다.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의 한 난민촌에서 피란민 45명이 숨진 가운데 주민들이 시신을 트럭으로 옮기고 있다. 2024.05.27/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국제사회, 이스라엘 비판 한목소리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에 라파 공격을 중단하라는 긴급 명령을 내린 지 이틀 만에 이 같은 대규모 민간인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국제사회는 경악하며 잇달아 비판 성명을 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피난처를 찾던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이 사망했다"라며 "가자지구에는 안전한 곳이 없다. 이 공포는 멈춰야 한다"라고 밝혔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난민촌에서 찍힌 영상은 끔찍하며 이미 많은 민간인 사망자를 낸 이스라엘의 전쟁 방법과 수단에 뚜렷한 변화가 없음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습에 "분노했다"라며 "이러한 작전은 중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캐나다 정부는 라파 공습으로 "공포에 질렸다"라며 "캐나다는 이스라엘의 라파 군사 작전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민간인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라파 공격 중단을 촉구하지는 않았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공격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말했듯이 이스라엘은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예방 조치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AFP통신은 외교관들을 인용해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알제리가 이스라엘의 난민촌 공습으로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으며 논의가 비공개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의 한 난민촌에서 피란민 45명이 숨진 가운데 유족들이 시신을 옮기며 오열하고 있다. 2024.05.27/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이스라엘-이집트 교전까지 겹쳐

이처럼 라파 난민촌 공습을 두고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라파 검문소에서는 이스라엘군과 이집트군 간의 충돌로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은 "이집트 국경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라며 "이 사건을 검토 중이며 이집트 측과 논의 중이다"라고 발표했다.

이집트 국영 매체 알카헤라 뉴스는 이집트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날 라파 검문소 인근에서 이스라엘군과 이집트군 간 총격이 발생해 이비트 군인 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총격전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집트 측은 이번 사건이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 간의 교전으로 촉발됐다"라며 "이로 인해 여러 방향으로 총격이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하고 이스라엘 측에 이집트 보안군의 안전을 위협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이집트는 그동안 이스라엘의 라파 검문소 장악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구호품 반입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스라엘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특히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을 중재하는 국가 중 하나로, 지속해서 이스라엘에 휴전을 압박해 온 바 있다.

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와 이집트를 잇는 라파 검문소 앞에 이스라엘의 탱크가 세워져있다. 2024.05.07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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