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여파’로 경매 쌓여가는 서울 빌라…18년 만에 최다

연이은 유찰로 매물 쌓여…HUG, 일부 보증금 회수 위해 대항력 포기

(시사저널=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서울 성북구 일대 다세대·빌라가 밀집한 주택가 모습 ⓒ 연합뉴스

'전세사기' 사태의 여파로 서울 빌라가 법원 경매에 계속 쌓이고 있다. 5월 기준 서울의 빌라 경매 건수가 또 다시 늘어나며 2006년 1월 이후 최다 수준을 기록했다.

28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27일 진행된 서울 빌라(연립·다세대 주택) 법원 경매 건수는 1149건을 기록했다. 이달말 진행 예정인 빌라 경매 건수를 합하면 총 1494건이다. 지난달(1456건)보다 50여 건 많다. 이는 2006년 5월(1475건) 이후 역대 최다 수준 기록을 한 달 만에 또 깨뜨린 것이다. 2006년 1월(1600건) 이후 최다치이기도 하다.

서울의 빌라 경매는 지난해까지 월평균 600∼800건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 1월 1290건, 2월 1182건, 3월 1048건, 4월 1456건 등으로 올해 들어 매달 1000건을 웃돌고 있다.

전세값 급등기였던 2022년 시작된 전세사기(깡통전세) 사태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못 되돌려주거나 대출을 갚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면서 경매 건수는 증가세를 그리고 있다. 경매에 부쳐지더라도 여전한 빌라 비선호 현상에 유찰이 반복되면서 경매 매물은 쌓이고만 있는 실정이다.

지난 1∼27일 낙찰률(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20%다. 이는 전달(15%)보다 다소 개선된 수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항력을 포기한 빌라 경매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HUG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에게 집주인 대신 보증금을 준 뒤 채권 회수를 위해 강제 경매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보증금이 크다 보니 경매 시장에서 낙찰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HUG는 일부 보증금(채권)이라도 회수하고자 최근 임차인 대항력(묶여있는 보증금)을 포기하고 있다. 이 경우, 낙찰자는 낙찰 금액 외에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부담하지 않게 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당분간 빌라 경매 건수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매매시장에서의 빌라 기피 현상이 경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유에서다.

그는 "빌라 시장 자체가 살아나지 않는 한 경매 시장에서 빌라 경매 진행 건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어 당분간 경매 건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며 "그래도 HUG가 대항력 포기로 낙찰률은 좀 더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