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XR·AR따라… 229년전 ‘정조의 길’ 동행
국립고궁박물관서 전시회 한창
화성 100리 여정 실감나게 체험
활쏘기·배다리 등 관람객 감탄
사비나미술관서도 ‘VR 기획전’
클릭만으로 현장처럼 감상 가능
가상현실(VR)과 확장현실(XR), 증강현실(AR) 기술을 통해 전통문화 유산과 미술 작품이 새롭게 되살아나고 있다.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박물관과 미술관의 기획전을 집에서 감상할 수 있는 시대. 특유의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간혹 따분하게 느껴졌던 박물관이 더욱 생생하고 가깝게 관람객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전통 문화유산 전시의 틀을 바꾸다…국립고궁박물관 디지털 기획전
“와! 이거 진짜 신기해! 한 번 더 하고 싶어!”
229년 전 거행된 정조의 수원 화성 100리 길 여정이 최신기술을 만나 박물관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서울 종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지난 21일부터 열리고 있는 ‘실감 화성, 디지털로 체험하는 8일간의 왕실 행차’에서 XR 기기로 구현된 콘텐츠를 막 체험하고 나온 관람객은 감탄하며 ‘회전문 관람(반복 관람)’의 뜻을 내비쳤다.
이번 전시는 정조가 1795년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에 들른 뒤 수원 화성행궁까지 다녀온 8일간의 여정을 재현했다. 대표적 왕실 회화 작품인 8폭 병풍 ‘화성원행도(華城園幸圖)’를 기반으로 여정의 다양한 모습을 구역을 나눠 구성했다. 각각의 VR, XR 기기로 정조가 신하들과 함께한 활쏘기 행사, 한강에 띄운 배를 이어 만든 ‘배다리’ 등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한편 지난 3월부터 박물관 1층 기획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작은 금강, 칠보산을 거닐다: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칠보산도병풍(七寶山圖屛風) 디지털 영상 전시’는 5m 높이와 20m 폭에 달하는 3면의 스크린에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 ‘칠보산도병풍’을 구현하며 문화유산 디지털 전시의 포문을 열었다.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품을 기반으로 구현된 전시는 양방언의 음악과 류준열의 내레이션으로 풍부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오는 7월에는 새 단장을 마친 기획 전시실에서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AR 기술로 재현돼 방문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프랑스의 AR 전문 미디어 기업 ‘히스토베리(Histovery)’와 함께 중세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역사 속 노트르담 대성당의 변화되는 모습과 역할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같은 디지털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문화유산에 감춰진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이다. 칠보산도병풍 전시는 화폭 속에 구현되지 않은 눈 내린 칠보산의 계절성을 구현하고, 노트르담 대성당 전시는 지금은 현장에 방문하더라도 알 수 없는 과거 성당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실감 화성’ 전시에 참여해 디지털 콘텐츠 구현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 유정민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디지털헤리티지학과 교수는 “그림의 궁중 행사 한 장면 속에 들어가 그 당시 사람들의 복식과 문화를 세밀하게 느껴볼 수 있다”며 전시를 ‘디지털 타임머신’이라고 설명했다.
◇손안의 미술관, 내 방 속 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주부터 앱을 통해 1∼3층에 해당하는 모든 상설 전시실을 손안으로 옮겨놓았다. 박물관에 도착해 앱을 구동하면 현재 위치를 카메라를 통해 파악하고 원하는 전시 작품까지의 길을 안내한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 유물의 관람과 더불어 준비된 AR 콘텐츠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진흥왕 순수비’의 경우 유물이 발견된 북한산의 배경과 관련 역사를 함께 보여주는 식이다. 또한 ‘온라인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과 의미’ 특별 기획 전시를 직접 돌아다니는 듯한 VR 콘텐츠로 되살려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
한편 서울 은평구의 ‘사비나 미술관’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기획 전시를 VR로 제공한다. 홈페이지 접속 후 클릭 몇 번만 하면 누구나 전시실 한가운데로 이동해 화면을 움직여가며 전시장을 둘러보고 작품도 손으로 확대해 가며 감상할 수 있다. ‘갤러리 360’도 화면 속에만 존재하는 공간을 통해 작가와 관람객을 잇는 VR 전시 서비스를 제공한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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