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자위해서라면…“법률도 고치고, 그린벨트도 풉니다”[로컬인사이드]

곽시열 기자 2024. 5. 2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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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컬인사이드 - ‘미래 성장동력 확보’ 팔 걷고 나선 울산
운행 않는 철도 장생포선 폐지
기업 공장용지 제공방안 추진
그린벨트 해제로 전기차 공장
미래차 부품 집적단지 조성도
투자 기업에 전담공무원 파견
에쓰오일 주차장·야적장 마련
법률개정 건의 입법예고 성과
울산 울주군 온산읍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현장에 석유화학 복합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부지 조성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에쓰오일 제공

울산=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

“기업 애로 사항, 무엇이든 해결해 드립니다.”

울산시가 기업에 무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섰다. 용지가 부족하면 산업단지를 개발해 주고, 공장 조성에 필요한 인허가는 공무원이 직접 현장에 나가서 도와준다. 특히 제도적 문제로 공장 조성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정부를 설득, 법률까지 개정해 문제를 해결해 준다. 기업 투자 유치를 통해 인구 소멸을 막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시가 현재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부족한 기업의 용지 부족난 해소 사업이다.

28일 시에 따르면 시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울주군 온산국가산단을 50년 만에 확장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온산공단 인근의 울주군 청량읍 용암리와 온산읍 학남리 일원에 오는 2030년까지 148만㎡의 산단을 조성하는 것이다. 공단 내 84개 기업에서 293만㎡의 부지를 필요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사업은 최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내년부터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지난 1974년 지정된 2500만㎡ 규모의 온산공단에는 금속, 화학, 석유 관련 기업 320여 개가 입주했으나, 공단 내 기업들이 추가 공장 조성을 위한 용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자동차 전기자동차 전용 공장 조감도. 현대차는 이곳에서 오는 2026년부터 연간 20만 대 규모의 전기차를 양산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제공

시는 또 울산 국가공단 내 사용하지 않은 철도 노선인 ‘장생포선’을 폐지, 이 부지를 인근 기업들의 용지로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길이 1.9㎞(2만7000㎡)로 울산공단 내 11개 공장 사이를 지나는 장생포선은 2018년부터 운행이 중단돼 기업들이 줄곧 공장용지로 제공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이에 시는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울산 민생토론회에서 이 문제 해결을 건의했고, 정부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현재 철도 노선 폐지 절차가 한창이다. 시는 올 상반기 중으로 철도 노선이 폐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곳에 철도가 사라지면 10여 개 기업에서 2100억여 원을 투입, 공장 및 창고 등의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산단 조성도 한창이다. 시는 우선 전기자동차 전용 공장이 들어서는데 마땅한 공장용지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현대자동차 등 기업들을 위해 인근 동구 서부동 그린벨트 69만㎡에 대한 해제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에 그린벨트 해제 및 산단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시는 이곳에 ‘미래자동차 부품 집적단지’를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3000억 원을 들여 2028년쯤 공단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중구 성안·약사동 일대에도 85만㎡의 그린벨트를 풀어 저탄소 친환경 기업 유치를 위해 일반산단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투자 기업이 제도적 문제에 부딪혀 애로 사항을 호소하자 법 개정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온산국가산단 내에 9조2580억 원을 들여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에쓰오일이 법적인 문제로 주차장과 자재 야적장(23만㎡)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자 정부를 대상으로 법률 개정에 나선 것이다. 에쓰오일이 인근의 다른 공장의 빈 부지를 임대해 주차장과 야적장으로 사용하려 해도 현행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이 산단 내에서는 공장 시설 없이 산업용지만 빌려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는 지난해부터 줄곧 산업통상자원부와 기재부 등에 ‘미투자 산업시설용지의 임시 사용’ 관련 규제 개선을 건의했고 산업부는 결국 지난달 산단 내 용지를 주차장·야적장 용도로 임대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국회 통과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지역 내 투자 기업에 공무원들을 파견하고, 공장 건축 인허가를 돕는 기업 현장 지원 전담팀(TF)을 운영하는 등 투자 기업에 대한 행정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2조 원을 들여 전기차 전용 공장을 조성 중인 현대차에는 2022년부터 2명의 전담 공무원을 파견했고, 9조2580억 원대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에쓰오일을 비롯한 석유화학 투자 기업에도 2명의 전담 공무원을 배정해 현장 근무를 하도록 지원했다. 1조6000억 원대 투자가 이뤄지는 삼성SDI에도 1명의 공무원을 지원했다. 그 결과 현대차는 공장 건축 인허가 기간이 3년에서 10개월로 단축됐고, 삼성SDI는 3년에서 6개월로 단축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기업들의 만족도도 아주 높다.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기업체 관계자는 “종전에는 공무원들이 기업 민원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을 많이 했는데, 요즘에는 어떻게든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히 드러난다”며 “이런 분위기는 실제 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향후 투자를 확대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기업의 투자가 곧 울산의 미래를 담보한다는 생각으로 기업 지원책을 펴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업 투자 결정부터 사업 진행과 완료까지 투자 전 주기에 걸쳐 기업 지원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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