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헌은 괜찮은 놈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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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2: 꾼들의 전쟁>이 곧 방송을 앞두고 있죠. 어떤 이야기입니까?
저희가 이 드라마에 붙인 이름은 ‘팀플레이 액션 사기극’이에요. 저희 팀원은 가진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모은 돈을 사기 쳐서 다시 훔쳐옵니다. 이 친구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정의를 구현하고 사회악을 처단하는 내용입니다.
어떤 부분이 재미있을까요?
저희가 해외에 뿔뿔이 흩어졌던 도망자 신세였다가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계기가 생겨요. 이번에 합류한 오연서 씨가 저희를 끌어들입니다. 우리는 그에 맞춰 원래 하던 걸 합니다. 이 사람이 왜 우리를 끌어들였고 뭘 하고 싶어 하는지를 보면 재미있을 것 같고요. 제가 맡은 강하리 역은 작전을 설계하고 판을 짜는 일을 해요. 그런 걸 봐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배우도 나름의 취재나 조사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강하리 배역을 위해 사기꾼이나 검사를 만나서 이야기해본 적도 있으세요?
감독님과 제가 친한 검사 후배에게 물어본 적은 있었습니다. 다른 드라마는 응징해야 하는 악이 있다면 그냥 때리거나 훔치면 되는데 우리는 그렇게 못 해요. 어느 정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기 쳐서 그 돈을 가져와야 하고, 반전도 매회 줘야 해요. 보시면 알겠지만, 이번 시즌에는 지금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작가팀도 굉장히 조사를 많이 한 걸로 알고 있어요. 매회 에피소드가 말이 되어야 하니까요.
강하리의 대사 중에 기억에 남는 것도 있습니까?
드라마 초반에 헤어졌던 친구들을 모으기 위해 제가 찾아갑니다. “우리 다시 한번 일해보자”라고 하면서요. 진웅이는 성당에서 일하며 사는데, 다 잊고 그냥 살자고 해요. 사실 우리가 모이는 이유는 복수를 위해서거든요. 그래서 하리가 진웅이에게 “우리 그냥 지옥 가자”라고 말해요. 툭 던진 말이지만 플레이어들의 상황을 되게 잘 나타내주는 대사예요. 불법적인 일을 해야 되니까. 처음에 대본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촬영하면서는 기억에 남았어요.
인상적이네요. 촬영 중 민소매를 입으셨을 때 팔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몸무게는 어떻게 되세요?
75kg쯤 됩니다. 방송 홍보도 해야 되니까 군살을 뺐어요. 야식도 잘 안 먹고 유산소운동도 하고요.
송승헌 씨도 야식을 먹습니까?
야식으로 남들 먹는 거 다 먹죠. 밤에 치킨 먹고 라면 먹고 떡볶이 좋아하고. 그러다 한두 달 전부터 야식을 안 먹고 있어요. 저녁 이후로 안 먹고 아침에 일어나서 배고픔을 좀 즐기려고 해요. 야식을 먹으면 다음 날 힘들기도 하니까요. 밤에 배고프지만 야식이 반복되면 악순환이 오죠. 밤의 허기를 참고 아침에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면 자연스럽게 군살이 빠지는 것 같아요. 영화의 노출 장면 등이 있으면 먹고 운동만 해서는 안 되거든요. 다이어트를 할 수밖에 없죠.
아까 본 팔뚝이 멋있어서 어떤 운동을 하시는지 궁금했습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합니다. 예전처럼 무게를 많이 하지는 않지만요. 요즘은 필라테스를 해요. 허리나 어깨 등에 좋은 것 같아서요. 골프 즐기는데 이제 다시 시즌이 왔어요. 날씨 좋아서 자전거 타고요. 최근에 한강 두세 번 나갔다 왔어요. 하던 거 이어가고 있습니다.
1년 만에 뵙는데도 여전하시네요. 작년에 뵈었을 때는 젊을 때 조금 날카로웠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젊을 때와 지금 중 언제의 자기 자신이 더 좋으세요?
지금도 젊은 거 아닌가?(웃음) 10대 때는 인생이 항상 궁금했어요. 겪어보지 않은 10년, 20년 후면 30대, 40대가 될 텐데 어떨까. 인터뷰에서 그런 질문도 많이 받아봤어요. “지금 20대인데 30대의 송승헌은 어떨까요?” 30대일 때는 “40대의 송승헌은 어떨까요?” 그때는 막연히 어떨까 했는데, 이제 와보니 일단 시간이 너무 빨라요. 옛날 지인 만나면 엊그제 본 것 같은데 이 사람들을 안 지가 벌써 10년, 20년 됐어요. 최근엔 누군가 드라마 <에덴의 동쪽>을 캡처해서 보내줬어요. 그걸 촬영한 지도 벌써 15년이 된 거예요. 제가 촬영하던 게 너무 생생한데. 얼마 전에도 신동엽 유튜브 <짠한 형> 녹화를 갔어요. 그때 신동엽 형이랑 시트콤 데뷔할 때 이야기를 하는데, 벌써 20년이 훌쩍 넘은 거죠.
그 긴 시간 자기 관리를 잘하고 조심해서 살아온 게 커리어 유지에 도움이 되었을 듯합니다.
그렇죠. 데뷔했을 당시에 신인들이 몰려 다닐 때도 있고 그런 자리도 많이 생겼고요. 그때 뵈었던 분들 중에는 아직 활동하는 분도 있지만 활동하지 않는 분도 있죠. 그런 걸 생각하면 진짜 너무나 감사해요. 제가 어릴 때는 (신)동엽이 형이나 (이)병헌이 형이 연기자이자 사회 선배로서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너무 휩쓸려 다니지 말라고. 특히 동엽 형이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너 지금 흥청망청하면 안 돼. 잠깐 사람들이 좋아해준다고 여기에 만족하거나 들뜨면 안 돼.”
귀한 조언이네요.
그럴 때가 있거든요. 저도 신인 때 그랬고. 새로운 얼굴이 나와서 주변에서 막 환호해주면 약간 붕 뜨는 기간이 있어요. 요즘 어린 가수나 연기자를 보면 ‘저 친구가 지금 그렇겠구나’ 할 때가 있어요. 진짜 꿈같은, 어딜 가나 나를 환호해주는 시간이 있거든요. 그때 얼마큼 냉정을 찾고 연착륙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인기라는 게 무한할 수도 없고, 연기나 작품에 따라서 파도처럼 왔다 갔다 해요. 저는 동엽이 형이나 병헌이 형에게 “지금 이 사람들의 환호에 너무 취해 있지 마” “연기자니까 연기 더 열심히 해야 하고 겸손해야 해”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말씀대로 인기가 무한하지 않으니 가끔씩은 박수가 덜한 걸 느끼기도 합니까?
물론이죠. 옛날에는 막 환호했지만 어느 날은 그 환호가 덜한 것 같고, 또 작품이 잘되면 환호를 하다가 그렇지 않기도 하는 식으로 부침이 있어요. 그때 일희일비하지 말기로 했어요. 너무 실망하지 말고, 그냥 할 일 하면서 중심을 지키자고. 형들이나 어렸을 때 친구들 만나면서 중심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 일을 그만두더라도 친구들과의 삶이 행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혹은 믿음이 중요했어요. 친구들과의 삶, 제가 어렸을 때 봤던 소중한 친구들과의 관계가요. 내가 박수와 많은 사랑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을 떠나 제 삶과 행복도 소중합니다. ‘나 옛날에 잘나가던 연기자였는데 지금 사람들이 못 알아주면 어떡하지’ 같은 불안감을 느끼기보다는, 내가 자연인 송승헌일 때부터 나를 좋아해줬던 친구들과의 삶을 즐기려 해요. 행복을 좇아가려고 하지 말고, 너무 저 높은 별만 보지 말아야죠. 지금 내가 처한 상황 안에서 늘 그러기 쉽지 않지만요. 특히 (신)동엽 형이 “자꾸 욕심내려 하지 말고 비워내려고 해야 된다. 지금 상황에서 행복을 느끼려 노력해야지”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저는 너무 고맙죠.
실제로 행복을 느끼려 노력하시나요?
노력하죠.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려 하고. 그랬더니 더 재미있어진 것도 사실이고, 더 재미있어지니까 좀 더 잘하게 된 것 같기도 해요. 연기에 여유도 생기고요. 제가 요즘처럼 열심히 했다면 배우로서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연기는 역시 시간이 지나야 더 잘하게 되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선배들이 많이 이야기해주셨거든요. “20대 때 연기를 해봐야 얼마나 알겠어. 삶을 살아보지도 않았는데. 나이를 먹다 보면 자연히 연기의 깊이도 생길 거야.” 나이가 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말씀을 깨닫게 됐습니다. 연기에 대해서도 더 생각하게 되고, 분석해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는 여유도 생기고요. 예전에는 감독님께서 “대사 외운 거 해봐”라고 하실 때 이견을 제시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는데, 나이 들다 보니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여유도 생겼죠. 작품을 같이 만들어나가는 과정도 더 재미있습니다.
지난 인터뷰에서 ‘괜찮은 놈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하신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괜찮은 남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저도 궁금해요. 괜찮은 놈. 나이 들면서 보면 주변 사람들이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있잖아요. 그때 “야, 쟤 진짜 괜찮은 놈이야” 이야기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열에 예닐곱 명이 괜찮다고 해주면 그 사람 진짜 괜찮은 사람이죠. 사람이 남을 칭찬하기가 쉽지 않고 칭찬 듣기도 쉽지 않아요. 그래도 ‘걔는 진짜 아니야’ 이런 말을 들으면 안 되죠. ‘쟤는 상종도 하지 마’의 ‘쟤’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구두쇠고 쩨쩨해서 ‘야, 저놈 별로야’ 같은 말을 듣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내가 돈을 펑펑 쓰고 뭘 사준다고 (괜찮은 놈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아니에요. 저도 좋은 형, 좋은 친구, 좋은 후배, 좋은 동생이고 싶죠. 쉽지 않지만.
“저는 그런 ‘괜찮은 놈’이 되고 싶은데,제가 아는 모든 사람한테 그러기가 쉽지 않죠.저는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아요.”
아직 답을 찾는 중이군요.
저는 그런 ‘괜찮은 놈’이 되고 싶은데, 제가 아는 모든 사람한테 그러기가 쉽지 않죠. 저는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아요. 정말 좋아하는 분들께도, 형들을 만날 때도, 다들 바쁘니까 1년에 한두 번 볼 수 있죠. 제가 먼저 ‘뭐 해요?’ ‘형님 잘 지내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거든요. 제 성격이 그래요. 그냥 지금까지 친하게 지낸 형, 동생, 친구들은 서로 연락 안 해도 항상 보면 반갑고 좋죠. 저 사람이 날 좋아하고 내가 저 사람을 생각하는 걸 알고요. 어떤 사람들은 “너 왜 이렇게 연락이 없어?”라고 할 수도 있죠. 제가 그런 성격이 아니니까요. 제가 그런 에너지가 있는 사람도 아니고요. 그래서 모두에게 괜찮은 사람이 되긴 쉽지 않은가 봐요.
살갑게 대하는 성격은 아니신가 봅니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잘 챙겨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도 살가운 성격은 못 돼요. 예를 들어 오늘도 저희 헤어 해주던 친구가 처음으로 디자이너 선생님이 됐대요. 최근 서너 작품 같이 현장에 나오던 디자이너 친구였어요. 그 친구가 이제 자기 이름으로 숍에서 ‘선생님’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 거죠. 어떤 사람은 “축하한다, 야 고생했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대놓고 표현하지 못해요. 디자이너가 된 친구가 ‘이 오빠에게 괜히 이야기했나’라는 오해를 할 수 있을 정도로요. 그래서 ‘내가 너무 안 기뻐했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그 표현을 잘 못하는 게 제 단점이에요. 연애할 때도 그랬어요. “오빠는 날 안 좋아하는 것 같아”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좋아하는데’ 생각만 했죠. 제가 표현을 잘 못한다는 걸 요즘 느끼고 있어요. 저 사람이 얘기를 하면 막 리액션을 해줘야 하는데. 그런데 저는 너무 오버하는 건 또 싫거든요.
오래 같이해온 스태프와 오래된 친구가 많다는 게 관계를 잘 맺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요. 스태프나 친구가 자주 바뀌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오늘 와주신 메이크업 원장님과는 올해 25년 됐어요. 스타일리스트는 저 친구가 막내 때부터 했으니까 거의 15년이 되어가고. 오늘 일하는 (매니지먼트) 본부장과도 20년쯤 됐죠. 제 성격이 편안한 걸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오래된 사이가 되려면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 시간을 바꾸기가 쉽지 않거든요. 저는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오래가려고 합니다.
저는 그런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스태프를) 너무 자주 바꾸고 하는 걸 어렸을 때부터 많이 봐왔어요. ‘저 스타일리스트가 요즘 핫하대’라는 소문이 돌면 이랬다가 저렇게 했다가. 글쎄요, 그것도 성격 같은데 저는 편한 게 좋고 오래된 게 좋아요.
오래전 자신에게 아쉬운 점도 있습니까?
스무 살의 송승헌은 조금 더 많이 배우고 여행도 많이 갔으면 좋았을 것 같네요. 20대 초반에 친구들이 유럽에 배낭여행을 가자고 헸어요. 지금은 친구들과 골프 치러 한두 번 간 적은 있겠지만 그때의 배낭여행과는 다르죠. 신인 때이기도 했고, 비행기 타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어요. 지금도 촬영을 갔다가 돌아보는 거지 여행다운 여행을 해본 적은 별로 없어요. 남자들끼리 배낭여행 못 가본 것, 여행다운 여행을 해보지 않은 것, 이런 것들은 조금 후회됩니다. 어릴 때 피아노 등의 악기나 언어를 배워도 좋을 것 같고요. 20대와 30대에 일하느라 정신이 없긴 했지만 핑계죠. 그때를 정신없이 보내느라 자기 계발을 하거나 친구들과의 추억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스무 살 때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표현을 잘하자.(웃음) 조금 더 둥글게 살자.
Editor : 박찬용 | Photography : 천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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