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컴백 전쟁’ 속 뜻밖의 변수들
아이돌 그룹의 컴백이 몰아치고 있다. 거의 연말 음악 시상식 라인업 수준이다. 파리 올림픽을 피해 한꺼번에 서둘러 컴백한 아이돌 그룹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겼다.
아이돌 그룹들의 컴백이 한데 몰리는 이유는 올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파리 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올림픽 기간에는 대중의 관심이 각종 경기와 출전 선수들에게 쏠리기 마련. 원래도 아이돌 컴백이 대중에게 큰 화제가 되긴 쉽지 않지만, 이슈 몰이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기획사마다 올해는 올림픽 시즌을 피해 신곡 활동을 하고 올림픽 시즌에는 각종 행사나 해외 투어, 팬 미팅 등의 일정을 소화하려는 연간 플랜을 짜놓은 곳이 많다. 라이즈의 경우 지난 5월 3일 시작해 오는 8월 31일까지 일본, 미국, 홍콩, 대만 등에서 팬 콘서트 '2024 라이즈 팬콘 투어 라이징 데이’를 개최할 예정이다. (여자)아이들은 오는 8월 3~4일 서울에서 월드 투어의 포문을 열고, 에이티즈는 올 7월과 8월 한국과 일본에서 팬 미팅을 진행하고 북미 지역에서는 총 10개 도시에서 13회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인기 구기종목 대거 탈락과 네버엔딩 '민희진 vs 방시혁’ 이슈
그런데 여기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일단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우리나라의 축구, 배구, 농구 등 인기 구기종목이 대거 예선 탈락했다. 본선에 진출한 종목은 남녀 통틀어 여자 핸드볼이 거의 유일하다. 심지어 파리 올림픽에서는 야구가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고,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유도와 레슬링 등의 부진까지 겹쳤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예상보다 응원 열기가 시들할 수 있다. 올림픽과의 맞대결을 피하기 위해 컴백을 앞당겼거나 하반기로 미룬 팀이라면 다소 허탈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가요계 이슈를 삼켜버린 하이브 방시혁 의장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갈등은 거의 자연재해급이다. 보통 대형 아이돌이 컴백하면 K-팝 팬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마다 음악과 무대, 성적 등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데 이번에는 부정적인 이슈에 덮였다. 여름 컴백을 앞둔 한 아이돌 그룹 관계자는 "앨범이나 음원 성적은 고정 팬덤이 있으니까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 생각하는데,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도 조용한 컴백이 될까 봐 그 점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민희진 대표와 방시혁 의장 간의 갈등은 마무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민 대표가 5월 17일 법정에서 가요계 민감한 이슈인 '음반 밀어내기’를 공론화해 자칫하다간 K-팝 업계 전체로 파장이 번질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5월 24일 발매한 뉴진스의 더블 싱글앨범 'How Sweet’ 성적은 일주일간의 초동 집계가 마무리되고 6월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음악방송 및 해외 차트에 반영될 예정이다. 성적이 좋으면 좋은 대로 '최악의 상황, 뉴진스는 끄떡없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양산될 것이며, 예전만 못하면 '하이브가 뉴진스의 컴백에 재를 뿌렸다’는 팬들의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나저러나 당분간 뉴진스에 화제가 집중될 모양새다.
함부로 밟을 수 없는 강렬한 '쇠 맛’의 에스파
게다가 5월 27일 발매되는 에스파의 정규 1집 앨범 'Armageddon’의 더블 타이틀곡 'Supernova’가 5월 13일 선공개 후 에스파를 향한 응원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잔잔한 이지 리스닝 흐름 사이에서 에스파만의 '쇠 맛’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일단 제목부터가 강렬하다. 'Supernova (Feat. Dut2)’는 노쇠한 별이 폭발하는 과정에서 생긴 에너지를 통해 순간적으로 매우 밝게 빛나 마치 새로운 별의 탄생처럼 보이는 현상을 일컫는다. "감히 건드리지 못할 걸 (누구도 말이야) 지금 내 안에선 슈 슈 슈 슈퍼노바" "Bring the light of a dying star" "불러낸 내 우주를 봐 봐" 등 슈퍼노바 현상을 활용한 가사에서는 자신감이 넘친다. 무게감 있는 킥과 고조되는 신스 사운드도 말랑말랑함과 거리가 멀다. 콘셉트 면에서는 더 흥미롭다. 모두가 Y2K를 택할 때 꿋꿋하게 미래지향적 세계관을 유지했다. 실력과 곡 퀄리티, 콘셉트 그 무엇으로도 '밟힐 수 없는’ 존재임을 스스로 증명 중인 에스파에게 응원이 이어지는 이유다. 이에 'Supernova’의 가사와 민희진 대표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을 합성한 '밟으실 수수수 수퍼노바’ 숏폼 콘텐츠가 큰 인기를 누리는 등 악재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솔로 2집을 내놓는 BTS RM에 대한 응원도 뜨겁다. RM이 군 복무 중 처음 선보이는 2집 앨범 'Right Place, Wrong Person’은 사실 아무 일이 없었어도 BTS 팬덤인 아미들이 엄청난 화력으로 좋은 성적을 이끌어냈을 터다. 그런데 하이브 집안싸움이란 변수가 생기면서 현재 아미들은 여기저기서 끌려 나오는 BTS를 보호해주지 않는 하이브에 잔뜩 화가 난 상태다. 아미들은 5월 3일 자 일간지에 전면광고 형식의 성명문을 내는가 하면, 하이브 사옥 앞에 '불공정한 내부 경영 문제에서 BTS 방패 뒤로 숨은 무능한 의장을 규탄한다’는 내용이 담긴 시위 트럭과 근조 화환을 보냈다. 이러한 가운데 RM이 지난 5월 10일 솔로 2집 앨범 선공개곡 'Come back to me’를 발표하자 팬들은 스트리밍으로 RM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Come back to me’는 발표 다음 날 오전 9시 기준 82개국 아이튠즈에서 '톱 송’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 진입에도 성공했다.
윤혜진은
아이돌 조상 H.O.T.부터 블락비, 에이티즈까지 청양고추 매운맛에 중독된 K-팝 소나무다. 문화교양종합지와 패션 엔터테인먼트 매거진 기자를 거치며 덕업일치를 이루고, 지금은 아이와 뮤직비디오 같이 보는 엄마로 레벨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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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에스파·에이티즈·제로베이스원·RM·트와이스·라이즈·선미·권은비 SNS
윤혜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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