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사과 부란병…충북지역 중심 확산
도포제 등 대응에도 계속 번져
나무 뽑아내거나 과원 포기도
생산비 늘고 수량감소 불가피
“신속한 현황 파악·대책 마련을”
“평생 사과농사를 지었지만, 올해만큼 부란병이 심각하게 발생한 건 처음입니다. 농사짓기가 점점 더 어려워져 힘에 부치네요.”
충북 사과 주산지인 제천·충주·보은을 중심으로 부란병 피해가 심각해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부란병은 가지나 줄기에 난 상처가 곰팡이에 감염돼 발생하는 병으로 나무를 고사시키거나 세력을 약화시킨다. 발생하면 끈적끈적한 주황색 또는 붉은색 물질이 나온다. 발생 부위를 잘라내고 소독을 하는 것 외엔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실정이다.
제천시 봉양읍에서 3300㎡(1000평) 규모로 사과농사를 짓는 조동호씨(72)는 사람 허리 높이의 줄기를 잘라낸 나무를 보여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씨는 가지에서 시작된 부란병이 줄기까지 퍼지자 확산을 막기 위해 윗동을 잘라냈다. 하지만 잘린 부위 한가운데가 다시 짙은 갈색으로 변해 부란병이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농장 곳곳에는 줄기 껍질이 벗겨진 채 붉은색 도포제를 뒤집어쓴 나무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조씨는 “매일 농장을 돌며 부란병이 발생한 가지는 잘라주고 줄기는 껍질을 벗겨 도포제를 발라주는 등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했지만, 병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사실 부란병이 새로운 병은 아니다. 해마다 봄과 초여름에 흔하게 발생하는데, 증상을 보이는 가지를 잘라내거나 나무껍질을 벗겨내고 소독용 도포제를 바르면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아무리 대응해도 확산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 농가들의 하소연이다.
이영호 봉양읍 왕미작목반장(72)은 “부란병은 사람으로 치면 암 같은 병으로 발생 부위를 잘라내고 소독을 해도 다른 부위에서 또 발생해 결국 나무를 죽게 만든다”며 “작목반 소속 22농가 대부분이 부란병 때문에 올해 농사를 특히 힘들어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나무를 통째로 뽑아낸 농가가 적지 않고, 심지어는 아예 과원을 포기해버린 사례도 있었다.
조씨는 “올해만 해도 수확량이 가장 많은 사과나무 40여그루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 묘목을 새로 심었다”며 “수확량 감소가 불가피한 데다 그동안 나무를 키우는 데 들어간 비용까지 감안하면 손해가 막심하다”고 하소연했다.
이같은 상황은 인근 충주나 보은에서도 마찬가지다.
2만9752㎡(9000평) 밭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유성종 충주시외촌작목반장(61)은 “넓은 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데다 병이 껍질 안쪽에서 시작하다보니 아무리 열심히 관찰을 한다 해도 발견하기 어렵다”면서 “나무 표면에서 붉은색 병징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상기후로 최근 겨울날씨가 예전보다 춥지 않아 병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보은지역을 담당하는 김윤겸 충북원예농협 영농지도사도 “부란병 발생 부위에 뿌리는 스프레이 약제를 들여논 지 며칠도 되지 않아 모두 팔려나갈 정도로 지역에서 부란병 발생이 심상찮다”고 전했다.
농가들은 부란병 발생이 예년보다 심각한 만큼 정부의 신속한 현황 파악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유반장은 “농업기술센터에서 제대로된 예방법과 치료 방법에 대해 지도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가가 각자 자기만의 노하우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란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좀더 체계적인 방제법이나 치료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씨는 “부란병이 심각해 농업기술센터에 알렸지만, 국가에서 관리하는 병이 아니라는 안이한 답변을 하며 농가가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치부했다”면서 “부란병을 막고자 강화한 소독과 치료로 경영비가 증가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홍성주 봉양농협 조합장은 “병이 계속 확산되면 사과 수확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관심을 두고 체계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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