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 때 사격 시작한 '고교생 사수' 반효진, 제2의 강초현·여갑순 노린다

이재상 기자 2024. 5.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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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생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 없다고 하면 거짓말"
2021년 7월 처음 총 잡아, 배운 지 두 달 만에 1위
10m 공기소총에 출전하는 사격 대표팀 반효진이 27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제33회 파리 올림픽 사격 국가대표 미디어데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24.5.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도쿄 올림픽 때만 해도 다음 올림픽에 나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죠(웃음)."

2021년 7월 처음 총을 잡은 반효진(17·대구체고)이 3년도 되지 않아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사격 대표팀 막내이자 유일한 고교 사수인 그는 첫 올림픽 무대에서 깜짝 메달 획득을 향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반효진은 27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사격 국가대표팀 파리 올림픽 미디어데이에서 "원래 목표는 2025년에 국가대표로 뽑히는 것이었다"며 "경험을 쌓기 위해 마음 편하게 대표 선발전에 나갔는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감사한 마음으로 대표팀에 들어왔다"고 미소 지었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이번 대표 선발전의 깜짝 스타"라며 "제2의 여갑순, 강초현을 향해 가고 있다. 10대지만 겁이 없다"고 소개했다.

반효진은 이번 파리 올림픽 여자 10m 공기 소총 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사격을 시작했던 것은 코로나19로 1년 연기된 도쿄 올림픽이 열리던 2021년 7월이다.

"너무 재미있고 네가 하면 엄청나게 잘할 것"이라는 친한 친구의 권유로 처음 사격에 입문한 그는 "사격을 시작하고 정말 얼마 안 돼서 도쿄 올림픽이 열렸다. 그때는 편하게 봐서 내가 저런 무대에 설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다"고 설명했다.

사격 대표팀 김예지(왼쪽부터), 반효진, 장갑석 감독, 송종호, 이은서가 27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제33회 파리 올림픽 사격 국가대표 미디어데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5.27/뉴스1 ⓒ News1 이재상 기자

당시를 돌아본 그는 "도쿄 올림픽 여자 10m 공기소총 결선이 열릴 당시 대구사격장에서 훈련하고 있었다"며 "바로 뒤 TV에서 나오는 걸 보면서 총 쏘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전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으나 반효진은 특유의 승부욕과 강한 집중력으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처음 사격할 때 감독님께서 '남들보다 늦게 왔으니 10배 더 열심히 안 하면 받아주지 않겠다'고 하셨다. 오기가 생겨서 더 들어가고 싶었다"면서 "내 성격 자체가 추진력이 좋고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라도 자신감이 넘쳐나는 성격이다. '그냥 해보자'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반효진은 총을 잡은 지 두 달 만에 대구 지역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천재성'을 발휘했다.

그는 "사격을 시작하고 두 달 조금 안 돼서 멋모르고 나갔던 대구 대회에서 첫 1등을 했다"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열심히 하게 됐다. 반대했던 엄마도 밀어주신 계기가 됐다"고 멋쩍게 웃었다.

반효진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 소총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빛 낭보를 전했던 여갑순(당시 서울체고 3학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여자 소총 은메달을 획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강초현(당시 유성여고 3학년)처럼 새로운 '고교생 사수' 센세이션을 일으킬 후보로 꼽힌다.

2007년생인 그는 여갑순, 강초현의 경기를 당연히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반효진은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10m 공기소총에 출전하는 사격 대표팀 반효진이 27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제33회 파리 올림픽 사격 국가대표 미디어데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24.5.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그는 "고등학생인 내가 기대를 받게 된 것은 앞서 여갑순, 강초현 선배님 같은 분들이 잘 해오셨기 때문"이라며 "당연한 결과라 덤덤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강초현 선배님은 아직 실제로 뵌 적은 없다. 여갑순 선배님은 감독님이시기 때문에 경기 나갈 때마다 뵙는다. 그래서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워낙 유명하시지 않나"고 덧붙였다.

아직 고교 2학년인 반효진은 많은 관심이 어색하지만 나름 즐기고 있다. 그는 사격을 통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다.

MZ세대인 그는 "아무래도 사람이기 때문에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TV에 나오는 스타들을 보며) '나도 언젠가 저 자리에 있겠지'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반효진은 박하준(KT)과 호흡을 맞춰 10m 공기 소총 혼성 종목에 출전할 전망이다. 한국 선수단 전체 첫 메달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는 "항상 하던 대로 하다 보면 메달은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며 "메달 색깔을 상상하는 것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한다. 당연히 따게 된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10m 공기 소총은 절대 강자도, 약자도 없는 종목으로 이변이 많이 벌어지는 경기다. 금메달을 획득했던 여갑순, 은메달을 차지했던 강초현처럼 '깜짝 스타'가 자주 등장했던 이유다.

그는 "경험이 없는 게 단점이지만 오히려 더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10m 공기소총에 출전하는 사격 대표팀 반효진이 27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제33회 파리 올림픽 사격 국가대표 미디어데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24.5.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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