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직원 '애환·고통' 담은 전북도청공무원노조 성명서 '재조명'

박기홍 기자(=전북) 2024. 5. 2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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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업무에 헉헉 대는 직원에 "일 안 한다" 막말

갑질 의혹 논란이 제기돼 사직서를 제출한 전북도청 간부가 돌연 사표를 철회하는 등 고위직 갑질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전북자치도공무원노조가 지난 23일 발표한 '간부 갑질 경고 성명서'에 도청 직원들의 눈물 가득한 애환과 고통이 그대로 담겨 있어 주변의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공포의 출근길'과 '두려운 일터'를 만든 간부공무원들에게 경고한다로 시작하는 노조 성명서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간부들은 도지사 입장에서 보면 일 잘하는 간부일 것"이라며 "직원들 열심히 쪼아대고 옥죄어서 나온 성과물들을 잘 포장해서 재빨리 윗선에 보고하는 간부를 윗사람들은 유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전북특별자치도청 전경 ⓒ
지휘부로부터 유능하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직원들의 마음에 여유가 없을 정도로 강하게 몰아붙이는 빗나간 조직문화의 일면을 언급한 말인 셈이다.

성명서는 "간부들은 성공과 윗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앞서 자신들 혼자만 일하는 것으로 착각한다"며 일부의 '과도한 인정 욕구'를 성토했다.

노조는 "함께 동고동락하고 직원들과 함께 한 노력으로 (전북도정이) 여기까지 왔는데 일은 '본인이 다 했다'거나 '일 안하는 공무원들 데리고 일하려니 답답하다. 공무원들 일하게 하느라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라며 "'도정을 생각하는 건 본인뿐'이라며 부하직원들을 깎아내려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한다"고 '갑질 간부'의 전형을 언급했다.

간부들이 단체장 역점사업에만 관심을 두는 충성경쟁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간부공무원들에게 '눈에 띄는 일'을 하지 않은 직원은 '일하지 않은 직원'이다"며 "여기서 '눈에 띄는 일'은 도지사 공약사항이고 도의 역점업무이다. 간부들은 직원들이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지 살펴봤는가?"라고 강하게 반문했다.

직원들은 이미 기존의 업무만으로도 '헉헉'대고 있는데 간부들은 자신의 관심사가 아니라거나 단체장 공약사항이나 도의 역점업무가 아니라며 '일을 안 하고 있다'고 직원들을 쪼은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이와 관련해 "직원들은 '나는 내 업무에 헉헉대고 있는데 간부 공무원들이 요즘 공무원들 일 안 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것이 들릴 때 힘이 빠지고 의욕이 안 생긴다'고 말한다"며 일부 간부의 '빗나간 성과지상주의'와 '역점사업 우선주의'에 시달리는 직원들의 애환과 심적 고통을 소개해 주변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노조는 "단기간의 가시적 성과에 집중해 (간부들이) 직원을 몰아붙이는 게 문제"라고 설파했다.

직원들은 이미 기존 업무에 지치고 다양한 민원인들과 씨름하고 감염병이 돌면 근무조가 돌아가는 등 애를 쓰는데 '도지사 성과와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지역사회의 평온을 위해 애를 쓰는 직원들을 '일 안하는 직원'으로 몰아붙이면 안된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코로나19 팬데믹, AI 조류독감 발병 등 각종 재난상황에 처할 때 긴급하게 밤낮없이 일한 직원들에게 고생한다면서도 정작 특별승진은 도지사 공약사항을 이행한 사람"이라며 '발탁인사'의 허실을 언급했다.

현업 부서 직원들은 말없이 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희생을 감내하지만 승진의 열매는 단체장 공약이나 도정 역점사업의 성과를 낸 주요 부서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하소연인 셈이다.

업무를 위해 직원과 가족들이 희생하라는 투의 고위 간부 발언도 불거졌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모 고위간부는 술자리에서 '계백장군은 황산전투 떠나기 전 온 가족을 자기 손으로 죽이고 싸움에 임했다'고 말했다"며 "대의를 위해 내 가족을 읍참하라? 도청 간부들은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1930~40년대 전체주의 시대로 회귀하여 살고 있는 듯하다"고 성토했다.

노조는 "업무를 위해 자기 가족을 희생하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가족을 희생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서로 상생할 수 있다. 직장의 성공과 가정의 행복이 양립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직원들이 소리없이 죽어나가는 이유가 단지 우연이 계속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후 "시답지 않은 현안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정작 식구들이 죽어나가는데도 간부들과 집행부는 왜 이렇게 무신경한가?"라며 간부들의 향해 절규의 목소리를 냈다.

[박기홍 기자(=전북)(arty13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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