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하다 찾은 청주 '사뇌사' 흔적…"1291년 외적 피해 묻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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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년 전 충북 청주에서 발견된 금속 유물이 1291년 외적의 침입을 피해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8일 학계에 따르면 고려사 연구자인 윤용혁 국립공주대 명예교수는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펴내는 학술지 '헤리티지:역사와 과학'에 낸 논문에서 청주 사뇌사 유물의 퇴장(退藏.전쟁 등이 발생했을 때 중요한 유물을 묻어두는 것) 시기를 1291년 4월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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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진로상 청주 경유 필수…향로 등 유물 제작 연대 정리 가능"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약 30년 전 충북 청주에서 발견된 금속 유물이 1291년 외적의 침입을 피해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청동 향로, 주전자 등 400여 점에 달하는 유물을 언제, 어떻게 땅에 묻었는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구체적인 시기와 사건을 특정한 분석이라 주목된다.
28일 학계에 따르면 고려사 연구자인 윤용혁 국립공주대 명예교수는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펴내는 학술지 '헤리티지:역사와 과학'에 낸 논문에서 청주 사뇌사 유물의 퇴장(退藏.전쟁 등이 발생했을 때 중요한 유물을 묻어두는 것) 시기를 1291년 4월로 추정했다.
통칭 '사뇌사 유물'은 1993년 10월 청주 무심천변의 도로를 확장하는 공사 과정에서 발견됐다.
불교 의식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범종을 비롯해 향로, 주전자, 촛대, 접시 등 갖가지 용구 400여 점이 확인됐다. 대부분은 고려시대 절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에는 '사뇌사'(思惱寺)라는 글자가 새겨진 금고(金鼓·절에서 여러 사람을 모을 때 치는 북 모양의 종)도 포함돼 있어 과거 사뇌사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학계에서는 사뇌사 유물이 언제 묻혔는지를 놓고 여러 견해가 있었다.
'기유'(己酉), '경신'(庚申), '무오'(戊午) 등의 기년이 적힌 유물을 토대로 몽골군이 침입했던 13세기, 구체적으로는 1250년대로 보는 의견이 많았으나 14세기까지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윤 교수는 '고려사', '고려사절요' 등 역사서 기록과 당대 사용한 연호 등을 토대로 1291년 카단(哈丹·한자로는 '합단'으로 표기)의 침입으로 인해 각종 용구를 급히 묻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카단은 칭기즈 칸의 동생이 이끈 카치운 왕가의 일원이다.
몽골 제국의 동북쪽에 세력을 둔 카단은 1287년 원나라 세조 쿠빌라이에 대항하는 반란 세력과 뜻을 같이했으나, 이후 패전하자 고려에 침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교수는 카단이 1291년 4월 충주 전투 이후 청주 일대를 지나가면서 영향을 줬으리라 봤다.
그는 "충주산성 전투는 4월 초순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후 연기현 정좌산(세종시 연서면 쌍전리)에 이른 것은 5월 1일로, 그 과정에서 청주를 거쳤던 것이 4월"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1292년 백성들이 '청주산성에서 적(賊)을 피하였다'는 기록을 토대로 "충주에서 패전한 카단군이 연기 방면으로 이동하면 그 진로상 청주 경유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관련 내용이 원나라 측 기록인 '원사'(元史)에도 남아있다고 전했다.
사뇌사 유물을 묻은 구체적인 시기가 거론되면서 추후 연구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윤 교수는 "청주에서 500점에 가까운 많은 양의 사뇌사 유물이 묻힌 것은 바로 1291년 4월 카단군을 피해서 이루어진 긴급 조치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291년으로 설정하면 기유년 금고 1249년, 무오년 향로 1258년, 경신년 향완 1260년 등으로 간지가 적힌 유물의 제작 연대를 합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박물관에서 사뇌사 유물을 전시하면서도 정확한 연대나 유물이 묻힌 이유 등을 설명하지 못했다. 이런 부분을 정리해서 논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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