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다나킬 디프레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옥…외계 행성 같은 지형과 기후

김영미 여행작가 2024. 5. 28.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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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온 녹색과 노란색이 생경한 빛을 발하며 쉭쉭거리는 끓고 있는 달롤의 유황온천은 연중 평균으로 볼 때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곳이기도 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뜨겁고, 가장 낮고, 가장 건조한 지역 중 하나가 다나킬 디프레션Danakil Depression이다. 다나킬 디프레션은 에리트레아Eritrea 국경 근처인 에티오피아 아파르Afar 지역 북쪽에 있는 약 200×50km의 사막지대로 세 개의 지각 판이 교차하는 아파르 삼중교차점Triple Junction에 위치하며 아프리카와 아시아가 분리되는 과정에 수백만 년간 땅이 갈라지면서 얇아졌고 아래로 꺼지면서 생성되었다. 수천 년 전에는 홍해의 일부였던 곳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척박한 땅인 다나킬 디프레션에는 황토평원, 활화산, 소금호수, 소금평원, 유황온천 등 특이한 지형이 펼쳐져서 흡사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듯하다. 또한 과학자들은 이곳의 극한 자연환경을 연구해서 다른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이 지역은 인류의 요람으로도 불린다. 1974년 인류학자 도널드 요한슨Donald Johanson과 그의 동료들이 320만 전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Australopithecus fossil인 '루시Lucy'를 발견한 인류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마사지를 받으며 로드트립

다나킬 디프레션은 광활하기도 하지만 국경지역이고 차량이 있어도 개인적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어서 여행사의 다나킬 투어를 이용했다. 예전에는 메켈레Mekele에서 다나킬 투어를 시작했지만 2021년 티그라이Tigray 내전이 발발한 이후 메켈레 지역은 반군이 점령해서 출발지가 세메라Semera로 변경되었다. 현재 내전은 끝났지만 메켈레에서 다나킬로 이르는 도로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아서 아직까지도 세메라에서 출발한다.

소금호수 카룸이 끝나면 펼쳐지는 달롤 유황온천은 마치 다른 행성에 착륙한 듯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내가 예약한 2박3일의 투어는 모두 야영을 한다. 다나킬 디프레션 지역에는 마땅한 숙소가 없기 때문이다. 1일차 세메라에서 첫날 야영지인 하메드 엘라Hamed Ela까지 가는 일정은 종일 차로 이동한다. 이동거리는 400km 정도. 서울에서 부산거리보다 조금 더 멀다. 문제는 그 길 대부분이 비포장도로여서 매우 심하게 차가 덜컹거리고 차에 탄 사람의 몸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걸 아프리카 현지인들은 아프리카 마사지라고 불렀다. 속도를 낼 수 없으니 시속 60km를 넘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대낮의 평균기온은 40℃ 가깝다. 어찌보면 여행이 아니라 고행에 가깝다.

오전 10시 출발. 차로 삭막한 길만 달렸는데 점심때가 되어서야 아프레라호수lake afrera가 보인다. 아프레라호수는 다나킬 저지대에 있는 두 개의 초염분 호수 중 하나. 높은 강도의 지진 활동으로 인해 디프레션이 발생한 후에 형성되었다. 일련의 지진과 화산 폭발이 잦아들면서 움푹 패인 곳은 서서히 바닷물로 채워졌다. 곳곳에 소금이 언덕처럼 쌓여 있는 아프레라호수는 우유니 소금사막보다 더 방대한 것 같다.

아프데라afdera는 다나킬 투어의 중간보급지 역할을 하는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2박3일 동안 필요한 장비(매트리스, 음식 등)를 준비한다. 가이드와 드라이버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너무 건조한 기후로 갈라진 황토평원. 마치 칼로 잘라놓은 듯 균일한 모양을 하고 있다.

다시 야영장을 향해 출발. 갑자기 지형이 달라졌다. 검은 용암으로 가득한 땅이라니! 외계 행성 같은 검은 대륙이 끝없이 펼쳐진다. 언뜻 보면 칠레의 아타카마사막 느낌도 나지만 이곳은 더욱 황량하다. 화산활동으로 흘러내린 용암은 마치 과자를 만들려고 반죽해 놓은 것처럼 제각각의 모습이다. 만져보니 무척 딱딱하고 상당히 무겁다. 부글부글 끓는 시뻘건 용암물이 흘러내리며 세상의 모든 생물을 삼켰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흙길이라 긴장감이 다소 풀어진다. 간혹 현지인들의 집도 보인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수천 년 전부터 가축을 기르고 소금을 채취하며 살아온 아파르 부족이다. 불모지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사람들이다.

우유니만큼 멋진 소금호수, 카룸호수

이번에는 너무 건조해서 갈라진 황토평원. 소금사막처럼 황토가 갈라져 있다. 누군가 자로 정확하게 측정해서 동일한 크기로 만들어놓은 것 같다. 자연의 신비는 도대체 어디까지 일까? 육각형의 모양은 마치 우유니 소금사막 같다. 소금 대신에 단지 진흙일 뿐이다. 이 진흙으로 머드팩을 만들면 어떨까? 다소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모두들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찍은 사진들을 흉내 내며 재밌는 연출을 한다.

에티오피아의 우유니로 불리는 카룸호수는 볼리비아의 우유니사막만큼이나 반영이 멋지다. 반영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카메라를 뒤집어 찍어 보았다. 

다시 길을 떠난다. 이번엔 정말 사막이다. 모래사막 하면 연상 되는 낙타도 나타났다. 날이 저물기 시작한다. 세상이 어둠 속으로 들어가 차량의 불빛 외엔 보이는 것이 없다. 숙소는 얼마나 더 가야 될까.

오전 10시에 출발한 차량은 오후 7시가 넘어서야 야영지인 하메드 엘라에 도착했다 차로만 이동했는데도 등산한 것보다 훨씬 피곤하다. 얼기설기 엮은 침대 위에 매트리스를 깔았다. 그나마 다행히 깨끗한 매트리스커버가 제공되었다.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다. 여행 다니면 내가 식탁을 차리지 않아도 되고 뒷정리를 하지 않아도 되어서 너무 좋다. 차려진 밥상을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니 얼마나 행복한가? 오늘은 특별히 수프가 향도 좋고 맛있다. 와인도 한잔 곁들였다. 세상 그 무엇이 부러울까?

고양이 세수를 한 후 침대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봤다. 별이 가득하다. 하루 종일 흔들리는 차에서 아프리카 마사지를 받으며 고생했던 피로가 한순간에 사라진다. 이런 맛에 이 멀리 척박한 세계로 들어왔겠지! 하늘을 지붕 삼아 꿈나라로 들어갔다.

바닷물처럼 염전호수물이 대평원에 고여 있는 카룸호수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는 여행객들.

비 소리에 잠을 깼다. 조금씩 내리던 빗줄기가 소나기로 변했다. 차 안으로 피신했다. 차는 무척이나 더웠다. 숨쉬기가 힘들 정도다. 잠시 눈을 붙이다가 비가 소강상태인 틈을 타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러기를 두세 번 반복하다가 날이 밝았다. 날씨마저도 예측불가인 다나킬 디프레션이구나.

무섭게 내렸던 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물이 많이 빠져 있다. 해가 나온 후 보여 줄 세상 밖 경치가 참 궁금하다.

기상 새벽 5시. 5시 30분 아침식사. 6시 출발. 완전 강행군을 하는 다나킬 투어이다. 여행도 체력이 좋아야 즐길 수 있다.

야영지인 하메드 엘라에서 오면서 잠시 스쳤던 카룸호수Lake Karum는 에티오피아의 우유니로 불리며 아살레Asale, 아쌀레Assale, 카룸Karum 등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다나킬 저지대 북쪽 끝에 있는 두 개의 염호 중 하나(다른 하나는 아프레라호수)로 해수면보다 120m 낮다. 바닷물처럼 염전호수물이 대평원에 고여 있는 곳도 있고 물은 증발하고 소금 결정체가 가득 쌓여 있는 곳도 있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한 대평원이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과는 또 다른 느낌이지만 우유니처럼 멋진 반영사진을 남길 수 있다.

카룸호수는 천연 수영장이다. 구멍이 뻥 뚫려 있는 곳에선 수영 못 하는 사람이라도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염분 농도가 높으니 물속에서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몸이 붕붕 떠 있다. 소금 두께는 상상 이상으로 두껍고 가장자리가 무척 날카로워서 잘못하면 다칠 염려가 있다.

너무 비현실적인 풍경, 달롤

소금호수 카룸을 건너오니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듯한 달롤Dallol이다. 해발고도 -130m. 도저히 지구라기엔 믿어지지 않는 풍경이다. 테라스 지형이 형성된 달롤은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달롤의 유황온천은 바위가 많은 지형에서 쉭쉭거리는 네온 녹색과 노란색이 생경한 빛을 발한다. 마치 다른 행성에 착륙한 듯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런 초현실적인 색상은 유황, 칼륨 및 기타 미네랄 등이 산화되면서 다양한 색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화산활동으로 흘러내린 용암이 가득한 검은 대륙이 펼쳐진 곳도 있다.

유황이 펄펄 끓고 있어서 냄새가 엄청나고 숨쉬기조차 어려울 만큼 덥다. 지구상에 더 이상의 극한지형은 없을 것 같다. 달롤은 연중 평균으로 볼 때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곳이기도 하다. 마치 건식사우나 안을 트레킹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바닥은 무척 날카롭고 울퉁불퉁해서 주의해서 걸어야 하고, 끓는 유황에 신체의 일부가 조금이라도 닿으면 심각한 상해를 입을 수 있다. 각별히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활화산이기는 하지만 분화 징후는 없다고 하니 그나마 안심이다.

이곳에서 오래전에 이탈리아인들이 금을 채취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탈리아인들의 금광캠프 흔적이 남아 있다. 최근에는 이곳에서 극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미생물을 연구해서 다른 행성과 달에서 생명체가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지 알아내는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다음 목적지인 에르타 알레로 향하던 중에 뒤차가 진흙 웅덩이에 빠졌다. 점심 먹기 전에는 우리 차가 문제를 일으켜서 두 번이나 세우고 수리를 했었다. 그때도 다른 차 드라이버들이 성의껏 도움을 주었는데 이번에도 함께 이동하는 모든 차량의 드라이버들이 진흙에 빠진 차량 앞으로 모였다.

이곳은 너무 오지라 견인차를 부를 수도 없고 부근에 있던 현지인들까지 모두들 힘을 모아 차를 빼내려고 했었지만 속수무책이다. 벌써 2시간이 넘었다. 어떻게든 차량을 꺼내야 하는데 걱정이다. 이러다가 이곳에서 밤을 지새워야 하는 것은 아닐는지?

차바퀴 아래까지 들어가서 흙을 다지고 물을 퍼낸다. 지금 기온이 38℃. 더위도 이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 한 번도 짜증을 내지 않고 남을 탓하지도 않는다. 그저 온 몸으로 일을 하면서도 즐겁게 웃는다. 이들의 여유는 어디서 오나!!! 다나킬 투어를 하려면 인내심부터 키워야겠다. 2시간 30분 만에 드디어 차가 진흙 웅덩이에서 빠져 나왔다. 이제 화산 구경하러 갑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화산활동을 하고 있는 에르타 알레 바로 곁을 여행객들이 걷고 있다.

활활 타오르는 활화산과 마주하다, 에르타 알레

다나킬 투어 중에서 정말로 위험한 일정이다. 활화산인 에르타 알레Erta Ale를 바로 곁에서 보는 것이다. 에르타 알레는 아파르어로 '연기 나는 산'이라는 뜻.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활동적인 화산이고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화산활동을 하고 있는 산으로 높이는 613m이다.

현재 지형은 1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측한다. 에르타 알레에는 두 개의 용암호가 있다. 북쪽에 있는 것은 매우 큰 휴화산이고, 남쪽에 있는 것은 작은 타원형에 중간에 구덩이가 있는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영구적이고 가장 긴 용암호수이다. 분화구의 용암 아래는 마그마가 시스템의 대류로 인해 액체 상태로 남아 있다.

에르타 알레 아래의 완만한 경사면은 칼데라를 형성하고 있고 그 크기가 1,700×600m에 이른다. 여행자들은 에르타 알레의 가장자리에서 용암 화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한다.

드디어 에르타 알레 야영사이트에 도착. 야영사이트에서 분화구까지는 1.5km가 채 안 된다. 예전에는 밤에 활화산을 보기 위해서 9km를 걸어왔다고 한다. 분화구를 보고 1박을 한 후에 다시 9km를 걸어서 돌아갔다. 지금은 너무 편하게 활화산인 에르타 알레를 볼 수 있다.

남미에서도 이렇게 가까이 활화산을 보지 못했는데 불과 2주 전에 터졌던 분화구는 지금 불이 활활 타면서 펑펑 터지고 있다. 주변에는 흘러내린 용암이 가득하다. 보이는 분화구 외에도 이곳저곳에서 용암 끓는 소리가 어마무시하다. 상상도 못 할 위험을 감내하는 투어! 모두들 침묵 속에 그저 에르타 알레만 바라보고 있다. 불과 2주 전에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에도 시뻘건 용암이 흘렀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오싹 돋는다. 아프리카 여행은 상상 그 이상이다!

밤을 보내고 일출을 보기 위해서 다시 에르타 알레로 오른다. 구름이 짙어서 일출은 마음을 비웠다. 역시 불구경은 밤에 해야 제 맛이다. 아침의 에르타 알레는 살짝 싱거운 느낌이 든다. 저 멀리 분화구가 보이고 용암이 터지면서 내뿜는 불꽃도 보이지만 사진에는 담기지 않는다.

에르타 알레 분화구에서 용암이 터지면서 불꽃을 내뿜고 있다.

소금사막 횡단하는 수많은 낙타들, 소금 캐러밴

첫날 야영한 하메드 엘라에는 아주 적은 수의 아파르 부족이 살고 있다. 이들은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척박한 땅에서 살며 소금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수세기 동안 소금사막에서 도끼질을 해서 손으로 소금을 잘라낸다. 이렇게 채굴한 소금은 캐러밴에 의해서 낙타나 당나귀에 실려 버라힐berahile이나 메켈레로 이동된다. 소금을 싣고 다나킬의 소금평원을 횡단하는 수십, 수백 마리의 낙타 캐러밴 행렬은 그 안에 숨어 있는 삶의 고통과는 관계없이 참으로 장관이다. 소금은 한때 매우 귀중했으며, 에티오피아에서 소금 주괴는 통화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런 전통적인 방식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과거의 일이 될 것이다. 지금 그곳엔 도로가 놓이고 있어서 사막 깊숙한 곳까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다양한 문명의 기계들이 그들의 일손을 대신하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그것이 아파르인들에게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아프리카 마사지를 받으며 다녀온 다나킬 투어는 극한 여행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하고 생경한 지구의 신비를 온 몸으로 즐기고 온 시간이었다. 누군가 에티오피아 여행을 간다면 다나킬 디프레션은 꼭 방문하라고 강권하고 싶다.

▶다나킬 투어는 ETT 여행사가 거의 독점적으로 운영한다. 회사 규모가 크고 많은 여행객들이 이용하니 개인 여행 스케줄에 맞춰 투어를 진행하기가 용이하다. 이메일이나 What's App으로도 예약이 가능하다. 투어는 2박3일과 3박4일 중에 선택할 수 있다. 투어 시작지점인 세메라까지는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에티오피아 입국 시 에티오피아 항공을 이용했다면 국내선은 50% 할인된다.

월간산 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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