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르 맏형 구본길 "올림픽 기간 태어날 둘째 위해 금메달을"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개인전 '다크호스'는 구본길 선수입니다."
27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펜싱 대표팀의 2024 파리 올림픽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남자 사브르팀의 원우영 코치가 개인전에서 기대되는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은 2010년 광저우부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3연패를 달성했고,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후배 오상욱(대전광역시청)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해 아시아 무대에선 강자로 이름을 날려왔다.
개인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적도 있는 그는 올림픽에선 2012년 런던과 2021년 열린 도쿄 대회 때 한국의 단체전 2연패(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는 종목 로테이션으로 제외) 달성에 앞장섰으나 개인전에선 늘 아쉬움을 남겼다.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땐 16강에서 탈락했고,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선 32강전에서 패하며 돌아서야 했다.
파리 올림픽을 두 달 앞둔 현재 구본길의 개인 세계랭킹은 21위로, 한국 선수 중 세 번째다.
그런데도 개인전 기대주로 구본길을 선택한 원우영 코치는 "구본길이 워낙 경험이 많다 보니 안정적으로 뛸 수 있을 것이다. 충분히 개인전에서 메달을 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구본길은 "런던 때부터 올림픽을 준비할 때면 기자분들에게 '색깔 상관 없이 개인전 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라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했다"면서 "이번에는 개인전 메달을 따도록 열심히 해보겠다. 저 '다크호스' 맞다"며 웃었다.
단체전에선 런던과 도쿄에 이어 3연패를 이루는 게 목표다.
장기간 대표팀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김정환(40·국민체육진흥공단)이 이번 시즌엔 단체전 멤버에서 빠지며 구본길은 맏형으로 올림픽 도전을 이끌고 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세계 1위'의 아성이 다소 흔들린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정상 수성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아내 박은주 씨가 올여름 둘째 출산을 앞둔 점은 금메달을 가져오려는 구본길의 의욕을 더 키운다.
구본길은 "예정일이 딱 올림픽 펜싱 경기 기간과 겹친다"면서 "지난해 3월 태어난 첫째 '우주'에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걸어줬는데, 둘째에게도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주고 싶다. 두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가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안 와이프가 둘째를 임신한 채 혼자 육아하느라 고생을 많이 한다"면서 "꼭 금메달을 선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구본길, 오상욱, 김정환, 김준호(화성시청)가 오래 호흡을 맞춰 올림픽 금메달을 비롯한 눈부신 성과를 일궈오다가 김준호의 국가대표 은퇴 등으로 올림픽 직전 세대교체 시기를 겪었다.
구본길, 오상욱에 박상원(대전광역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이 가세해 새로운 '어펜져스'를 이뤘다.
23세 대표팀 막내 박상원은 "런던 올림픽 때 본길 형의 모습을 보며 펜싱을 시작했는데, 대표팀에 와서 함께 하게 돼 신기했다. 보기만 할 땐 형이 묵묵하고 무뚝뚝해 보였는데, 지내보니 말도 많이 하시고 재미있으시다"면서 "정말 좋은 선배"라고 말했다.
도경동은 "런던 올림픽 때부터 지금까지 선수로 활약해오고 있는 형에게서 배울 게 많다"면서 "경험을 많이 알려주신다"고 전했다.
구본길은 "후배들과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것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지내며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난다고 느끼지 않는다. 팀워크가 좋다"면서 "한국이 남자 사브르 개인·단체전 금메달을 모두 가져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요즘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새벽 운동을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과 체력 훈련, 기술과 전술 훈련을 고루 소화하고 있다"고 귀띔한 구본길은 "개인적으로는 심리 상담을 받으며 멘털 관리도 신경 쓰고 준비하려 한다"며 올림픽 선전을 재차 다짐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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