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쟁점으로 떠 오른 '정년연장'…제2인생 준비하는 퇴직자들
"젊은 세대에 더 많은 고용 기회 제공돼야" 세대 갈등 우려도
(울산=뉴스1) 김지혜 기자 = "남들 보기엔 호화롭게 보여도…회사 생활하면서 아이들 공부시키고 집 사면 끝이고, 퇴직 이후 삶은 비참한거지."
현대 A 기업 퇴직을 3년 앞둔 최 모 씨(58)는 출근해서 일하는 시간,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곤 펜을 잡으며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틈틈이 3개월간 공부해 소방설비 자격증을 취득하고 최근엔 전기기계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공고를 졸업해 스무살 초반부터 시작했던 회사 생활이 눈 깜짝할 새 '정년퇴직'을 코 앞에 둔 나이가 되자, 노후를 준비하고 나선 것이다.
최 씨는 "100세 인생이라 할 만큼 인생은 많이 남았는데 퇴직하고 나서도 자식한테 폐 안 끼치고 살아가려면 자격증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을 가져야 퇴직 후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않겠냐"고 말했다.
'퇴직을 몇 년 남기지 않은 동료들 사이에서도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냐'는 질문에는 "10명 중에 2~3명은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안다"며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새롭게 자격증 공부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B 조선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정 모 씨(55)도 퇴직 준비를 위해 소방설비기사, 전기기능장 등을 취득했다. 정 모 씨는 "실업급여가 나온다고 해도 그게 평생을 책임져주지는 않지 않냐"며 "정년 연장을 하게 되면 미래에 대한 막막함을 조금이나 덜 수 있겠지만, 정년 연장이 쉽사리 되지 않는 분위기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두 사람이 근로하는 울산의 경우 현대를 비롯한 수많은 대기업이 밀집한 지역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어 부유하다는 인식과 달리 정작 퇴직을 앞둔 많은 이들이 제 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경비지도사 등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는 분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올해 노사 협정에서 최대 규모의 현대자동차 노조를 비롯한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등 조선 3사 노조가 '정년 연장' 카드를 제시하고 나선 만큼 정년 연장은 노사 협정의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3세에서 65세로 연장되는 것에 맞춰 퇴직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기업 및 일부 젊은 세대에서는 반발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이견이 큰 정년연장안이 올라온 만큼 임단협 체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 젊은 세대는 '너무 욕심 아니냐'는 의견도 분분하다.
한편 국민연금에 맞춰 정년을 연장해달라는 노조의 주장을 두고, 정년연장은 되려 국민 연금 제도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경영학을 전공한 울산대학교 김병직 교수는 "대기업의 정년 연장의 문제는 단순히 찬반 문제가 아닌 회사, 기존 세대(노조), 예비 구직자 및 신입 세대로 크게 3가지 입장에서 이해관계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기존 세대와 신입 세대를 아우르는 모든 근로자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기술 혁신, 마켓쉐어, 재무 여력 강화 등으로 인건비를 늘리는 것이 가장 최선일 것"이라면서 "하지만 대한민국을 포함한 모든 국제 경제가 이제는 성장하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 인건비를 늘리는 것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고정된 인건비 내에서 기존 세대와 젊은 세대의 현명한 고용 분배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고령화,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의 고용안전성을 보장함으로써 출산을 장려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젊은 세대들에게 더 많은 고용의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고임금을 받고 있는 기존 세대의 일자리가 연장되면서 일할 기회조차 적은 신입 세대의 일자리가 더욱 보장받지 못해 불안정해진다면, 국민연금을 내는 세대가 돈을 벌지 못해 더 빠른 시일 내에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붕괴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joojio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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