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힌 청주고속터미널 생숙 수분양권자 '발동동'

금융권 위험상품 제한에 중도금도 못낼 처지
"청약 당시 실거주 가능 홍보" 투자자들 분노
시행사 "숙박 외 용도 불이익 수분양자 부담"

[청주=뉴시스] 안성수 기자 = 충북 청주고속터미널 생활형 숙박시설(생숙) 수분양자들이 막다른 길에 몰리고 있다.

오피스텔 용도변경 없이 실거주가 불가능해진 데다 금융기관의 생숙 대출 제한으로 중도금 납부마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8일 힐스테이트 청주센트럴 입주자협의회에 따르면 이 시설의 객실당 6회차 중도금 납부일이 오는 8월1일자로 도래한다.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에서 중도금 6회차는 자부담(8910만~1억1980만원)하는 조건이다. 중도금 1~5회차는 2금융권 캐피탈에서 금리 7.1% 조건으로 대출 납부됐다.

문제는 수분양자 상당수가 잔금은커녕 중도금 6회차 자납금을 구할 여력도 없다는 점이다. 금융기관에서 생숙을 위험 상품으로 인식해 분양 당시 가능했던 대출을 제한하면서다.

현재 1금융권은 생숙 대출 자체를 금지했고, 대출을 허용한 일부 2금융권도 LTV(담보인정비율)를 70%에서 40%로 낮췄다.

이미 LTV 한도를 채운 수분양권자의 경우 적어도 1~2금융권에서는 중도금 6회차 자납금과 잔금(30%)을 대출받을 수 없게 된 셈이다.

일반적인 아파트 분양과 달리 이곳은 집단 잔금대출(중도금 대출 전환)을 실행할 금융기관도 시행사나 시공사 차원에서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객실 수분양자 A(53)씨는 "분양 당시 대출에 문제가 없었고, 거주도 가능하다고 홍보해 계약한 것"이라며 "돌연 숙박업을 하라, 대출도 안 된다 하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대출이 막히기 전에는 자가를 담보로 중도금 6회차를 융자받으려 했다"며 "지금은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가족과 좋은 집에 살고 싶었던 워킹맘 박모(45)씨의 선택도 가족을 구렁텅이로 내몰았다.

박씨는 "야근을 밥먹듯이 해 가정을 챙길 시간이 부족한 엄마이자 아내였다"라며 "가족에게 좋은 집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 분양을 받았는데 이럴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숙박시설 잔금을 치르려면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해야 하는데, 당장 팔리지도 않는다"며 "집을 팔고 생숙에 들어간다 해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되지 않는 한 매년 억 단위 이행강제금을 내야 할 처지"라고 울먹였다.

30년 제조업에 종사했다는 60대 가장 노모(60)씨의 노년 계획도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노씨는 "사업장이 청주에 있어 서울에 있는 아내와 주말 부부를 하며 23년간 떨어져 살아왔다"며 "오랜 시간 고생한 나와 아내에게 주는 선물로 생숙을 매입했는데 거주가 안 된다니 말문이 막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생숙을 샀다는 이유만으로 투기꾼처럼 보는 시선에 자괴감까지 든다"며 "이 나이에 해보지도 않은 숙박업에 투자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입술을 깨물었다.

이들이 추가 대출을 받기 위해선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는 방법 밖에 없다.

주거용 오피스텔로 전환하면 LTV를 70%까지 완화할 수 있어 대출 한도에 여유가 생긴다. 다만 지자체의 지구단위계획 변경, 수분양자 100% 동의, 주차장 추가 확보, 바닥난방 설계 변경 등 까다로운 조건이 수반된다.

힐스테이트 청주센트럴은 전국에 공사 중인 생숙 중 유일하게 오피스텔 개발이 허용되는 용지에 속해 있다. 용도변경에 가장 큰 난관인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청주시는 지난 2018년 용도가 제한된 자동차정류장을 판매·숙박·업무시설 등이 허용되는 입체적 도시계획시설로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준 바 있다. 오피스텔은 업무시설에 포함돼 건립이 가능하다.

입주자협의회는 이를 토대로 지난해 말부터 시행사 측에 용도변경을 요구했으나 "수분양자의 100% 동의 없이는 용도변경 신청을 할 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입주자협의회 관계자는 "안양 평촌 생숙 푸르지오센트럴파크나 여수 웅천 트리마제 벨마레가 용도변경에 성공한 이유는 시행사의 노력 덕분"이라며 "시행사의 적극적인 협조만 있다면 힐스테이트 청주센트럴은 모든 용도변경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힐스테이트 청주센트럴 시행사는 용도변경 특례기간인 지난해부터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행사가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한다면 '주거 가능'으로 홍보했던 부분 등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사 측은 지난 21일 입주자협의회 집회 당시 입장문을 내 "분양 당시 공고문을 통해 숙박시설이라고 명시했고, 숙박시설 외 용도로 사용해 발생하는 불이익은 수분양자 부담이라고 설명했다"며 "관련법에 근거한 적법한 분양"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준공되지 않은 분양건물은 수분양자의 100%동의를 얻지 않으면 용도변경 신청을 할 수 없다"며 "최초 계약 체결 이후 명의변경이 계속 이뤄져 동의 절차가 진행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협의회 요청을 받아 용도변경 동의에 대한 안내문 발송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수차례 전화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힐스테이트 청주센트럴은 (주)우민의 청주고속터미널 현대화사업 일환으로 지상 49층, 162가구(전용면적 165~198㎡) 규모로 건립 중이다. 2021년 8월 청약 당시 86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분양가는 8억9100만~11억9800만원이다.

정부가 2021년 10월부터 생숙의 숙박업 신고를 의무화하고, 내년부터 오피스텔 용도변경 없는 실거주자에게 매년 시세의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물리기로 하면서 청주고속터미널 생숙에도 커다란 불똥이 튀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hugah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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