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리셋 증후군

조은솔 기자 2024. 5.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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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리셋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컴퓨터가 원활히 돌아가지 않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리셋(reset) 버튼만 누르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듯이 현실세계에서도 새로운 상황, 새로운 곳에서 리셋이 가능하다고 착각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요즘 들어 리셋 증후군은 '완벽주의'와 결부돼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고 아예 포기해 버리거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할 경우 자주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 리셋 증후군 도입이 시급한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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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솔 서울취재본부 기자

한때 '리셋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컴퓨터가 원활히 돌아가지 않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리셋(reset) 버튼만 누르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듯이 현실세계에서도 새로운 상황, 새로운 곳에서 리셋이 가능하다고 착각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요즘 들어 리셋 증후군은 '완벽주의'와 결부돼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고 아예 포기해 버리거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할 경우 자주 쓰이고 있다. 어쨌거나 매우 부정적인,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느껴지기는 매한가지다.

그러나 이 리셋 증후군 도입이 시급한 곳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의 입법부인 국회다. 정쟁으로 얼룩진 21대 국회가 29일 마지막 임기를 끝내면 곧바로 22대 국회 막이 오르는데, 22대 국회는 벌써부터 '21대 국회 시즌2'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는 지난 4년 동안 각종 쟁점 현안을 놓고 여야간에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전반기 국회에선 제1당의 강행 처리 정국이 이어졌고, 임기 중반 정권 교체로 원내 구도가 여소야대로 바뀌자 '야당 주도 법안 통과→대통령 거부권 행사→재의결 부결'이라는 과정이 반복됐다.

21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2만 5847건으로, 현재까지 9453건(36.6%)이 처리됐다. 최종 성적표는 28일 열릴 마지막 본회의에 달려있지만 이마저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임기 마지막까지 '채상병 특검법'과 연금개혁,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등을 둘러싼 진통이 끊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야 정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민생에 직결된 법안들은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21대 법안처리율은 공전과 충돌을 거듭하며 '식물국회'라는 비판을 받았던 20대 국회(37.9%)보다도 낮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로라면 22대 국회도 국민에게 불신과 좌절감을 줄 수밖에 없다. 차라리 리셋을 하고 모든 논의를 새롭게 시작하는 편이 더 낫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국회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대표자로서 실패와 불협화음 속에서도 더 나은 길로 나아가야 할 책무가 있다. 리셋을 하지 않아도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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