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못해서 한화가 못하나
김은진 기자 2024. 5. 28. 07:00
최원호 감독과 상식 밖 결별 ‘한화의 착각’
지난해 5월11일, 한화는 밤늦게 사령탑 교체를 발표했다. 3년 계약기간 마지막 시즌을 치르고 있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해임하고 2군 감독이던 최원호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최원호 감독은 이튿날 열린 인천 SSG전에서 급하게 바로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2년 연속 꼴찌를 했던 수베로의 한화는 당시 6연패에서 벗어난 뒤 3연승, 그리고 다시 1패 뒤 2연승을 거뒀다. 사령탑을 시즌 전 교체하지 못한 한화는 개막 이후 내내 타이밍을 엿보다 하필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 분위기가 상승하는 시점에 야간 경기 승리 직후 경질과 선임을 동시 발표하는 해괴한 행태로 구설에 올랐다.
1년 만에, 한화는 또 상식 이하의 길을 걷고 있다.
한화가 당시 공식적으로 발표한 최원호 감독의 계약기간은 2025년까지, 3년이었다. 그러나 실제 계약기간은 2+1년이다. 정확히는 ‘조건부 3년’인 것이다.
+1년이 성립되는 조건은 2024년 성적이다. 취재 결과, 당시 한화는 올해 7위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2025년 최원호 감독의 임기를 연장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그러나 불과 51경기, 시즌의 절반도 치르지 않은 시점에 한화는 27일 최원호 감독을 해임했다. 한화는 27일 현재 8위로, 5위 NC에 5.5경기 차 뒤져 있다.
한화는 2007년을 마지막으로 가을야구에 가지 못하고 최하위권으로 처져 있다가 2018년, 지금 보면 기적과 같은 3위로 가을야구에 나갔다. 그러나 다시 추락, 2019년 9위에 이어 3년 연속 꼴찌를 한 뒤 지난해 ‘리빌딩 전문가’라 기대했지만 실망한 수베로 감독을 중도 해임하고 최원호 감독을 선임했다. 당시 계약 조건을 보면 한화의 1차 목표는 ‘탈꼴찌’였던 셈이다. 2년차에 최소 7위, 5강에 가면 더 좋고, 5강 아래 근처만 가도 3년차 임기를 연장하기로 하며 선임한 것이다.
5강도 아닌 7위 이상만 해달라고 했던 한화는 1년 만에 마음이 바뀌었다. 올해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해임했다. 조건을 채울 기회 자체를 주지 않은 셈이다.
한화는 지난 시즌을 마치면서 급격히 배가 부르기 시작했다. 선발 투수 문동주가 신인왕을 받고 유망주였던 노시환이 홈런왕에 오른 것이 착시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채은성에 이어 올해 안치홍을 영입하면서 자유계약선수(FA) 영입에 크게 투자도 했다. 2월에 류현진을 영입한 것은 한화의 착각을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류현진 영입을 기점으로 한화에 대한 외부 평가가 크게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전 FA 영입을 두고는 비효율적인 투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한화 전력은 수비가 가장 큰 문제고 그중 외야가 최대 약점인데 타격 보강에만 집중한 나머지 내야에서 포지션이 중복되는 선수들을 거액을 들여 쌓아놨기 때문이다.
그러나 류현진은 생각보다 불안했고 선발, 불펜, 타격이 총체적으로 흔들리면서 한화는 금세 무너졌다. 과정에서 전력 구성의 구멍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지만, 한화는 1년 만에 돌변해 5월에 감독을 해임했다.
한화는 자체 평가가 매우 허술한 구단이다. 내부를 들여다보기보다 외부 시선을 주로 의식해왔다. 리빌딩을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는데 올해 류현진 영입 이후 “리빌딩은 끝났다”며 ‘이기는 야구’로 급발진했다. 1년 전 ‘7위만 해도 좋다’던 한화는 겨우 5월 말에 100경기 가까이 남겨두고 8위에서 감독을 해임했다. 온갖 화살이 감독에게만 꽂히는 상황을 지켜만보다가, 23일 딱 하루 최하위로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해임을 결정한 사실 자체가 한화 그룹과 구단의 한계를 보여준다.
한화의 그간 과정을 지켜본 한 방송해설위원은 “한화의 문제는 전력이지 감독이 아니다”고 했다.
최원호 감독은 남들 다 하는 취임식도 없이 팀을 지휘한 리그의 유일한 감독이다. 한화는 사장 혹은 단장과 악수하는 사진 한 장 없이 취임시킨 감독을 부풀어오른 욕심과 여론에 편승해 스스로 제안했던 계약조건도 무시하고 1년 만에 중도 해임했다. 서둘러 뽑겠다는 다음 감독 역시 ‘눈치 보는 야구’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작년 이맘때 3년 계약 발표
올 7위 이상이면 내년까지
실제로는 ‘2+1’ 조건부 3년
문동주 신인왕·노시환 홈런왕
류현진 복귀까지 눈높이 상향
결과 나오기도 전 단칼에 해임
차기 감독도 눈치 보는 야구?
지난해 5월11일, 한화는 밤늦게 사령탑 교체를 발표했다. 3년 계약기간 마지막 시즌을 치르고 있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해임하고 2군 감독이던 최원호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최원호 감독은 이튿날 열린 인천 SSG전에서 급하게 바로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2년 연속 꼴찌를 했던 수베로의 한화는 당시 6연패에서 벗어난 뒤 3연승, 그리고 다시 1패 뒤 2연승을 거뒀다. 사령탑을 시즌 전 교체하지 못한 한화는 개막 이후 내내 타이밍을 엿보다 하필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 분위기가 상승하는 시점에 야간 경기 승리 직후 경질과 선임을 동시 발표하는 해괴한 행태로 구설에 올랐다.
1년 만에, 한화는 또 상식 이하의 길을 걷고 있다.
한화가 당시 공식적으로 발표한 최원호 감독의 계약기간은 2025년까지, 3년이었다. 그러나 실제 계약기간은 2+1년이다. 정확히는 ‘조건부 3년’인 것이다.
+1년이 성립되는 조건은 2024년 성적이다. 취재 결과, 당시 한화는 올해 7위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2025년 최원호 감독의 임기를 연장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그러나 불과 51경기, 시즌의 절반도 치르지 않은 시점에 한화는 27일 최원호 감독을 해임했다. 한화는 27일 현재 8위로, 5위 NC에 5.5경기 차 뒤져 있다.
한화는 2007년을 마지막으로 가을야구에 가지 못하고 최하위권으로 처져 있다가 2018년, 지금 보면 기적과 같은 3위로 가을야구에 나갔다. 그러나 다시 추락, 2019년 9위에 이어 3년 연속 꼴찌를 한 뒤 지난해 ‘리빌딩 전문가’라 기대했지만 실망한 수베로 감독을 중도 해임하고 최원호 감독을 선임했다. 당시 계약 조건을 보면 한화의 1차 목표는 ‘탈꼴찌’였던 셈이다. 2년차에 최소 7위, 5강에 가면 더 좋고, 5강 아래 근처만 가도 3년차 임기를 연장하기로 하며 선임한 것이다.
5강도 아닌 7위 이상만 해달라고 했던 한화는 1년 만에 마음이 바뀌었다. 올해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해임했다. 조건을 채울 기회 자체를 주지 않은 셈이다.
한화는 지난 시즌을 마치면서 급격히 배가 부르기 시작했다. 선발 투수 문동주가 신인왕을 받고 유망주였던 노시환이 홈런왕에 오른 것이 착시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채은성에 이어 올해 안치홍을 영입하면서 자유계약선수(FA) 영입에 크게 투자도 했다. 2월에 류현진을 영입한 것은 한화의 착각을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류현진 영입을 기점으로 한화에 대한 외부 평가가 크게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전 FA 영입을 두고는 비효율적인 투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한화 전력은 수비가 가장 큰 문제고 그중 외야가 최대 약점인데 타격 보강에만 집중한 나머지 내야에서 포지션이 중복되는 선수들을 거액을 들여 쌓아놨기 때문이다.
그러나 류현진은 생각보다 불안했고 선발, 불펜, 타격이 총체적으로 흔들리면서 한화는 금세 무너졌다. 과정에서 전력 구성의 구멍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지만, 한화는 1년 만에 돌변해 5월에 감독을 해임했다.
한화는 자체 평가가 매우 허술한 구단이다. 내부를 들여다보기보다 외부 시선을 주로 의식해왔다. 리빌딩을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는데 올해 류현진 영입 이후 “리빌딩은 끝났다”며 ‘이기는 야구’로 급발진했다. 1년 전 ‘7위만 해도 좋다’던 한화는 겨우 5월 말에 100경기 가까이 남겨두고 8위에서 감독을 해임했다. 온갖 화살이 감독에게만 꽂히는 상황을 지켜만보다가, 23일 딱 하루 최하위로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해임을 결정한 사실 자체가 한화 그룹과 구단의 한계를 보여준다.
한화의 그간 과정을 지켜본 한 방송해설위원은 “한화의 문제는 전력이지 감독이 아니다”고 했다.
최원호 감독은 남들 다 하는 취임식도 없이 팀을 지휘한 리그의 유일한 감독이다. 한화는 사장 혹은 단장과 악수하는 사진 한 장 없이 취임시킨 감독을 부풀어오른 욕심과 여론에 편승해 스스로 제안했던 계약조건도 무시하고 1년 만에 중도 해임했다. 서둘러 뽑겠다는 다음 감독 역시 ‘눈치 보는 야구’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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