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공사비 또 늘어난다… "분양가 폭탄 우려"

정영희 기자 2024. 5. 28.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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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논란 '제로에너지 건축물'③] 2050년 탄소중립 달성까지 인센티브 부족
[편집자주] 정부가 내년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공동주택(아파트)에 대해 '제로에너지 건축물(ZEB) 인증' 의무화를 도입한다. 당초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했지만 공사비 인상 등을 우려해 종전보다 기준을 완화하고 내년 6월 시행하기로 유예했다. 일부 지자체는 선제 도입을 통해 제도 시행을 앞당겼다. 하지만 명확한 세부지침이 미비하고 공사비 폭등에 따른 분양가 상승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도 있어 건설업계는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새로 신청하는 민간아파트의 경우 제로에너지 5등급 건축물로 짓도록 함에 따라 공사비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로에너지건축물(ZEB)이란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충당하는 친환경 건축물이다./사진=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유럽-중동 전쟁으로 건설 주요 자재인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급등했다. 민간 아파트 건축시 에너지 효율 수준을 규제하는 '제로에너지 건축물'(ZEB) 인증 규제의 유예기간도 올해 종료됨에 따라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천장 뚫은 아파트 분양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주요 건자재 가격이 급상승해 시멘트 가격은 42.1%, 골재와 레미콘은 각각 36.5%, 32.0% 뛰었다. 같은 기간 인건비는 15.8% 인상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에 따르면 지난 3월 건설공사비지수(잠정)는 전년 동기 대비 2.4% 상승한 154.85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썼다. 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지수다. 올해 들어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시멘트 가격은 지난 3년간 42.1%, 골재는 36.5%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레미콘은 32.0%, 인건비는 15.8% 인상됐다. 국토부가 발표한 기본형건축비도 지난해 1월(1.1%) 3월(2.05%) 9월(1.7%) 세 차례 상승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공사비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분양 소비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조사 결과 지난달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당 평균 563만3000원으로 1년 만에 17%대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의 6배에 달한다.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당 평균 1149만8000원으로 같은 기간 약 24% 상승했다.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화가 시행되면 건설 공사 난이도가 까다로워지면서 건설 공사비가 오르게 되고, 이에 따라 추가적인 분양가 상승의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뉴스1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화… 업계 "나 떨고 있니"


내년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이 의무화된다. 이는 공사비 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줄이는 녹색건축물 대상으로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1~5등급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과 공동주택 입주자의 에너지 비용 절감을 목표로 도입했다.

국토부의 '5등급 수준' 기준을 충족하려면 현관문, 창호, 단열재 등의 자재 성능에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을 적용해야 한다. 태양광·지열·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를 통해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단열 성능과 신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인 새 건축 기준이 도입되면 사업 승인을 신청하는 민간 아파트는 에너지 자립률을 20% 이상 갖춰야 한다. 이때 주택 건설비용은 국민평형 전용면적 84㎡ 기준 약 130만원이 추가된다.

이 같은 공사비 인상 우려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매년 약 22만원의 에너지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약 6년 이후 추가 건설비용의 회수가 가능하다"고 추정했다.

대한건축학회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5등급 충족을 기준으로 공사비가 기존 대비 26~35% 수준으로 상승한다고 추정했다. 정부가 요구하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는 데 단지 내의 별도 공간이 필요하다. 부지를 넓히거나 설계를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아 에너지 효율이 높고 값도 비싼 자재를 사용해야 한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른 안전관리 비용 증가와 주52시간 근무제 등도 공사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민간 아파트 건축시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층간소음 규제가 시행을 앞둬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했다./사진=뉴스1
시멘트 업체들의 가격 인상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2050년 국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시멘트 제조 단계에서 탄소배출 경감을 위한 전방위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 초 수도권 업체 대표들은 건설자재협의회 납품단가 협상에서 루베(㎥)당 5000원을 인상하는 안에 합의, 8만8700원에서 9만3700원으로 올린 바 있다.


"인센티브 부족… 추가 방안 마련해야"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맞춰 2050년 모든 신축 건축물은 제로에너지 1등급을 달성해야 한다. 이때 시장 규모는 180조4000억원(2022년 실질금액 기준)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2050년 기준 신축 건축물 건설시장 규모와 동일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목표 달성을 가정한 결과일 뿐 지금 상태의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센티브를 유지한다면 현실화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제로에너지 건축물 1등급 인증을 위해서는 기존 공사비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공사비 투입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가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등급(1~5등급)에 따라 제공하는 인센티브는 ▲용적률, 건축물 높이 등 건축기준 최대 15% 완화 ▲취득세 최대 20% 감면 ▲주택도시기금 대출한도 20% 상향 ▲주택건설사업 기반시설 기부채납률 최대 15% 경감 ▲신재생에너지 설치보조금 가점 부여 ▲에너지 이용 합리화 자금지원 등이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체 건축물의 97%에 해당하는 민간 제로에너지 건축물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가 건축기준 완화와 세제 감면, 금융 지원 등이 있어야 한다"며 "제로에너지 건축물을 위한 엔지니어링 역량 확보와 자재 생산업체를 비롯한 다수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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