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콕 찍어 만난 中 2인자… 반도체 전쟁 속 삼성의 외줄타기

IT조선 이광영 기자 2024. 5. 28.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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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누르기 위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중국 2인자’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의 면담이 주목받는다.

업계는 이 회장과 리창 총리의 만남에 미국과 중국 간 패권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삼성전자의 ‘외줄타기 전략’이 담겨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미국 반도체 법(Chips Act)에 따라 64억달러(약 9조원)의 대규모 지원을 받는 동시에 중국 시장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삼성의 의중으로 풀이된다.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과 기술 통제 조치를 실현 중인 미국 정부가 이같은 삼성전자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나 “코로나 시절 삼성과 삼성의 협력사들이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와주신 점 깊이 감사드린다”며 중국 정부 측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삼성전자 중국 출장 직원을 위한 전세기 운항 허가 ▲시안 봉쇄 기간 중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생산중단 방지 ▲상하이 봉쇄 기간 중 삼성SDI 배터리 핵심 협력사 조기 가동 지원 등 사업 차질을 최소화하도록 지원했다.

리창 총리는 2005년 시진핑 당시 저장성 서기가 방한했을 때 비서장 직책으로 삼성전자 수원·기흥 사업장을 방문한 적 있다. 이번 방한에서 19년만에 이재용 회장과 한국에서 만났다.

삼성에 중국은 중요한 시장이자 생산 거점이다.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 쑤저우에 패키징(후공정) 공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시안 공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낸드플래시의 40%가 만들어진다. 스마트폰은 중국에서 ‘0%대’ 시장 점유율로 부진했지만, 최근 폴더블폰의 선전에 힘입어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기 텐진 공장 역시 부산사업장과 함께 IT·전장용 MLCC 주요 생산 거점이다. 삼성전기는 빠르게 성장하는 전장용 MLCC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2018년 텐진 MLCC 2공장을 지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0년 5월 중국 시안 삼성 반도체 공장을 찾아 시설을 점검하는 모습. /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 비중은 2021년 29.9%에서 2022년 25.8%으로, 2023년 24.8%로 점차 줄었지만 여전히 4분의 1 비중으로 중요한 시장임에는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이재용 회장은 꾸준히 중국 방문을 이어가며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 회장은 2023년 3월 24일 중국 톈진의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하고 천민얼 톈진시 서기와 면담을 비공개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다음날(25일) 열린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에도 참석했다.

중국 정부에도 삼성은 없어서는 안 될 기업이다. 리 총리는 이번 방한에서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삼성과 면담을 가졌다. 최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고 64억달러(8조7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받는 등 ‘대(對)미 투자 일변도’를 걸어온 삼성에 균형적 투자를 요구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 회장에게 “삼성의 대 중국 협력은 한중 양국 호혜·협력 발전의 생동감 있는 축소판이다”라며 “중국 시장은 언제나 외자기업을 향해 열려 있으며 점진적으로 제도 개방을 추진해 시장 진입을 확대하고, 외자기업의 국민 대우를 잘 이행해 기업의 우려와 요구를 적극 해결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또 “삼성 등 한국 기업이 계속해서 대중국 투자·협력을 확대해 중국의 새로운 발전이 가져다준 더 많은 기회를 함께 누리는 것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 입장에선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모두 보유한 삼성전자가 반도체 협력을 이어갈 최상의 파트너이기 때문에 중요성을 인정한 것이다”라며 “삼성도 중국 소재 공장을 최대한 오래 가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IT조선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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