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에서 온 손님 [편집국장의 편지]

변진경 편집국장 2024. 5. 28.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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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시사IN〉 편집국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우루과이의 〈갈레리아(Galería)〉라는 주간지에서 일하는 카롤리나 비야몬테 편집장입니다.

비야몬테 편집장은 방한 일정 중 〈시사IN〉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그러다 문득 제가 비야몬테 편집장에게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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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시사IN〉 제작을 진두지휘하는 편집국장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우리 시대를 정직하게 기록하려는 편집국장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시사IN〉 편집국을 찾은 우루과이 주간지 〈갈레리아(Galería)〉의 카롤리나 비야몬테 편집장.ⓒ시사IN 이명익

이번 주 〈시사IN〉 편집국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우루과이의 〈갈레리아(Galería)〉라는 주간지에서 일하는 카롤리나 비야몬테 편집장입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 언론 분야 해외 유력인사 초청사업을 통해 5월19일 한국을 찾았습니다. 비야몬테 편집장은 방한 일정 중 〈시사IN〉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하지만 저희처럼 ‘주간지’를 만들고 저와 같은 ‘여성 편집(국)장’이기도 한 그를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기쁘게 손님을 맞았습니다.

매체 운영 방식, 독자 확대 전략, 각자의 국가 현안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국말로 ‘선배’라고 부를 뻔할 만큼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매체의 성격도, 지향하는 바도, 겪고 있는 어려움도 비슷했습니다. 전 세계 언론인이 공통으로 겪는 애환을 나누며 서로 “미 투(me too)” “세임(same)”을 연발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제가 비야몬테 편집장에게 물었습니다. “우루과이 언론인들도 요즘 정부나 정치권력으로부터 언론 자유 침해를 겪나요?” 이번에도 “비슷하다”는 답변을 들을 줄 알았는데 의외의 답이 돌아왔습니다. “음… 요즘 그렇진 않아요. 그런 시도가 없는 건 아니지만 언론인들이 (정부의) 말을 듣지 않고 신경 쓰지 않아요.”

저는 또 물었습니다. “그것에 따른 불이익, 예를 들면 수사, 소송, 압수수색 그리고 언론인 스스로 자기검열 같은 것들이 없나요?” 그는 답했습니다. “네, 정부가 가끔 정보 제공에 협조하지 않는 정도로 대응할 때가 있지만 일정 시기가 지나면 원상복귀가 됩니다.”

비야몬테 편집장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돌아와 국경없는 기자회(RSF) 홈페이지에 접속했습니다. 매년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를 매겨 발표하는 곳입니다. 올해 우루과이는 전 세계 180개국 가운데 51위를 차지했더군요. 지난해는 52위였습니다. 한국은 올해 62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는 47위였습니다. 우루과이는 한 계단이나마 올라간 반면 한국은 폭삭 주저앉았습니다. 저와 비야몬테 편집장 사이 존재했던 온도차가 숫자로 확인되었습니다.

조금 실망스럽기도 한 기분으로 이번 주 기자들이 마감한 기사들을 보다가 한 문장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이종태 기자가 ‘2024 광주민주포럼’에서 만난 타이(태국)의 민주화운동 청년 활동가 네띠윗 초띠팟파이산 씨의 말입니다. “군부와 왕실, 보수파들이 타이의 민주화를 지금 당장 막을 수는 있겠지만, 미래에도 그럴까.”

현재 타이의 정치 상황으로는 ‘근거 없는 낙관’에 가까워 보였지만, 그의 말에 저도 왠지 기분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나아가다 보면 어느덧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에 도달해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난해보다 한 계단 올라간 우루과이처럼요. 언젠가는 저도 언론 자유 침해 사례를 묻는 다른 해외 언론인 앞에서 “음… 잘 생각이 안 나네요”라고 답할 수 있을지도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작은 변화는 당장 느끼기가 힘듭니다. 이건 좀 딴 얘기인데, 이번 호 〈시사IN〉도 ‘가랑비’ 같은 작은 변화 몇 가지를 시도했습니다. 꼼꼼히 저희 책을 보던 독자님이라면 금방 눈치 채실 수 있을 듯합니다(퀴즈가 사라져서 놀라셨다면 제일 뒤 페이지를 펼쳐보세요!). 앞으로도 매호 조금씩 새로운 지면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한 계단씩 나아가다가 어느 순간 독자님이 ‘오, 〈시사IN〉 (좋은 방향으로) 많이 바뀌었네?!’ 체감하시는 것이 제가 당장 바라는 목표이자 미래입니다.

변진경 편집국장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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