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 거친 연금개혁안, 외면하는 대통령·여당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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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의 마감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실은 국민 전체, 그 중에서도 청년의 생각을 듣겠다지만 시민대표단 공론화 결과 청년층도 국민연금에 대한 숙의 후엔 노후 소득보장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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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의 마감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실은 21대 국회 종료 사흘 전인 26일 “시간에 쫓겨 결정하기보다 국민 전체, 특히 청년 세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2대 국회로 과제를 넘겨, 국민 뜻을 더 듣자는 취지다. 그러나 경영계와 노동계, 청년 등 다양한 민의를 모은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대안을 두고도, 대통령실과 여당이 국민에게서 어떤 생각을 더 듣고 싶은지 의문이 풀리지 않는 이유다.
연금개혁 논의를 여기까지 이끈 주체는 대통령실이 밝힌 국민이다. 민간 자문위원회를 꾸리고도 개혁안을 못 내놓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는 공론화위원회를 꾸려 인구 비율로 시민대표단을 구성해 연금개혁 방향을 물었다. 이를 위해 올해 3월 경영계, 노동계, 청년, 지역가입자, 연금 수급자 등 5개 그룹 36명으로 구성된 의제숙의단은 시민대표단이 토론할 의제를 정했다. 국민연금을 내고 받는 이들이 머리를 맞댔다. 의견이 쏠리지 않도록 3개 그룹 구성원이 찬성하고 8명 이상이 동의해야 안건이 통과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그 결과, 보험료율(현행 9%→13%)과 소득대체율(40%→50%)을 동시에 올리는 ‘1안’과 보험료율(9%→12%)을 인상하되 소득대체율은 유지(40%)하는 ‘2안’이 시민대표단이 토론할 선택지로 좁혀졌다. 기금 안정에 도움 될 수 있는 보험료율 15% 인상안은 경영계가 반발해 채택되지 않았다.
주말에 휴식 대신 토론에 참여한 시민대표단 492명이 숙의한 결과 1안(56.0% 지지)을 더 지지했다. ‘기금이 곧 고갈된다’는 단순한 사실 외에 국민연금의 의미 등을 시간을 들여 고민한 결과다. 그 과정은 온 국민에게 생중계됐다. 이후 국회에서 ‘보험료율 13% 인상’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당은 소득대체율 43%를, 야당은 45%를 제시하며 절충안을 찾아갔다. 지난주엔 여당이 구조개혁을 전제로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부 수용 의사를 밝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까지 도달했다.
이런 과정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실과 여당이다. 생업이 있는 국민들이 연금개혁을 위해 주말에 모여 토론을 벌이고, 이를 많은 사람들이 생중계로 지켜봤다. 연금개혁을 3대개혁으로 꼽았던 대통령이 소득보장에 대한 지지가 높았던 공론화 결과가 나오자 “22대 국회에서 논의하자”며 개혁을 미루고, “연금개혁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던 보건복지부가 재정안정을 강조한 보고서를 연금특위에 제출하는 등 공론화 종료 후 한 달 여간 보여준 행보는 이들이 ‘답정너’식 공론화 결과를 기대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그동안 어떤 숫자도, 개혁안도 내놓지 않은 채 국민들에게 공을 넘겨놓고, 정작 숙의 결과에 대해 “이럴 바엔 하지 말자”는 태도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대통령실은 국민 전체, 그 중에서도 청년의 생각을 듣겠다지만 시민대표단 공론화 결과 청년층도 국민연금에 대한 숙의 후엔 노후 소득보장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의 마음에 쏙 드는 개혁안이란 도출되기 어렵다. 그 대신 서로가 생각을 조금씩 양보하고 조정해나가는 합의안이 있을 뿐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진심으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면, 완벽하지 않더라도 개혁의 시급성을 고려해 지금까지 이뤄진 협의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연금)개혁을 더 미뤄선 안 된다”고 말했다. 목전까지 온 연금개혁을 더 미뤄선 안 된다. 이제 하루 남았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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