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구제…결국 ‘현재의 틀’로 가겠다는 정부
민주당 “정부안 실효성 없어… 사회재난 ‘선 구제, 후 구상’ 필요”
정부가 27일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경매 차익을 피해 임차인의 임대료 지원에 사용하고, 불법건축·신탁사기 주택도 매입 대상에 포함하는 전세사기 지원 대책을 내놨다. ‘선 구제 후 구상(회수)’을 골자로 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불과 하루 앞두고 대책을 발표해, 특별법 통과 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 위한 명분 쌓기용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이날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을 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전세사기 주택을 경매로 매입할 때 경매 차익(LH 감정가-낙찰가)을 피해자 지원에 사용하기로 했다. 경매 차익을 임대보증금으로 전환해 월세를 낮춰 피해자가 해당 주택에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게 하고, 퇴거할 때 경매 차익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법 위반 건축물, 신탁사기 주택도 앞으로는 LH의 전세사기 피해 주택 매입 대상에 포함된다. 불법건축물은 안전 문제가 없으면 이행강제금 부과를 면제하고, 다가구주택은 피해자 전원이 동의하면 LH 등이 경매에 참여해 경매 차익을 피해액 비율대로 나눈다.
전세사기 피해자 전용 정책금융상품 요건도 완화된다. 지금까지는 피해 주택임대차 계약이 종료하면 1개월이 지나야 했고 법원에 신청해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아야만 대출을 갈아탈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계약 종료 이전에도 대환대출이 가능해진다.
정부 방안의 핵심은 경·공매 차익의 활용이다. 국토부는 기존의 경매 제도가 야당이 내세우는 ‘선 구제 후 회수’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올 4월 전국 연립·다세대주택의 경매 낙찰가율은 72.2%였고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LH 감정가가 경매 감정가보다 높아야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LH의 전세사기 피해 주택 매입은 이미 있던 제도로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지난해 6월 특별법 시행 후 이달까지 인정한 피해자는 1만7060명인데, 그중 LH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경·공매로 낙찰받은 주택은 단 한 가구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야당의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을 반대하려다 보니 아직 본격화하지도 않은 경·공매 절차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정부가 국회 협상 과정에서도 내놓지 않던 지원 대책을 뒤늦게 발표해 여론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가 거부권 행사를 하지 말고 특별법 개정에 협조하는 전향적 자세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선 구제 후 구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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