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간 잘 쓴 ‘원장 이름값’, 떠나보내야 할 금감원

문수빈 기자 2024. 5.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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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검사 출신 금융감독원장인 이복현 원장의 발언이다.

임기대로라면 이 원장의 퇴임일은 내년 6월이지만, 임기보다 이른 올해 말에 금감원을 떠나는 게 확정적인 듯 하다.

일각의 추측처럼 이 원장 퇴임이 반년도 채 안 남았다면, 지금은 금감원이 '이복현 이후'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그간 이복현 원장 이름 세글자를 잘 활용했던 금감원 직원들은 이제는 외부 기관의 복수(?)를 두려워해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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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권자가 그만하라고 하는데 ‘계속 있겠습니다’ 이렇게 고집을 부릴 수는 없다.” (2023년 6월 1일 취임 1년 기자간담회)

“올해 3·4분기까지는 맡은 역할을 마무리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2024년 4월 25일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 직후)

최초의 검사 출신 금융감독원장인 이복현 원장의 발언이다. 임기대로라면 이 원장의 퇴임일은 내년 6월이지만, 임기보다 이른 올해 말에 금감원을 떠나는 게 확정적인 듯 하다. 약 10개월의 시차를 둔 두 발언은 3년의 임기를 다 채울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있지만, 속에 담긴 금감원장직에 대한 의지는 사뭇 다르다.

전자는 임명권자, 즉 대통령실에서 직을 내려놓으라고 할 경우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얘기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 후자의 발언엔 대통령실에서 그만하라고 해도 연말까지는 금감원장 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의지가 보인다. 그에게 슬슬 ‘이쯤 하면 됐다’는 외부 압박이 들어오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실제로 최근 기자와 만난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언제 대통령실에서 인사가 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귀띔했다.

이 원장이 떠나면 금감원은 한동안 시끄러울 것으로 보인다. 개선이라거나 개악이라는 등 가치 판단을 차치하고 조직을 대내외로 뒤엎은 사람이라서다. 일각의 추측처럼 이 원장 퇴임이 반년도 채 안 남았다면, 지금은 금감원이 ‘이복현 이후’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이복현은 금감원 직원들의 표현에 따르면 금감원 최고의 무형자산일 정도로 직원들에게 유용한 무기였다. “원장님이 보고 계신 사안이다”라는 설명은 금융위원회에도, 금융·증권 범죄를 수사하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도 요긴하게 쓰였다.

그간 이복현 원장 이름 세글자를 잘 활용했던 금감원 직원들은 이제는 외부 기관의 복수(?)를 두려워해야 할 처지다. 금융위가 칼을 갈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 원장은 한국은행의 업무인 금리, 금융위의 업무인 공매도와 각종 정책, 기획재정부의 업무인 금융투자소득세를 언급하면서 월권 논란을 불렀던 만큼 적이 수두룩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만 연착륙이 필요한 건 아니다. 훨훨 날았던 금감원도 이 원장이 나가고 난 후의 안정적인 착륙이 중요하다. 금감원이 금융위 등 외부 기관과 엇박자를 내면, 그 후유증은 금융회사들이 겪는다. 한 금감원 퇴직 임원은 “원장이 힘이 셀 때 관련된 시스템을 갖춰 놓아야 앞으로의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원장은 임기 내 마무리 지어야 할 시장 현안만 생각하겠지만, 남은 임직원을 위한 연착륙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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