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바로티’의 음주 뺑소니와 진실게임 [서아람의변호사외전]

2024. 5. 28.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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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추돌에도 현장이탈 논란
음주운전은 무죄 된다고 해도
범인도피교사·도주차량죄 해당
징역 1년6월 등 실형 사례 있어
‘트바로티’를 아시나요? ‘트로트’와 ‘파바로티’를 합친 이 단어는, 바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이 배출한 스타 중 한 명인 김호중의 별명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성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지만 폭력조직에 스카우트되고 어둠의 세계에 몸을 담게 되었고, 예고 선생님의 헌신적인 지도로 다시 노래의 꿈을 찾게 되었다는 김호중. 그의 감동적인 인생 서사는 이제훈과 한석규가 주연한 영화 ‘파파로티’로 제작되면서 팬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술잔에 입은 댔지만, 술을 마시진 않았다.”

안타깝게도 김호중은 희대의 명곡이 아닌, 희대의 기상천외한 멘트로 화제에 올랐는데요. 뺑소니로 입건되었다는 소식에 뉴스 코너가 한바탕 떠들썩해지더니, 매일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엄청난 반전이 거듭되더니 급기야 소속사 대표, 본부장과 나란히 구속되고 말았습니다.

5월9일, 김호중은 스크린골프장에서 지인들을 만나 음주를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서 유흥업소에서 2차를 하면서 룸 안에서 음식과 함께 소주 5병, 음료수 3병을 주문하고 오후 10시50분까지 약 3시간 동안 머물며 2차 음주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흥업소에서 나온 김호중은 대리기사를 불러 자신의 세단을 타고 11시15분경 자택으로 귀가했다가, 20분 뒤 집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본인 소유인 흰색 SUV를 직접 몰고 가다가 맞은편 차선의 택시를 들이받은 후, 정차하지 않고 그대로 현장을 이탈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냥 연예인의 음주운전 뺑소니처럼 보입니다. 충격적이긴 하지만, 처음 보는 것은 아니죠. 그런데 그 후의 전개 과정이 다릅니다. 김호중은 사고 지점에서 떨어진 골목에 정차한 후 매니저와 통화를 했고, 그사이에 택시 기사는 112에 신고했습니다. 그러자 김호중의 매니저가 김호중의 옷을 입고 경찰서로 가서 본인이 운전했다며 자수 아닌 자수를 했습니다. 김호중은 사고 발생으로부터 17시간이 지난 후 경찰서에 출석했는데, 아마 이때는 참고인 신분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호중이 음주운전을 하고 그 사실을 은폐하려고 매니저를 내세운 것이 아닌가 의심한 경찰은 김호중을 추궁했고, 김호중은 운전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음주운전 사실은 부인했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음주 측정을 했지만, 이미 운전 시점으로부터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린 상태였지요.

그 후 ‘김호중이 매니저에게 대리 출석을 부탁하는 통화 녹음파일이 있고, 그 통화 이후 매니저와 소속사 직원 여러 명이 사고 수습을 위해 현장에 도착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소속사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김호중이 사고 수습을 안 한 것은 음주를 해서가 아니라 공황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대리 출석을 지시한 사람은 김호중이 아니라 나’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혼란의 카오스’ 와중에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는 3시간에 걸친 압수수색에서도 나오지 않았는데, 김호중 소속사의 본부장은 자신이 메모리 카드를 ‘삼켰다’고 진술하여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서울강남경찰서는 김호중 사건 수사를 위해 무려 ‘합동수사팀’을 구성했는데요. 대규모 폰지 사기, 악명 높은 살인 사건, 조직폭력배 소탕 등 특수한 사건을 수사하는 합수팀이 개인의 일반 형사 사건, 그것도 교통사건에서 꾸려지는 건 매우 드문 일입니다. 이대로 있다간 영장이 나올 거라는 위기감에서였을까요. 김호중은 변호사를 선임한 후 음주운전을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에서는 구속영장을 발부했죠. 눈물의 반성과 사죄는 아무 효과가 없었던 걸까요?
서아람 변호사
대부분의 법조인, 특히 형사 사건을 다루는 사람들은, 김호중이 음주운전을 인정했을 때,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 겁니다. 바로 저건 ‘교묘한 한 수’라는 겁니다. 김호중이 음주운전을 했다고 자백하는 건 수사나 재판 단계에서는 별 대단한 의미가 없습니다, 도로교통법에서 처벌하는 것은 단순히 ‘술을 먹고 운전하는 행위’가 아니라,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의 주취 상태로 운전하는 행위’입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사고 발생 20시간 후 채취한 소변에서 알코올 소화의 부산물을 검출해냈다 하더라도, 20시간 이전 혈중알코올농도를 수치로 입증할 수 없다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음주 후 30분까지 최고치로 올라갔다가, 그 후부터 시간당 평균 0.015%씩 감소한다는 걸 이용해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공식’도 있지만, 17시간이나 지나서 측정이 이루어졌을 때는 그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집니다.

더구나 김호중은 사고 이후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서 마셨다고 했는데요. 사실 음주운전 후 도주하여 추가 음주를 하는 건, 음주운전 상습범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꼼수입니다. 뒤늦게 단속되어 음주측정을 하게 됐을 때, 그 수치가 사고 전 마신 술 때문에 나온 것인지, 사고 후 마신 술 때문에 나온 것인지 구분하지 못하게 하려는 술책이죠. 그동안 이 수법 때문에 골치를 썩어 온 검찰에서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으로 추가 음주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법을 제정하자’고 들고나온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다만 김호중의 경우, 운전 당시 음주 수치가 입증되지 않아 음주운전이 무죄가 된다 하더라도 범인도피교사죄와 도주차량죄는 남을 뿐만 아니라, 구형과 선고형에 음주했다는 사실은 실질적으로 반영될 것입니다. 기존 하급심 판례들을 보면, 김호중과 비슷한 죄명들로 기소된 피고인들은 교통사고 피해자가 얼마나 다쳤는지,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지, 피해자와 합의했는지 등에 따라 가볍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중간 단계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무겁게는 징역 10월이나 징역 1년6월의 실형까지 다양한 판결을 받았습니다. 모든 게 끝나면 팬들에게 돌아가기로 약속했다는 김호중, 과연 그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까요? 영화 파파로티에서 한석규가 외치던 말이 떠오르네요. “아, 미션이 임파서블이여!”

서아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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