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의 습격] ② 10년간 노임만 두 배 커져…"갈수록 태산"
"공사비 중 인건비 40% 차지…주52시간 시행 후 인력투입도 늘어"
[편집자주]분양가가 치솟고 있다. 3.3㎡당 전국 평균 분양가가 2000만원 수준까지 다다랐다. 서울 강남 한복판 아파트에서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는데도 6000만원대 분양가가 시세보다 저렴하다며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 서울 일각에서는 1억원 넘는 분양가에도 고급 아파트가 속속 팔려나가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왜 이렇게 분양가가 치솟기만 하는지 그 원인을 파헤쳐본다.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내 월급 빼곤 다 오르는 것 같다. 특히 나 같은 직장인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꾸기도 힘드니 참 답답하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40)는 이사를 위해 최근 분양 시장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지만 한숨만 쉬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2년 전 자녀가 태어난 데다 전세 생활을 접고 내 집 마련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준비에 힘을 쏟고 있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답답함만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더는 '열심히 돈 모아서 집 사야지'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시대다. 치솟은 분양가에 내 집 마련은 엄두도 내기 힘든 상황이다. 대출을 받더라도 이자를 감당하기 힘들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김준형·박순만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20대 청년이 월급을 모두 저축했을 때 2000년에는 40대 초반이면 가능했던 내 집 마련이 2022년에는 50세가 가까워야 가능해진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다.
신규 분양 아파트 가격도 치솟고 있다. 2002년 3.3㎡당 926만원 수준이었던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20년이 지난 2022년 3474만원까지 오른 상태다. 올해는 3884만원으로 더 올랐다. 2008년 2142만원으로 첫 2000만원대를 돌파했던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2015년까지 1000만원대에 머물다 2016년 다시 2126만원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2022년 처음으로 3000만원을 넘겼다.
이같은 분양가 상승에는 여러 요인이 영향을 끼쳤지만 인건비 상승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3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건설공사비지수에 따르면 품목별 공사비 상승 기여도에서 피용자보수(근로자 보수)가 1.41%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인력 공급 및 알선이 0.07%포인트로 뒤를 이었다. 연초 전국 곳곳에서 공사비 갈등의 원인이 됐던 레미콘(0.05%포인트)보다도 높은 기여도다.
연구원 관계자는 "건설 공사비 중 인건비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근로자 임금이나 인력 공급 비용이 조금만 늘어나도 전체 공사비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인건비도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다. 대한건설협회의 '건설 노임 단가'에 따르면 인부의 노임은 최근 10년 동안 2배나 올랐다. 노임 단가는 근로자의 실수령 임금수준으로 월 인건비를 평균 근무 일수(22일)로 나눠 구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단순 육체노동을 하는 보통인부의 노임 단가는 평균 16만5545원이다. 10년전 8만4166원에서 2배 가까이 올랐다. 용접공의 경우 10년전 12만9095원이었지만 현재 26만7021원으로 올랐다. 철근공도 같은 기간 12만8252원에서 26만137원으로 뛰었다.
서울 소재 아파트 건설 현장소장은 "아무래도 과거에 비해 안전, 시간 등 지켜야 하는 부분이 많아져 작업 속도가 예전만 못하다"라며 "임금이 높아진 부분은 노동자 입장에서 환영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생산성 부분이 저하됐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임은 공사비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노임이 오르면 공사비 역시 상승을 피할 수 없다. 더욱이 최근에는 인력난으로 인해 과거와 달리 외국인 노동자가 줄면서 노임이 뛰는 현상도 나타났다. 더불어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이와 상응하는 노임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라 인건비 비중을 낮추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지,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공사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 정도다. 그렇기에 인건비가 오르면 공사비 역시 오를 수밖에 없다"라며 "주 52시간 근무제로 과거보다 더 많은 인력이 현장에 투입된다. 사실상 인건비는 한번 오르면 내려가지 않는다. 다른 부분에서 비용이 절감되더라도 공사비가 줄어드는 것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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