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산업화 공헌했는데, 왜 1년 치 숫자만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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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이다.
1989년 시작된 석탄산업합리화 정책 이후 30년 넘게 지역경제가 내리막인 가운데 강원 태백지역 마지막 탄광인 장성광업소마저 곧 문을 닫는다.
실제 3월 말 현재 태백지역의 직전 1년간 구직급여 신청자 증가율은 7%, 고용비용 피보험자 감소율은 3.62%로 고용위기지역 선정 기준치를 밑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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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산업합리화 이후 폐광지 특수성 반영해야"
"청정 메탄올·스마트 마이닝 등 대체산업 육성
폐광기금 활용 기업유치, 지역경제 도약" 약속
엎친 데 덮친 격이다. 1989년 시작된 석탄산업합리화 정책 이후 30년 넘게 지역경제가 내리막인 가운데 강원 태백지역 마지막 탄광인 장성광업소마저 곧 문을 닫는다. 당장 다음 달 광산노동자와 하청직원 등 876명이 일자리를 잃는다. 보험, 운송, 도소매업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면 피해가 3조 원을 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역 내 총생산(GRDP)의 13.6%가 순식간에 증발할 것이란 공포가 엄습한 상황. 태백시의 현실은 가혹하지만 정부 지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20일 태백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이상호(51) 시장은 “장성광업소 폐업에 따른 고용위기지역 지정 심사 때 정성적인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기준은 직전 1년간 구직급여 신청자가 20% 이상 늘어야 하고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5% 이상 줄어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35년째 누적된 태백시민들의 피해는 제대로 보상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일자리 및 직업능력 개발사업 등 연간 300억 원대 정부 지원이 이뤄져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이 시장은 “50개였던 광업소가 모조리 문을 닫을 시점이 되자 직전 1년 치 숫자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폐광지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석탄산업합리화 조치 이후 최대 13만 명이던 인구가 3만8,000명까지 줄어든 현실과 GRDP 감소분, 70년간 산업화를 위해 희생한 특수성을 반영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3월 말 현재 태백지역의 직전 1년간 구직급여 신청자 증가율은 7%, 고용비용 피보험자 감소율은 3.62%로 고용위기지역 선정 기준치를 밑돈다. 그는 “2018년 한국GM공장이 폐쇄된 전북 군산시도 통계 지표를 충족하지 못했으나 특수성을 인정받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됐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 시장은 장성광업소 갱도를 수몰 처리하겠다는 정부와 한국광업광해공단 방침에 대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언젠가 가치가 높아질 수도 있는 지하자원을 수장시키는 것 자체가 비(非)경제적인 데다, 폐갱내수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다. “1980년대 태백의 어린이들은 시냇물을 검게 그렸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냇가를 붉은색으로 칠합니다. 산화현상에 따른 갱내수 오염이 심각한데, 또 물을 집어넣는 건 최악입니다.” 이 시장은 “한강과 낙동강 발원지를 오염시킬지 모를 몰상식한 계획을 전 국민이 나서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시장은 광업을 대신할 청정메탄올 단지 등 대체산업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장성광업소 부지에 2027년까지 연간 2만2,000톤 생산이 가능한 메탄올 제조시설을 만들고, 제품을 포항과 울산 등지로 운반할 물류단지를 철암역에 유치하는 청사진이다. 지난해 한덕수 총리도 이 사업에 지원을 약속한 만큼, 이 계획이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이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한편 태백시는 장성광업소 갱도를 보존해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첨단 무인장비로 광물을 캐는 ‘스마트 마이닝’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지하 1,000m 수직갱내에서 무중력·우주공간 가상실험이 가능한 국가연구시설 유치에도 나설 예정이다.
태백=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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